난 그녀를 사랑했었다. 그러나 나는 한번도 사랑이란걸 그녀에게 표현한적이 없었다. 그녀에겐 난 단지 비겁한 놈이었을뿐이였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한 반에 한과. 녀석의 표정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절친했던 호진이 녀석이 어느 날 술에 취해 던진 한마디에 난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해선 안됐다. 그때부터 난 태연한 척에 도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셋이 만날 때도, 난 항상 의도적으로 그녀의 옆을 피하곤 했다. 녀석은 아마 그걸 저에 대한 배려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행동이 나의 여러 날 후에 호진이 녀석이 술에 취해 날 찾아왔다. 그리곤, " 잘해봐 " 녀석은 그 말 한마디를 남긴 채 군대로 가버렸다. 그러므로 해선 난 더욱더 그녀를 사랑해선 안됐다. 그 후로 그녀와 그렇게 멀어졌었다. 얼마 후 그녀는 누군가와 사귀었고, 얼마 되지 않아 그녀가 그 누군가와 헤어졌다는 것도 알았지만, 난 첫사랑조차 될 수 없었던 아림을 안은 채 나의 대학 초년생을 내 자신이 바보임을 인정하며 그녀를 잊어 갔었다. 눈을 감으면 바람의 날리는 그녀의 머리카락 한 홀 한 홀의 모양까지도 그려 낼 수 있었던 내게 그녀를 잊어야 하는 건 커다란 고통이었다. 사랑이냐 우정이냐 그런 마냥 쳐다보긴만 했을 그런 문제가 나에게 일어나자 더 이상 진부하게만 쳐다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내겐 선택 같은건 없었다. 친구를 위해서라는 미명아래, 가식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것이 그리고 잊어야 하는 것이 유일한 나의 선택이라면 선택이었다. 그리고 잊어갔다. 잊었다고 생각했다. 잊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다, 그건 잃어 버렸던 거였다. 다시 찾기 위해서 난 잠시 잃어 버린 것이였다. 나는 기다리고 있었던거다. 호진이 녀석이 어느 날 애인이라면 어떤 여자를 소개하던 그날 호진이의 그녀의 모습 속에서 나의 마음은 잠재의식 속에 숨겨놓은 그녀의 잔상을 찾아내고 있었다. 그 뒤로 난 매일 밤 졸업앨범 속에서 그녀와의 재회를 상상하곤 했다. 그런 날이 아주 여러 날이 지나고 그녀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났었다. 그때도 그녀는 나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날로 기억된다. 5일장이 서던, 어느 날 , 읍내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던 내 앞을 가로질러 티뷰론 한대가 섰었다. 그리고 나의 이름을 누군가 불렀다. “ 인혁아 ” 아주 크고 반가운듯한 목소리였다. 주위의 모든 시선이 내게 집중되자 얼굴이 달아올랐다. “ 인혁아~ 타 ” 소나기의 소년이 조약돌을 주무르면 소녀를 그리워했던 것처럼, 그녀가 내게 생일 선물로 준 필기구를 매일 돌리게 하며, 꿈속에조차 그녀를 그리워하는 나를 볼 것만 같은 아리움으로 잠들게 했던 그녀가 내 앞에 서있었다. “ 오랫만이야 이렇게 여기서 널 볼줄은 몰랐어 ” “........................ ”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마치 도둑질을 하다가 들킨 것처럼 몸이 점점 굳어져만 갔다. “ 어? 왜 그래 나 만난거 하나도 안 반가워? ” “ 아..... 아니야........... 반가워 그런데 어쩐일이야 ” “ 응 친구들이랑 용문산에 놀러왔어. 난 좀 일이있어서 좀 늦었어. 그런데 운좋게도 너를 여기서 볼 줄이야. ” “ 밥은 먹었어......... ? ” “ 후후, 여전하네 ” “ 뭐가? ” “ 넌 항상 할말 없으면 밥먹었냐고 물어보잖아. 그러고 보니 나 밥 안먹었다. 오랫만에 인혁이가 사주는 밥 먹어...................... ” 그녀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아, 이런 인혁아 너 집에 가는 길이었지, 지금 반대로 가고 있네. 