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음주생활

꽁알꽁알 병아리2004.04.22
조회691

결혼한지 5개월...

우리 신랑 맞벌이라 집안일도 잘 도와주고, 까탈스런 제 성격도 맞춰주려고 노력하고...

그치만 제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건 술마시면 정신을 못 차린다는거죠

저도 결혼 전, 한 음주 하던 사람이라 술자리의 즐거움을 알기에 남이라면 이해하겠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기 전, 술마시면 끝장을 보고, 전화끄고 사라지는 버릇땜에 몇번이고 결혼을 다시 생각했던 터라, 남편의 음주에 민감해지더라구요

술자리 있다고 하면, 오늘 또 싸우겠구나...하는 맘에 그 전날 밤에는 악몽에 시달리구 당일날 하루종일 일이 손에 안 잡히구요...

얼마 전, 술마시고 집안 물건 부수고(물론 제가 바득바득 소리를 질러서 그렇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울엄마한테 가서 정신과 치료라도 받겠다고 싹싹 빌며, 저에게는 술을 끊겠다구 시키지도 않은 선언을 하더군요. 이 사람, 약속이라면 기를 쓰고 안 지키는 사람이라 믿지는 않았지만 그래두 자기도 사람인데 좀 나아지겠지... 생각했습니다

어제는 새벽 1시까지 야근을 하고, 지쳐지쳐 집에 들어갔더니 역시나 술마신다고 집에 안 들어왔더군요.

남편이 밖에서 술마시면, 이 인간, 또 끝장보고 어디서 쓰러져 잠들려나... 무슨 사고는 안 치려나... 도통 잠을 이룰 수 없는 저, 오늘 아침 또 새벽 출근을 해야겠기에 어제만큼은 일찍 들어와달라 사정을 했었습니다. 물론 저에게 돌아온건 호기있는 대답, " 12시까지 들어간다니까~ 믿어보라구~~~" 였구요

술을 마시고 안마시고, 혹은 늦게 들어오고 안 들어오고를 떠나서 매사 약속은 땅콩 까먹듯 잘도 까먹어버리는 그 성격이 너무 너무 싫었죠.

전화해서 한마디 했습니다. "설마 설마 했는데, 또 약속 안지키네. 들어오든 말든 맘대로 해"

2시가 좀 넘어 들어오더라구요

뭐라는 줄 아세요? 제가 그러고 전화를 끊었더니 아주 좋더랍니다. 실컷 술 마셔도 되겠구나~ 하는 맘에...

그 말에 너무 기가 차서, 당신 와이프는 피곤해 죽겠는데다가 속은 뒤집어지는데, 오빠는 그러고 술마시니까 맘이 편해? 했더니

응~ 나는 정말 맘이 편했어... 라고 대답합디다

오빠, 이러지 말라구..나 넘 힘들단 말야...라고 사정해도

이불 뒤집어 쓰면서  나는 기분 좋은데~~ 라며 빈정빈정 대는 남편을 보다가 울컥 울음이 나오더라구요.

하루이틀 멀다하고 허구헌날 술마시면 정신 못차리는 남편... 자기땜에 출근해서도 너무 너무 피곤한 나를 어쩜 이리 생각을 안하나... 나라고 결혼했다고 회식이다 친구들 모임이다 안나가고 싶어서 안나가는 줄 아나... 하는 맘에 이런 저런 생각이 미친듯 떠오르더군요

오빠, 나 요즘 고민있어~ 라고 하면 응 그래? 하고 티비만 보면서, 친구든 동료든 누구 하나 무슨 일 있다하면 만사 제껴두고 술한잔 기울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편

작은 약속이든 큰 약속이든 그 순간만 모면하려고 시키지도 않은 약속들을 남발해 놓고서는 나중에는 나몰라라 자기 멋대로인 남편....

너무나 화가 나서 주섬주섬 옷 챙겨입고 현관문을 나가려는데...

신랑이 부르더군요

나갈 때 나가더라두, 나 물 한 잔 떠다주고 나가....

그 말에 저 정말 돌아버렸습니다

내가 왜 저 인간땜에 나가야 하나... 억울하더라구요

다시 들어가서 엉엉 울며 화를 냈죠

나 요즘 회사땜에도 넘 힘들어. 오빠까지 이러면 어떡해~~~

이불 뒤집어쓰고 아..졸립다..만 남발하고 있는 남편 붙잡고 화를 냈더니

저한테 그러더군요

나 회사 때려칠거야...

회사 다니는게 무슨 유세입니까? 누구는 회사 안 다닙니까?

무슨 일만 터지면 내세우는게 회사 때려칠거야 입니다

아마도 그러면 제가 오빠 왜이리~ 이러지 마~~ 라고 할거라 생각했을까요?

도대체 이 사람, 결혼하고 나서 티끌만큼의 책임감이라도 생겼을까... 도대체 나이가 몇이길래 이토록 자기 멋대로일까...하는 생각에 상종 못하겠다... 이 생각 뿐이더라구요

안방으로 들어와 문 잠그고 잤습니다

내가 왜 저 사람땜에 다음날 회사일까지 지장받아야 하나... 결혼해서 잃은 것 투성이라 안그래두 억울한데 왜 내 속만 끓이나... 하고 말이죠

오늘 아침, 미안해 미안해, 문따고 들어와 침대로 기어들어오는 남편에게 대꾸 한마디 안하고 출근준비하고 나섰습니다

며칠째 계속되는 야근에 어제는 새벽 4시까지 울다 잠들어서 쓰러질 거 같은 몸을 이끌고 나오는데 울컥 서럽더군요

이러려고 결혼했나... 저렇게 하고싶은대로 다 해놓구 언제나 그렇듯 담날 아침 미안하다는 말로 어영부영 넘어가는 사람... 그러고 나서 며칠만 지나면 또 언제 미안하다 그랬냐는 듯 첨부터 다시 시작하는 사람하고 살고싶어서 결혼했나...하는 생각에 말이죠

지금 남편은 1시가 넘어서까지 출근은 안하고 집에서 자고 있더군요

하긴, 와이프 한명에게도 책임감 없고, 작은 약속조차도 책임감 없는 사람이 사회에 무슨 그리 책임감이 있겠냐만은...

제 신세에 한숨만 나옵니다

울어도 소용없고, 사정해도 소용없고, 성질을 부려도 소용없는 남편의 음주...

한번 시작했다 하면 죽어라 달려야 직성이 풀리는 남편... 술 잘 마셔야 멋진 남자라 생각하며 여기저기 술자리에서 호기부리는 남편...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늘 맘 약해서 다음날 미안하다고 말하면 스르르 풀렸지만

이번만큼은 독하게 맘먹으려 합니다

이게 맞는 방법인지는..저도 모르겠지만요...

이런 문제, 해결하신 문 있으시면 조언 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