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에서 울려퍼진 트로트 . 어쩔;;

풀풀2009.04.21
조회394

주말에 경주에 다녀왔습니다. 토요일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일요일은 불국사에 갔었죠. 가는 길에 차가 많더군요.

불국사 주차장은 주차비 4,000원 이라는데, 올라가는 길 일차선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주차해 놓은 차들이 많더군요. 그 사이를 운전하는 대형버스의 기사님은 정말로

존경스럽더이다.

꼬불꼬불 한참을 올라갔는데, 불국사앞에서 차를 댈 곳이 없다고 진입을 막더라구요.

그래서 그대로 계속 올라 석굴암으로 갔습니다. 원래는 안 가려고 했는데 말이죠.

입장료 4,000원 내고 들어간 석굴암은 정말 "석굴암"밖에 없었지만,

산책같은 등산을 하고, 경주 시내도 내려다 보며 좋았습니다.

 

그길로 내려오니, 차들이 좀 빠졌는지 불국사에 주차가 가능하기에 입장했습니다.

자랑스러운 세계문화유산 불국사에 입장료 4,000원을 내고 입장합니다.

불국사에서 울려퍼진 트로트 . 어쩔;;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곧 석가탄신일이어서 그런가보다 했지만, 아니더라구요.

불국사에서 울려퍼진 트로트 . 어쩔;;

 

때마침 오늘이(4월 19일) 24회 불국사 어린이 그림그리기&글짓기 대회이었죠.

매표소에 이런 안내문이 붙어있는 것을 나와서야 봤습니다.ㅠ

불국사에서 울려퍼진 트로트 . 어쩔;;

 

뭐 어쨋든 멀리서 왔으니, 들어갑니다.

입구에서 부터 양쪽 잔디에 미술학원 플랭카드가 곳곳에 걸려있고,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서 도시락을 까먹으며, 그림도 그리고, 글 쓰는 아이들과

가족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아이들은 뛰어다니고, 어른들은 돗자리에 누워 자고 있고,

뛰어다니는 어린이들 사이로 묵묵히 그림 그리는 어린이들이 있는가 반면,

아이들 그림대회에 왜 이리 엄마들이 대신 그려주시는지 ...

 

그래도, 여기까진 좋았습니다.

세계문화유산이지만, 경주시민들은, 문화유산을 공원처럼.. 이렇게 피부로 가까이

느끼면서 현재로 살아가고 있구나 싶어서.

우리야 서울에서..나름 큰 마음먹고 방문했지만. 중학교 수학여행 이후로 20년만에

방문한 거지만, 이들은 이곳이 우리동네 중앙공원 같은 분위기 일수 있겠구나 싶어서.

 

아주 쪼끔 씁쓸한 마음으로 경내를 향해 걸어가는데,

어디선가 구수한 음악소리가 들리더군요. 뽕짝뽕짝~!!


불국사에서 울려퍼진 트로트 . 어쩔;;

그림그리기,글짓기 대회만이 아닌가 봅니다.

무대를 만들어 놓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았습니다. 신나는 댄스음악이 흘러나옵디다.

우린 이걸 보러온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ㅠㅠ

 

서둘러 이곳을 피해 다보탑과 석가탑을 보러 올라가니,

안 쪽에도 여전히 돗자리 깔고 있는 가족들로 넘쳐 나고

다보탑은 보수 수리중이고, 수리중인 다보탑을 올라가볼수 있게 해 놓은 설치물 계단을

아이들이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불국사에서 울려퍼진 트로트 . 어쩔;;

 

사회자의 안내 멘트가 나옵니다. "춤 잘 추는 어린이 무대로 올라오세요~~"

이제 막춤 경연대회를 시작합니다.

불국사에서 울려퍼진 트로트 . 어쩔;;

이번엔 부모님과 함께 올라와서 뭘 하던데,

얼굴이 화끈거려서 제대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소란스러운 불국사라니....
불국사에서 울려퍼진 트로트 . 어쩔;;

더이상 있을 수 없어 입장한지 10분도 되지 않아, 그냥 나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초대가수가 나오는 분위기인가 봅니다.

사회자의 안내멘트도 거창했습니다. TV에서 많이 봤을 거라며 등장한 어린이 1人.

머리스타일이며 무대의상이며 범상치 않더군요. 제대로 못 들었는데,

그냥 보기에도 초등학교 2학년도 채 되지 않은 듯한 작은 아이였어요.

노래 시작합니다.

불국사내에 구성진 노랫가락이 울려퍼집니다.

"무조건 무조건이야~~"  한곡 더 들어본답니다. "오빠한번 믿어 봐아아아~~~"

저는, 그 노래 처음부터 끝까지 듣기는 처음입니다 ;;

마지막 앵콜로 무슨 기러기를 찾던데요.

노래가 끝날때마다 간주에 곁들어진 어린이 1人의 구성진 멘트.

"여러분~~~ 건강하십시오~~~"

"여러분 성불하세요~~~"

불국사에서 울려퍼진 트로트 . 어쩔;;

불국사를 생각하면, 다보탑..석가탑...과 함께,

멋모르던 중학교 수학여행때 단체사진 찍던 저자리...

나이들고 보니 그리운 마음까지 들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생각하고 갔건만..

이게 웬일입니까..

 

외국인도 정말 많았는데, 많이 창피했습니다.

외국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문화유산만은 아니지만, 막춤과 트로트는 너무 심하다고

생각되어 얼굴이 너무 화끈거리고,, 화가 났습니다.

24회나 되는 전통있는^^; 행사겠죠. 물론 설마 매년 이렇게 무대 설치하고

음악을 틀어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멀리있는 문화유산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체험하는 문화유산이 더 의미있는 것이겠죠.

그래도 이런 무대까지는 너무 심하지 않았나 싶네요.

매표소에 안내문은 있었지만, 이정도 인줄을 몰랐으니까요.

아이들이 너무 뛰어다녀서 제대로 무엇을 보기도 힘들정도 였습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럼 이런날은 일반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할인해준다던가, 무료로 한다던가 하는 편의라도 제공하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매표소의 안내문 한장은 정말이지, 너무 성의없어 보였습니다.

너무 정신없는 불국사를 서둘러 빠져나오면서 너무 씁쓸했습니다.

무대를 바라보고 계시던 스님이 한분 계셨는데, 어떤 기분이신지 여쭙고 싶었습니다...

 

언제 또 경주에 가서 불국사를 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이번 여행에서의 이 충격은 쉽사리 지워질 것 같지 않네요.
오빠한번 믿어봐~~를 외치는 아이의 손동작도 함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