네 정신좀 봐 너무 반가워서 정신이 없었어. ” 나 역시 내가 집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도 그리고 지금 집방향과 상관없는 그녀의 목적지로 동행하고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 나도, 잊어 버리고 있었네 ” “ 그냥 인혁아 같이 갈래? ” “ 아니야, 여자들끼리 온거 아니였어? ? ” “ 응 맞아 , 그런데 야아~, 너 많이 변했다. 너 여자 좋아하잖아 ” “ 하하, 여자는 지금도 좋아해............ 근데, 나 23일 군대가거든, 그래서 인사 다녀야돼 ” 내가 사는 동네는 강을 끼고 있는 아주 작은 동네다, 그래서 어느 집에 숫가락이 몇개가 있는 지까지 서로들 다 알고 살 정도로 가깝게 지낸다. 이웃사촌이란 말이 실감 나는 그런 동네라서 동네 잔치나 굳은일이 있을때마다 서로 찾고 도와준다. 그리고 어느 집에 누가 군대를 갈때면, 동네 집집을 돌아 다니면서 인사를 하는 것이 하나의 풍습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 정말.........너 군대가? ” “ 응, 그러면 거짓말로 군대 갈까 ” 그녀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 인혁아 너두 밥 안 먹었지? ” “ 응 ” “ 그러면 내가 밥살께 ” “ 아니야, 우리동네고 오랫만에 봤는데 그럴순 없지, 내가 맛난거 사줄께. 뭐 먹고 싶어? ” “ 안돼. 군대가기전엔 원래 사주는 거 먹는거야 ” “ 하하 그래, 그럼 뭐 사줄거야 ? ” “ 인혁아 우리 첨 만나던 날 먹던거 먹자. 기억해? ” 가슴이 아려왔다. 첨 만나던 날? 그녀의 기억속에 아직도 내가 남아 있는 걸까? 호진이 녀석이 남기고 갔던, “ 잘해봐 ” 란 그말의 의미는 그녀 역시 나를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추측 뿐이였는데, 정말 그녀가 나를 좋아하고 있었던 걸까? “ 하하 라면하고 김밥 ” “ 너무 심했나........? 호호, 인혁아 뭐 먹고 싶어? ” “ 우리 두번째 만나서 먹었던 거. 기억나? ” “ 불낙전골 ? ” “ 응, 우리 동네에 잘하는데 있어. 그 앞에 커피숍이 있는데 강옆이라 풍경도 괜찮아. 거기 블루마운틴 맛이 꽤 괜찮아.” “ 기억하고 있었어, 나 블루마운틴 좋아하는 거?” “ 블루마운틴 좋아했었어? 내가 블루 마운틴을 좋아해서.......... ” “ 어 이거 무안한 걸................ 난 또 , 인혁이 이쪽으로 가면 되는 거지? ” “ 응 ” 왜 모르겠니? 만들 수 만 있다면, 내 안에 있는 모든 기억들로도 널 만들 수 가 있을텐데......... 그냥 웃어 넘겼다. 그리고 이제서야 그녀의 얼굴을 쳐다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 거렸다. 난 너에 대해서 하나도 잊어 버린것이 없다. 다시 찾기위해 잠시 잃어 버렸을뿐이였다. 넌 모르겠지. 어제 밤도 꿈속에 조차 너를 그리는 내가 있었다. 밥을 먹고 커피숍으로 향했다. “ 블루 마운틴하고, 저는 핫초코 주세요 ” 둘이서 잔을 하나씩 들고 밖의 풍경을 쳐다보며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무언의 시간이 흐르다가 그녀가 입을 열었다. “ 인혁아, 나 너 군대가기 전날에 뭐하는 지 알아? ” 쓴웃음을 지며 그녀가 물었다. 예감이 별로 좋지 않았다. “ 나 군대가기 전날 ? ” “ 응 ” “ 글쎄............. ” 그리고 또 다시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어딘가 단지 미소라고만 하기엔 ...................... 그리곤 다시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녀는 입을 열었다. 온힘을 다해 태연한 척해야 하도록 할 말이었다. 내겐 그녀의 사진이 있었다. 내겐 그녀의 주소가 있었다. 내겐 그녀의 전화번호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더 이상 내게 아무런 기대를 주지 못했었다. 밤마다 졸업 앨법속에 해맑게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내 마음속에 용기를 불어 넣고, 그 용기가 내 마음속에 가득찰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마음속에 채운 용기는 이제, 용기를 내어서 그녀를 축복해줘야 하는데 써야 한다. “ 나 결혼해.......... 너 군대가기 전날에. 성한아 사실 나 너보러 여기 왔어. 애들이 다른 곳에 놀러 가자는 거 내가 일부러 용문산으로 가자고 했어. 