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는 이미 10대에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할 정도의 천재적인 과학도로서 촉망 받고 있는 어린이였다. 전 세계의 엘리트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 그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몰려드는 인사들 때문에 그의 집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의 집은 목장이 있는 수 만평이나 되는 대 저택이었다. 그는 대 부호의 외동 아들에 천재적이 두뇌를 가진 부족한 것이 없는 그러한 사람이었다.
그는 매일매일의 하루 일과가 너무 무료했다. 수 많은 수학자, 물리학자들이 그에게 들고 온 문젯거리들은 그를 너무 따분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끔 찾아오는 심리학이나 철학, 생물학 관련 인사가 찾아오면, 그는 아예 만나보지도 않았다. 그는 그러한 사람들을 지식을 낭비하는 사람들로 치부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유일한 낙은 정말기계를 조립하는 것이었다. 분해했다가는 재 설계해서 다시 조립하고 그 기계에 컴퓨터 칩을 이용해서 감정을 가진 칩을 만들거나 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렇게 만든 컴퓨터를 저능아를 놀리듯 노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아! 지루해… 이 장난감은 재미있지만… 너무 지능이 떨어진단 말야… 젠장…”
그는 지금까지 놀던 로봇을 다시 분해하고 하드를 포맷해 버렸다.
“아이 따분해…”
그는 그렇게 천장을 무료하게 바라보다가 다시 무엇인가 재미난 생각이 난 듯, 로봇을 다시 조립하더니… 로봇의 칩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는 밤이 새는 줄 모르고 새로운 창조작업에 몰두해 있었다.
다음날.
정후는 졸린 눈으로 창 밖을 내다 보았다. 마부가 새로 들여온 말을 길들이고 있었다. 정후는 그 새로운 일에 흥미를 느낀 듯, 밤새 하던 작업을 팽개치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그리고 아직 길들여 지지 않은 말에 억지로 안장을 얹어 달라고 떼를 써서는 결국 그 말을 타고 나갔다.
정후는 달리고 있었다. 아직 그다 가 보지 못한 세계를 향해서…
해가 지도록 정후가 돌아오지 않자 저택은 온통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소란스러워 졌다. 모든 사람들이 정후를 찾아 목장과 목장 주변의 산과 마을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정후의 아무런 흔적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며칠 후.
정후는 눈을 떴다. 그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자신의 방이었다. 그는 천천히 생각을 되짚어 보았다.
‘그래… 낙마를 했었지…’
그의 시야에 작업하다 만 로봇이 구석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정후는 로봇을 보자 다시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 생각을 곧 실천에 옮기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는 다시 로봇을 마저 완성하기 위해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그는 로봇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그의 몸은 이미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
그는 누구인가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부르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드리지 않았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생각 뿐이었다.
‘…이…’
정후는 그날 처음으로 공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39
정후는 몇 년 째 들것에 실려서 전 세계를 헤매고 있었다. 그의 부모는 치료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그를 치료하려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나 몇 년에 걸친 그러한 수고는 이제 모두 헛된 것이 되어 버렸다.
그가 집에 다시 돌아온지도 벌써 5년이 다 되어갔다. 정후에게 누워 만 있어야 하는 현실은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는 그렇게 죽어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집에 돌아온 지도 이미 5년이 되었고, 그러는 동안… 이제 그의 방을 찾는 사람은 간병하는 하인 하나와 아버지 밖에 없었다. 애초에 몸이 약했던 어머니는 이미 5년 전 더 이상 아무런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삶의 희망을 잃고 절망에 빠져 누워 앓다가 소리소문 없이 돌아가셨다.
어느날 정오.
아무도 오지 않는 정후의 방… 부르는 자도 대답하는 자도 없는 침묵하던 그의 방에 고요한 적막을 가르는 한 가닥 쇠가 나무 바닥에 부딪쳐 심하게 울리는 전음이 울렸다. 그리고 그 소리의 울림을 쫓아 정후는 목석처럼 누웠던 전신에 힘을 쏟아 넣고 있었다. 그는 너무나 오랫동안 들어보지 못한 쇠의 울림이 나는 쪽을 바라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돌려 본 동공에 비쳐진 것은 흐릿하고 흉물스럽게 녹슬어 버린 쇠 덩어리 였다. 정후는 초점을 맞춰서 다시 바라 보았다. 그곳에 넘어져 있는 것은 자신이 8년 전에 만들다 미처 완성하지 못한 로봇이었다.
다음날.
그의 방에 올라온 아버지는 무심히 넘어진 로봇을 다시 구석으로 치워 버렸다.
