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1. 그렇게 도착했다.

무늬만여우공주200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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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렇게 도착했다 ...

 

배가 남산만했다. 임신 8개월로 낯선 아르헨티나에 도착했다.

첨에 이민 간다는 말에 낯선 나라에서 멋진 영화의 한장면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푸훗~

23살 어린 나이에 뭐 철들었던 사람이 있으면 할말없지만 난 아무 생각 없는 나이였다.

목표도 목적도 그냥 하루 즐겁게 행복하게 성실하게 살면 그뿐인 꿈없는 젊은이였을뿐...

대학 동창들은 졸업도 안하고 도망치듯 결혼하여 이민가는 날 불쌍하게 혹은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봤다.

 

아르헨티나의 풍경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남편의 혹독하리만치 나쁜 평가를 받아 내가 남편에게 들었던 그 풍경에 비하면 멋질 정도로 이국적이었다.

나중에 남편은 내가 너무 실망할까봐 일부러 과장해서 나쁘게 말했다곤 하지만, 전쟁이 없던 나라라 커다란 나무들이며 맑은 공기, 지나가는 사람들이 탤런트들처럼 쭉쭉빵빵 잘생긴 것에 놀래기도 했다. 뚱뚱하고 못난 사람도 더러 있었지만 말이다.

벽에 페인트로 낙서된 것도 이상한 취미도 있구나 하는 무덤덤함으로 지나쳤다.

 

남편이 미리 설명해줬던 시부모님과 살 집은 그야말로 궁궐같았다. 어디 한국에서 이런 집에서 살 수 있으려나.

ㅎㅎㅎ 참고로 난 가난한 집 딸래미였다. 게다가 흙을 가까이하며 뒹굴었던 촌아이였기도 하다.

거실가득 쏟아지는 햇빛과 넓은 두 벽에 가득찬 잎넝쿨이 싱그러움을 주었다. 물론 울 아들이 보행기를 타고 다니며 모조리 잘라버리기 전까지의 멋진 풍경이다.

방은 길다란 털을 가진 카펫트로 깔려 있었고, 거실과 부엌은 커다란 타일로 멋지게 깔려 있었다. 

이 집의 원 주인은 뭔 파티를 그렇게 많이 했는지 10인용 식탁과 의자가 두셋트나 있었고, 쇼파는 프랑스제로 고전미가 물씬 풍기는 것이었다. 울아들과 큰 집 조카가 쉬야를 하고 우유를 토하며 갖은 낙서의 횡포를 당하기 전까지 그 쇼파는 품위를 지키고 있었다.

 

집의 가구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첨 앉아보는 흔들의자였다. 아기를 안고 재울 때 아주 유용했다. 내 아이는 엉덩이를 두드리며 흔들의자를 세게 앞뒤로 흔들어야 자는 묘한 습관이 있어서 그 흔들의자는 내 애용품이 되었다.

 

한집에 시아버님, 시어머님, 아주버님, 형님 그리고 조카, 시누, 우리식구 이렇게 모여 살게 되었다.

아버님 어머님이 늘 그리던 모든 식구가 한 집에서 버글거리며 사는 조선시대나 볼 수 있었던, 아니 시골에서도 가끔 보이기도 했던 대가족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것도 아르헨티나에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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