그런데 이렇게 우연히 너를 보게 된거야. 있다가 집에 전화 하려고 했었는데............. ” 애써 온힘을 다해 태연한 척했다. 그리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선배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기를 버리고 간 여자가 결혼 전에 연락해왔다는. 알 수 없는 여자들의 심리............. 하지만 나역시 무엇때문인지 묻지 않았다. 그건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은 본능적으로 느끼는 이런 상황에 처한 남자들의 묵시록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젠 정말 어쩔수 없는 거니까. 가질 수 없을 수록 더 가지고 싶어 지는 그 마음 속에서 바라보는 것으로만 만족해야 했던 나에게, 가슴속에 내 가슴속에 이미 그녀로 가득차여 있는 나에게 지금 그녀의 행동과 그녀의 모습은 이제 잃어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잊어야 하는 것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 단지, 과거의 나의 비겁한 모습에 어쩌면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를 그런 일이었지만, 이젠 결혼전에 한번쯤 추억해보고 싶은 그런 거일테니까. 나라는 것은. 하지만, 내게 너는 단 한번의 사랑이여만 하길 간절히 바래 왔다. 죄인의 회개하는 마음으로. 눈을 감고 길을 걷는 것. 그것이 내 삶이었다. 갈 곳을 알지만, 가야하겠지만, 이대로 갈 수가 없어 눈을 감았다. 고 3 그저 책이면 족했던 내 삶속에서 첫 문학 시간은 내게 너무나 가슴깊이 찾아 들어온 사랑이란 것. 단지 어느 어린 시절 소나기 속에 묻어 나고 있던 그 어렴풋했던 사랑의 의미를 나에게 전해 주고 있던 그 문학 시간. 문학 시간은 더 이상 내겐 수없이 아니였던, 선생님의 가르침 그런 건 없는 시간이었다. 내가 철저히 그것을 무시해 버렸으니까. 눈을 감았다. 그 시간이면....... 그리고 문학 수업 첫 시간 아주 훗날 보아야 할 김소월님의 초혼........... 그것이 내 사랑이어야만 할것 같았다. 그 어린 시절 눈을 감으며 나를 불렀던 그 사랑이 너란걸 말하지 못하는 나는 지금 너무 아리기만하다. 니가 내 옆에 서 있었을 땐, 몰랐었다. 떠난 뒤에야 알겠더라. 이별 이란 걸 하던 날 , 돌아 섬에 오는 그 쓰라림, 그것이 소나기를 꿈꾸던 시절의 눈을 감으면 나를 부르던 그 사랑. 그 사랑의 시작이었다. 이제 또 다시 그 일을 반복해야만 할 것 같다. 그러나 이젠 다르겠지, 단지 과거의 추억속에선 난 과거완료형이 되어버려야겠지만, 난 널 기약할 수 없는 현재진행형으로 남겨둔 채 반쪽뿐인 그리움을 켜논채 잠이 들어야 하는 거겠지. 이제 더 이상 하나를 향한 하나의 그리움 속에서 하나만을 그리워 할 수 있는 내 자신을 난 더 이상 꿈꾸는 것조차 안되겠지. 완전치 못한, 그리고 하나이지도 못한 눈물이 되어 버리곤하는 반쪽뿐인 그리움을 켜논채 난 그렇게 잠들어야 하는 거겠지. 너 없는 난 이제 빈설레임에 지친 외로움이란 걸 알아야하기에....... 나에게 "다시는 " 이란말이 "가장 " 이라는 말이 "마지막 " 이란 말 또한 너무 어울려야 했던 너를........... 그런 너를 위해 이젠 표현해선 안됐고, 이젠 더더욱 표현해선 안될 사랑이란 이름으로 내가 영원하길 바랬던 그 이름이 그 누군가와 이루어지게 해달라 기도하며, 너의 행복을 빌어야겠지. 이제 너를 향한 내 사랑이란 한 낮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미련이란 것일테니까. 그녀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그렇게 무너져갔다. 한참동안 어색한 분위가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 내가 꺼낸 말이라곤 ..........1 “ 축하해, 행복하게 잘 살아 ” “ 인혁아.......... 와 줄거지 ? ” “ 응 ” 가지말아야한다고 마음속에선 그렇게 말하지만, 이제 이대로 그녀를 정말 잊어야 할 거라면, 그녀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 웨딩 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
여자는 사랑할 만한 것에 선을 긋지 않는다. (2)
난 그녀를 사랑했었다.