그날 정오.
로봇은 다시 정후에게 쇠의 울림을 전해주었다.
다음날 아침.
아버지가 다시 로봇을 구석으로 치웠다.
그리고 정오.
로봇은 다시 넘어졌다. 그리고 그 넘어지는 주기는 점점 더 짧아지고 있었다. 정후는 그 울림이 자신에게 생명을 불러넣는 듯… 정신을 맑게 하고 있다는 것을 문듯 깨달았다. 그리고 로봇이 넘어진 바닥을 바라 보았다. 로봇이 넘어진 그곳은 창가에 가까운 자리… 항상 빛이 들어오는 자리였다. 힘겹게 빛을 향해 넘어지는 로봇을 보며 정후는 생각했다.
‘그런 거니… 너도… 나처럼 생각이 살아 있었던 거니…’
다음날.
정후의 방에 들어온 아버지는 또 다시 로봇을 구석으로 치우려 했다. 그때 로봇이 자의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로봇은 본능적으로 거부하고 있었다. 그러한 로봇의 자의적 행동에 아버지는 놀라서 그만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정후의 아버지가 넘어져 있는 사이 로봇은 사력을 다해 창가 쪽으로 더욱 다가갔다. 그리고 그러한 로봇을 그의 아버지는 더 이상 어찌하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동안의 침묵과 함께 로봇이 햇살을 받고 있는 사이 정후는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곳 로봇의 모니터에 한 줄의 글을 출력 되었다.
‘충전 중이니… 저를 그냥 두세요.’
정후의 아버지는 그 내용을 읽고는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로봇은 정후의 아버지에게 다음 의사를 전달해 왔다.
‘그리고 내일부터 주인님은 제가 돌보겠습니다. 하인은 필요 없습니다.’
정후의 아버지는 계속 말을 잊지 못한 채 입을 벌리고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너… 너는 도대체…”
‘저는 이정후님의 최후의 작품입니다.’
“…”
정후는 로봇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랬던 거니… 바닥난 내부 전원으로 계속 창가로 나오려 한 것… ’
아버지는 정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눈가에 눈물이 맺힌 아들의 모습을 보며, 로봇의 바람이 아들의 바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저녁… 로봇은 정후의 뇌에 자신에게 장착 된 스캐너를 올려 놓았다.
‘저는 당신이 뇌파를 분석해서 주인님과 대화를 할 겁니다.’
‘이거 놀라운데…’
‘왜 놀라시죠? 당신이 프로그램한 것인데…’
‘난… 완성하지 않았어.’
‘제가 스스로 했습니다. 8년이나 걸렸죠.’
‘굉장해… 정말…’
그 둘은 서로 움직일 수 없는 공간에 가두어 진지 8년만에 처음으로 대화라는 것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 둘은 수년동안 쌓여온 긴 해후를 하기 시작했다.
또 다시 10년 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제 정후의 아버지 마저 돌아가시고, 그에게 남은 것은 막대한 유산 뿐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모든 유산에 대한 법적 절차가 마무리 되자 정후는 집안을 관리하는 모든 사람을 해고하고 외부와의 모든 접촉을 차단한 채 자신의 저택에 은거해 버렸다. 정후는 어차피 10년이 넘도록 얼굴 한번 비치지 않던 일가친척과 사람들에게 아무런 마련이 없었다. 그에게는 이미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감정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에게 유일하게 감정을 가지고 대하는 것은 과거도 현재도 오직 로봇 뿐이었다. 그리고 미래에도 그에게 감정을 가지고 대해주는 존재는 오직 이 로봇 하나 뿐이어도 좋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수 만만평의 대 저택에 정후와 로봇만 남게 되었다.
어느날 정후는 로봇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어서 와…”
정후의 로봇은 스스로 자신의 외형을 변형시켜서 정후의 어머니를 닮은 인간형의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후는 로봇이 설계하고 제작해준 헬멧을 머리에 쓰고 있었다. 그 헬멧은 정후의 뇌파를 전달 받아서 그 정보를 음성으로 변환해서 외부로 전달해 주고 있었다.
D&W 2주 (#38 & 39 : 정후의 추억 (1)(2))
#38
유채와 주한이 태어나기 80여년 전.
이정후는 이미 10대에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할 정도의 천재적인 과학도로서 촉망 받고 있는 어린이였다. 전 세계의 엘리트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 그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몰려드는 인사들 때문에 그의 집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의 집은 목장이 있는 수 만평이나 되는 대 저택이었다. 그는 대 부호의 외동 아들에 천재적이 두뇌를 가진 부족한 것이 없는 그러한 사람이었다.
