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때마다 미치겠어요

밥 좀 먹을게요200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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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 글을 쓰려다 왠지 추접스러운 것 같아 맘을 접곤했었는데
지금도 제 앞에서(책상이 마주보게 놓여있습니다요~)
직접 손가락을 입에 넣어 어금니에 낀 음식물을 손톱으로 빼면서
"츱 - 츱 ---쪽 --- " 소리를 내고 계시는 걸 보니 도저히 비위가 상해서 안 되겠네요

 

인사가 늦었는데요 저는 이십대 막차를 타고 있는 직장녀 입니다.
지금 회사는 올 해 1월 2일자로 경력직으로 입사했어요
직원 수는 300명 가량되지만 대부분 각 사업장에 계시구요
본사 인원은 몇 명 되지 않아요 특히나 저희 팀 여자는 저 혼자에요

회사 특성 상 여(女)가 드문 편이라
공주 대접까지는 아니어도 배려 많이 해주려 애 써주셔서 달리 힘든 건 크게 없는데...
앞서 말씀드린 저희 부장님 때문에 아주 비위가 상해 죽겠네요


그게 ... 식사할 때마다 음식을 숟가락으로 드세요....ㅜㅡ

그럼 국자로 먹냐? 하시겠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점심 때 보통 부장님이 "식사하러 가지" 하시면 다들 일어나는 패턴인데요
오전 업무 마무리하고 느즈막히 식사를 하기 때문에
다른 부서 분들이 거의 식사를 마치고 들어오실 때 쯤에
저희 팀원만 따로 식사를 하죠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보통 반찬들을 먼저 셋팅해주시잖아요
그러면 에피타이저 삼아 그냥 집어 드시면 좋으련만
숟가락으로 반찬을 드신다는 거에요 ㅡㅜ

숟가락으로 뜨기 힘든 나물같은 반찬은 젓가락을 쪽쪽 빨아
접시에 놓인 전체를 구석구석 뒤집고

빨래 털듯 털었다놨다 젓가락 한 번 빨고 다시 풀어 헤친 다음 제일 아래에서 집어드시구요

부대찌개나 전골류 처럼 커다란 냄비에 한꺼번에 끓여서 각자 들어먹는 음식,
... 역시나 숟가락으로 드세요

그것도 주메뉴 나오기 전에 반찬 퍼(?) 드시던 숟가락으로
찌개가 나오면 끓기 전부터 구석구석 휘휘 젓으시고
비위가 상해서 몇 번을 "제가 덜어드릴까요?" 해도
"아니에요 제가 알아서 먹을게요"하시면서 기어이 숟가락으로...

 

특히 자주 가는 식당이 있는데
그 식당은 테이블당 계란찜을 하나씩 서비스로 주시거든요
어제는 계란찜이 나오자 입에 넣어 빨고 계시던 숟가락으로
계란찜을 바닥 부터 뒤집어 잘게  - 거의 죽 상태가 될 만큼- 부시고 계시는데
눈물 날 거 같았어요

 

먹는 거 가지고 그러다고
저더러 나뿌다 하시면 드릴 말씀 없지만
매일매일 점심 때마다
맨밥에 딱 제 대접에 놓인 국만 가지고 식사를 하는 제 슬픔을 아실런지..

어쩌다 바빠서 사무실에 중국음식 시켜 후다닥 먹을 때가
저에겐 그나마 제일 다행인 식사에요
중국음식은 한 그릇 음식이라 각자 먹잖아요
물론 단무지랑 김치는 못 먹죠
드시던 안드시던 입에 대신 젓가락으로 전체를 헤집어 놓으시니까요

 

제가 입사하기 전에 남직원들끼리 오래 생활하셔서 그런지
팀원들이 대부분 선후배 등 인맥관계라서인지
아님 상사라서 인지(이게 제일 크겠죠)
이 문제를 다른 분들은 별루 신경 안쓰시는 거 같아요

 

최종 면접까지 통과하고 처음 인사드렸던 자리에서
'생각보다 젊으시구나' 생각했던 한편
인상적이었던 게 살짝 심한 토끼이빨에 유난히 황니이셨단 거였는데

이제 매 식사 때마다 부장님 입만 보이네요

돌출 치아라서 인지 유난히 앞니에 고춧가루 등 음식이 잘 끼는데

그 입에 들어간 숟가락으로 반찬이며 찌개를 해집어 놓으신다는 겁니다.

 

그렇게 비위 상해서 식사 끝내고 돌아오면
사무실에서 어찌나 '추릅 추릅 - 쩝- 쩝 - '거리시는지
그냥 양치를 하시면 좋으련만
기어이 어떠한 도구 없이 치아에 낀 음식물들을 제거하시려고 하시네요

 

제가 유난스러운건가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자연스럽게
음식을 젓가락으로 드시게 할 수 있을까요?
안 드실거면 반찬들을 내버려두시지 왜 기어이 다 헤집어 놓으시는 건지...
으앙~

저 좀 도와주세요

점심 때 마다 미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