그러나 나는 한번도 사랑이란걸 그녀에게 표현한적이 없었다.
그녀에겐 난 단지 비겁한 놈이었을뿐이였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한 반에 한과.
녀석의 표정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절친했던 호진이 녀석이
어느 날 술에 취해 던진 한마디에 난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해선 안됐다.
그때부터 난 태연한 척에 도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셋이 만날 때도, 난 항상 의도적으로 그녀의 옆을 피하곤 했다.
녀석은 아마 그걸 저에 대한 배려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행동이 나의 여러 날 후에 호진이 녀석이 술에 취해 날 찾아왔다.
그리곤,
" 잘해봐 "
녀석은 그 말 한마디를 남긴 채 군대로 가버렸다.
그러므로 해선 난 더욱더 그녀를 사랑해선 안됐다.
그 후로 그녀와 그렇게 멀어졌었다.
얼마 후 그녀는 누군가와 사귀었고, 얼마 되지 않아 그녀가 그 누군가와 헤어졌다는 것도 알았지만,
난 첫사랑조차 될 수 없었던 아림을 안은 채 나의 대학 초년생을 내 자신이 바보임을 인정하며
그녀를 잊어 갔었다.
눈을 감으면 바람의 날리는 그녀의 머리카락 한 홀 한 홀의 모양까지도 그려 낼 수 있었던 내게
그녀를 잊어야 하는 건 커다란 고통이었다.
사랑이냐 우정이냐 그런 마냥 쳐다보긴만 했을 그런 문제가 나에게 일어나자
더 이상 진부하게만 쳐다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내겐 선택 같은건 없었다.
친구를 위해서라는 미명아래, 가식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것이
그리고 잊어야 하는 것이 유일한 나의 선택이라면 선택이었다.
그리고 잊어갔다. 잊었다고 생각했다. 잊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다, 그건 잃어 버렸던 거였다.
다시 찾기 위해서 난 잠시 잃어 버린 것이였다.
나는 기다리고 있었던거다.
호진이 녀석이 어느 날 애인이라면 어떤 여자를 소개하던 그날 호진이의 그녀의 모습 속에서
나의 마음은 잠재의식 속에 숨겨놓은 그녀의 잔상을 찾아내고 있었다.
그 뒤로 난 매일 밤 졸업앨범 속에서 그녀와의 재회를 상상하곤 했다.
그런 날이 아주 여러 날이 지나고 그녀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났었다.
그때도 그녀는 나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무더운 여름날로 기억된다. 5일장이 서던, 어느 날 ,
읍내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던 내 앞을 가로질러 티뷰론 한대가 섰었다.
그리고 나의 이름을 누군가 불렀다.
“ 인혁아 ”
아주 크고 반가운듯한 목소리였다. 주위의 모든 시선이 내게 집중되자 얼굴이 달아올랐다.
“ 인혁아~ 타 ”
소나기의 소년이 조약돌을 주무르면 소녀를 그리워했던 것처럼,
그녀가 내게 생일 선물로 준 필기구를 매일 돌리게 하며,
꿈속에조차 그녀를 그리워하는 나를 볼 것만 같은 아리움으로 잠들게 했던 그녀가 내 앞에 서있었다.
“ 오랫만이야 이렇게 여기서 널 볼줄은 몰랐어 ”
“........................ ”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마치 도둑질을 하다가 들킨 것처럼 몸이 점점 굳어져만 갔다.
“ 어? 왜 그래 나 만난거 하나도 안 반가워? ”
“ 아..... 아니야........... 반가워 그런데 어쩐일이야 ”
“ 응 친구들이랑 용문산에 놀러왔어. 난 좀 일이있어서 좀 늦었어. 그런데 운좋게도 너를 여기서 볼 줄이야. ”
“ 밥은 먹었어......... ? ”
“ 후후, 여전하네 ”
“ 뭐가? ”
“ 넌 항상 할말 없으면 밥먹었냐고 물어보잖아. 그러고 보니 나 밥 안먹었다. 오랫만에 인혁이가 사주는 밥 먹어...................... ”
그녀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아, 이런 인혁아 너 집에 가는 길이었지, 지금 반대로 가고 있네. 네 정신좀 봐 너무 반가워서 정신이 없었어. ”
나 역시 내가 집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도
그리고 지금 집방향과 상관없는 그녀의 목적지로 동행하고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 나도, 잊어 버리고 있었네 ”
“ 그냥 인혁아 같이 갈래? ”
“ 아니야, 여자들끼리 온거 아니였어? ? ”
“ 응 맞아 , 그런데 야아~, 너 많이 변했다. 너 여자 좋아하잖아 ”
“ 하하, 여자는 지금도 좋아해............ 근데, 나 23일 군대가거든, 그래서 인사 다녀야돼 ”
내가 사는 동네는 강을 끼고 있는 아주 작은 동네다,
그래서 어느 집에 숫가락이 몇개가 있는 지까지 서로들 다 알고 살 정도로 가깝게 지낸다.