그는 매일매일의 하루 일과가 너무 무료했다. 수 많은 수학자, 물리학자들이 그에게 들고 온 문젯거리들은 그를 너무 따분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끔 찾아오는 심리학이나 철학, 생물학 관련 인사가 찾아오면, 그는 아예 만나보지도 않았다. 그는 그러한 사람들을 지식을 낭비하는 사람들로 치부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유일한 낙은 정말기계를 조립하는 것이었다. 분해했다가는 재 설계해서 다시 조립하고 그 기계에 컴퓨터 칩을 이용해서 감정을 가진 칩을 만들거나 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렇게 만든 컴퓨터를 저능아를 놀리듯 노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아! 지루해… 이 장난감은 재미있지만… 너무 지능이 떨어진단 말야… 젠장…”
그는 지금까지 놀던 로봇을 다시 분해하고 하드를 포맷해 버렸다.
“아이 따분해…”
그는 그렇게 천장을 무료하게 바라보다가 다시 무엇인가 재미난 생각이 난 듯, 로봇을 다시 조립하더니… 로봇의 칩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는 밤이 새는 줄 모르고 새로운 창조작업에 몰두해 있었다.
다음날.
정후는 졸린 눈으로 창 밖을 내다 보았다. 마부가 새로 들여온 말을 길들이고 있었다. 정후는 그 새로운 일에 흥미를 느낀 듯, 밤새 하던 작업을 팽개치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그리고 아직 길들여 지지 않은 말에 억지로 안장을 얹어 달라고 떼를 써서는 결국 그 말을 타고 나갔다.
정후는 달리고 있었다. 아직 그다 가 보지 못한 세계를 향해서…
해가 지도록 정후가 돌아오지 않자 저택은 온통 벌집을 쑤셔 놓은 듯 소란스러워 졌다. 모든 사람들이 정후를 찾아 목장과 목장 주변의 산과 마을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정후의 아무런 흔적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며칠 후.
정후는 눈을 떴다. 그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자신의 방이었다. 그는 천천히 생각을 되짚어 보았다.
‘그래… 낙마를 했었지…’
그의 시야에 작업하다 만 로봇이 구석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정후는 로봇을 보자 다시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 생각을 곧 실천에 옮기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는 다시 로봇을 마저 완성하기 위해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그는 로봇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그의 몸은 이미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
그는 누구인가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부르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드리지 않았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생각 뿐이었다.
‘…이…’
정후는 그날 처음으로 공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39
정후는 몇 년 째 들것에 실려서 전 세계를 헤매고 있었다. 그의 부모는 치료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그를 치료하려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나 몇 년에 걸친 그러한 수고는 이제 모두 헛된 것이 되어 버렸다.
그가 집에 다시 돌아온지도 벌써 5년이 다 되어갔다. 정후에게 누워 만 있어야 하는 현실은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는 그렇게 죽어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집에 돌아온 지도 이미 5년이 되었고, 그러는 동안… 이제 그의 방을 찾는 사람은 간병하는 하인 하나와 아버지 밖에 없었다. 애초에 몸이 약했던 어머니는 이미 5년 전 더 이상 아무런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삶의 희망을 잃고 절망에 빠져 누워 앓다가 소리소문 없이 돌아가셨다.
어느날 정오.
아무도 오지 않는 정후의 방… 부르는 자도 대답하는 자도 없는 침묵하던 그의 방에 고요한 적막을 가르는 한 가닥 쇠가 나무 바닥에 부딪쳐 심하게 울리는 전음이 울렸다. 그리고 그 소리의 울림을 쫓아 정후는 목석처럼 누웠던 전신에 힘을 쏟아 넣고 있었다. 그는 너무나 오랫동안 들어보지 못한 쇠의 울림이 나는 쪽을 바라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돌려 본 동공에 비쳐진 것은 흐릿하고 흉물스럽게 녹슬어 버린 쇠 덩어리 였다. 정후는 초점을 맞춰서 다시 바라 보았다. 그곳에 넘어져 있는 것은 자신이 8년 전에 만들다 미처 완성하지 못한 로봇이었다.
다음날.
그의 방에 올라온 아버지는 무심히 넘어진 로봇을 다시 구석으로 치워 버렸다.
그날 정오.
로봇은 다시 정후에게 쇠의 울림을 전해주었다.
다음날 아침.
아버지가 다시 로봇을 구석으로 치웠다.
그리고 정오.