이웃사촌이란 말이 실감 나는 그런 동네라서 동네 잔치나 굳은일이 있을때마다 서로 찾고 도와준다.
그리고 어느 집에 누가 군대를 갈때면,
동네 집집을 돌아 다니면서 인사를 하는 것이 하나의 풍습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 정말.........너 군대가? ”
“ 응, 그러면 거짓말로 군대 갈까 ”
그녀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 인혁아 너두 밥 안 먹었지? ”
“ 응 ”
“ 그러면 내가 밥살께 ”
“ 아니야, 우리동네고 오랫만에 봤는데 그럴순 없지, 내가 맛난거 사줄께. 뭐 먹고 싶어? ”
“ 안돼. 군대가기전엔 원래 사주는 거 먹는거야 ”
“ 하하 그래, 그럼 뭐 사줄거야 ? ”
“ 인혁아 우리 첨 만나던 날 먹던거 먹자. 기억해? ”
가슴이 아려왔다. 첨 만나던 날? 그녀의 기억속에 아직도 내가 남아 있는 걸까?
호진이 녀석이 남기고 갔던, “ 잘해봐 ” 란 그말의 의미는
그녀 역시 나를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추측 뿐이였는데, 정말 그녀가 나를 좋아하고 있었던 걸까?
“ 하하 라면하고 김밥 ”
“ 너무 심했나........? 호호, 인혁아 뭐 먹고 싶어? ”
“ 우리 두번째 만나서 먹었던 거. 기억나? ”
“ 불낙전골 ? ”
“ 응, 우리 동네에 잘하는데 있어. 그 앞에 커피숍이 있는데 강옆이라 풍경도 괜찮아. 거기 블루마운틴 맛이 꽤 괜찮아.”
“ 기억하고 있었어, 나 블루마운틴 좋아하는 거?”
“ 블루마운틴 좋아했었어? 내가 블루 마운틴을 좋아해서.......... ”
“ 어 이거 무안한 걸................ 난 또 , 인혁이 이쪽으로 가면 되는 거지? ”
“ 응 ”
왜 모르겠니? 만들 수 만 있다면, 내 안에 있는 모든 기억들로도 널 만들 수 가 있을텐데.........
그냥 웃어 넘겼다.
그리고 이제서야 그녀의 얼굴을 쳐다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 거렸다. 난 너에 대해서 하나도 잊어 버린것이 없다.
다시 찾기위해 잠시 잃어 버렸을뿐이였다. 넌 모르겠지. 어제 밤도 꿈속에 조차 너를 그리는 내가 있었다.
밥을 먹고 커피숍으로 향했다.
“ 블루 마운틴하고, 저는 핫초코 주세요 ”
둘이서 잔을 하나씩 들고 밖의 풍경을 쳐다보며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무언의 시간이 흐르다가 그녀가 입을 열었다.
“ 인혁아, 나 너 군대가기 전날에 뭐하는 지 알아? ”
쓴웃음을 지며 그녀가 물었다. 예감이 별로 좋지 않았다.
“ 나 군대가기 전날 ? ”
“ 응 ”
“ 글쎄............. ”
그리고 또 다시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어딘가 단지 미소라고만 하기엔 ......................
그리곤 다시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녀는 입을 열었다. 온힘을 다해 태연한 척해야 하도록 할 말이었다.
내겐 그녀의 사진이 있었다.
내겐 그녀의 주소가 있었다.
내겐 그녀의 전화번호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더 이상 내게 아무런 기대를 주지 못했었다.
밤마다 졸업 앨법속에 해맑게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내 마음속에 용기를 불어 넣고, 그 용기가 내 마음속에 가득찰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마음속에 채운 용기는 이제, 용기를 내어서 그녀를 축복해줘야 하는데 써야 한다.
“ 나 결혼해.......... 너 군대가기 전날에.
성한아 사실 나 너보러 여기 왔어.
애들이 다른 곳에 놀러 가자는 거 내가 일부러 용문산으로 가자고 했어.
그런데 이렇게 우연히 너를 보게 된거야.
있다가 집에 전화 하려고 했었는데............. ”
애써 온힘을 다해 태연한 척했다.
그리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선배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기를 버리고 간 여자가 결혼 전에 연락해왔다는.
알 수 없는 여자들의 심리............. 하지만 나역시 무엇때문인지 묻지 않았다.
그건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은 본능적으로 느끼는 이런 상황에 처한 남자들의 묵시록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젠 정말 어쩔수 없는 거니까.
가질 수 없을 수록 더 가지고 싶어 지는 그 마음 속에서 바라보는 것으로만 만족해야 했던 나에게,
가슴속에 내 가슴속에 이미 그녀로 가득차여 있는 나에게 지금 그녀의 행동과 그녀의 모습은
이제 잃어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잊어야 하는 것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
단지, 과거의 나의 비겁한 모습에 어쩌면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를 그런 일이었지만,
이젠 결혼전에 한번쯤 추억해보고 싶은 그런 거일테니까.
나라는 것은. 하지만, 내게 너는 단 한번의 사랑이여만 하길 간절히 바래 왔다.
죄인의 회개하는 마음으로.
눈을 감고 길을 걷는 것. 그것이 내 삶이었다.
갈 곳을 알지만, 가야하겠지만, 이대로 갈 수가 없어 눈을 감았다.
고 3 그저 책이면 족했던 내 삶속에서 첫 문학 시간은 내게 너무나 가슴깊이 찾아 들어온 사랑이란 것.
단지 어느 어린 시절 소나기 속에 묻어 나고 있던 그 어렴풋했던 사랑의 의미를 나에게 전해 주고 있던
그 문학 시간. 문학 시간은 더 이상 내겐 수없이 아니였던, 선생님의 가르침 그런 건 없는 시간이었다.
내가 철저히 그것을 무시해 버렸으니까.
눈을 감았다. 그 시간이면.......
그리고 문학 수업 첫 시간 아주 훗날 보아야 할 김소월님의 초혼...........
그것이 내 사랑이어야만 할것 같았다.
그 어린 시절 눈을 감으며 나를 불렀던 그 사랑이 너란걸 말하지 못하는 나는 지금 너무 아리기만하다.
니가 내 옆에 서 있었을 땐, 몰랐었다. 떠난 뒤에야 알겠더라.
이별 이란 걸 하던 날 , 돌아 섬에 오는 그 쓰라림,
그것이 소나기를 꿈꾸던 시절의 눈을 감으면 나를 부르던 그 사랑.
그 사랑의 시작이었다.
이제 또 다시 그 일을 반복해야만 할 것 같다.
그러나 이젠 다르겠지,
단지 과거의 추억속에선 난 과거완료형이 되어버려야겠지만,
난 널 기약할 수 없는 현재진행형으로 남겨둔 채 반쪽뿐인 그리움을 켜논채 잠이 들어야 하는 거겠지.
이제 더 이상 하나를 향한 하나의 그리움 속에서 하나만을 그리워 할 수 있는 내 자신을
난 더 이상 꿈꾸는 것조차 안되겠지.
완전치 못한, 그리고 하나이지도 못한 눈물이 되어 버리곤하는 반쪽뿐인 그리움을 켜논채
난 그렇게 잠들어야 하는 거겠지.
너 없는 난 이제 빈설레임에 지친 외로움이란 걸 알아야하기에.......
나에게
"다시는 " 이란말이
"가장 " 이라는 말이
"마지막 " 이란 말 또한
너무 어울려야 했던 너를...........
그런 너를 위해 이젠 표현해선 안됐고,
이젠 더더욱 표현해선 안될 사랑이란 이름으로 내가 영원하길 바랬던 그 이름이 그
누군가와 이루어지게 해달라 기도하며, 너의 행복을 빌어야겠지.
이제 너를 향한 내 사랑이란 한 낮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미련이란 것일테니까.
그녀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그렇게 무너져갔다.
한참동안 어색한 분위가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 내가 꺼낸 말이라곤 ..........1
“ 축하해, 행복하게 잘 살아 ”
“ 인혁아.......... 와 줄거지 ? ”
“ 응 ”
가지말아야한다고 마음속에선 그렇게 말하지만,
이제 이대로 그녀를 정말 잊어야 할 거라면,
그녀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 웨딩 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