로봇은 다시 넘어졌다. 그리고 그 넘어지는 주기는 점점 더 짧아지고 있었다. 정후는 그 울림이 자신에게 생명을 불러넣는 듯… 정신을 맑게 하고 있다는 것을 문듯 깨달았다. 그리고 로봇이 넘어진 바닥을 바라 보았다. 로봇이 넘어진 그곳은 창가에 가까운 자리… 항상 빛이 들어오는 자리였다. 힘겹게 빛을 향해 넘어지는 로봇을 보며 정후는 생각했다.
‘그런 거니… 너도… 나처럼 생각이 살아 있었던 거니…’
다음날.
정후의 방에 들어온 아버지는 또 다시 로봇을 구석으로 치우려 했다. 그때 로봇이 자의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로봇은 본능적으로 거부하고 있었다. 그러한 로봇의 자의적 행동에 아버지는 놀라서 그만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정후의 아버지가 넘어져 있는 사이 로봇은 사력을 다해 창가 쪽으로 더욱 다가갔다. 그리고 그러한 로봇을 그의 아버지는 더 이상 어찌하지 못하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동안의 침묵과 함께 로봇이 햇살을 받고 있는 사이 정후는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곳 로봇의 모니터에 한 줄의 글을 출력 되었다.
‘충전 중이니… 저를 그냥 두세요.’
정후의 아버지는 그 내용을 읽고는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로봇은 정후의 아버지에게 다음 의사를 전달해 왔다.
‘그리고 내일부터 주인님은 제가 돌보겠습니다. 하인은 필요 없습니다.’
정후의 아버지는 계속 말을 잊지 못한 채 입을 벌리고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너… 너는 도대체…”
‘저는 이정후님의 최후의 작품입니다.’
“…”
정후는 로봇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랬던 거니… 바닥난 내부 전원으로 계속 창가로 나오려 한 것… ’
아버지는 정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눈가에 눈물이 맺힌 아들의 모습을 보며, 로봇의 바람이 아들의 바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날 저녁… 로봇은 정후의 뇌에 자신에게 장착 된 스캐너를 올려 놓았다.
‘저는 당신이 뇌파를 분석해서 주인님과 대화를 할 겁니다.’
‘이거 놀라운데…’
‘왜 놀라시죠? 당신이 프로그램한 것인데…’
‘난… 완성하지 않았어.’
‘제가 스스로 했습니다. 8년이나 걸렸죠.’
‘굉장해… 정말…’
그 둘은 서로 움직일 수 없는 공간에 가두어 진지 8년만에 처음으로 대화라는 것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 둘은 수년동안 쌓여온 긴 해후를 하기 시작했다.
또 다시 10년 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이제 정후의 아버지 마저 돌아가시고, 그에게 남은 것은 막대한 유산 뿐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모든 유산에 대한 법적 절차가 마무리 되자 정후는 집안을 관리하는 모든 사람을 해고하고 외부와의 모든 접촉을 차단한 채 자신의 저택에 은거해 버렸다. 정후는 어차피 10년이 넘도록 얼굴 한번 비치지 않던 일가친척과 사람들에게 아무런 마련이 없었다. 그에게는 이미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감정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에게 유일하게 감정을 가지고 대하는 것은 과거도 현재도 오직 로봇 뿐이었다. 그리고 미래에도 그에게 감정을 가지고 대해주는 존재는 오직 이 로봇 하나 뿐이어도 좋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수 만만평의 대 저택에 정후와 로봇만 남게 되었다.
어느날 정후는 로봇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어서 와…”
정후의 로봇은 스스로 자신의 외형을 변형시켜서 정후의 어머니를 닮은 인간형의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후는 로봇이 설계하고 제작해준 헬멧을 머리에 쓰고 있었다. 그 헬멧은 정후의 뇌파를 전달 받아서 그 정보를 음성으로 변환해서 외부로 전달해 주고 있었다.
“여기 내 곁에 앉아…”
“네. 주인님.”
로봇은 그가 누워있는 침대에 걸쳐서 앉았다.
“내 손을 잡아줘”
로봇은 정후의 손을 잡았다.
“이제부터는 널… 수진이라 부를게…”
“그게 뭐죠?”
“이름이야…”
“이름?”
“그래… 네 이름… ”
“지금까지 제 이름은 X-zero 아니었나요?”
“아니… 이제 그 이름은 버려… 넌 이제 로봇이 아니라… 내 친구니까…”
“친… 구…”
“그래… 친구…”
로봇은 새로운 의미가 담긴 두 사람의 관계에 관해서 정립해 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