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9월 이 시작되었습니다. 모두 행복하신가요. 좋은 가을 맞이하시고 지난번 님들의 추리 보면서 재미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재미있는 답글 부탁해요. 어떻게 될까요? 전 목요일이라 오늘의 톡에 글올리러 갑니다. 그곳에 새글중 소개글과 1편을 올려 둘게요. 보너스랍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 19 비밀 거울처럼 반짝이는 까만 눈동자로 진하가 천천히 자신을 훓어보자 이수는 꼼짝할 수가 없었 다. 이수는 갑자기 낯설어진 진하의 눈빛을 보며 당황했다. “ 진하야 ……” “……” 진하는 다시 천천히 눈을 감아 버렸다. 그 눈은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세상과 교류하 는 유일한 통로였다. 그 통로를 닫아 버리는 건 이수와 아무런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 찬가지였다. “진하야 ……” “진하씨가 좀 당황하신 것 같아요. 잠시 시간을 드려요. 지금은 일어 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대소변 바꿔 드려야 해요. 자, 잠시 비켜주세요. ” 은희씨라는 젊은 간호사는 웃으며 이수를 데리고 나왔고 다시 시트와 수건 그리고 스테인리 스로 된 환자용 변기를 들고 들어갔다가 잠시 뒤에 나왔다. . “ 시간을 좀 주세요. 진하씨도 몹시 흥분하고 있는 눈치니까요. ” “ 내가 처음에 진하씨를 보고 놀라지 말았어야 했어요. 내게 화가 났어요. ” 이수는 참담한 심정으로 간호사를 붙잡고 울며 말했다. 간호사는 그런 이수를 앉히고 커피 를 내왔다. 이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흑흑 소리내어 흐느끼고 있었다. “커피 드세요. 그리고 진정하세요. 건강한 약혼자가 마음을 단단히 먹어 야죠. 진하씨는 지금 위험한 상태예요. 중환자인데다 요즈음은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어요. ” “네, 고마워요. 그럴게요. ”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이수는 마음을 조금 진정시켰다. 커피를 마시며 곰곰이 생각하니 시일 의 어머니인 김미희여사가 후원자라는 사실이 연결이 잘 안되었다. 혼란스러웠다. 뭐가 어떻 게 되어 돌아가는 것일까. “그런데 진하씨는 왜 저렇게 된 건가요? ” “그건 저도 몰라요. 폭발사고로 화상을 입었다는 것 밖에는……여기는 미국에서 몇 번의 수술 이 끝나고 3년전쯤 오신 걸로 알아요. ” “처음부터 쭉 진하씨를 간호하셨어요? ” “아뇨, 제 전에 한 분 있었죠. ” “ 네 ……” “이제 들어 가 보세요. ” “네 …… ” 이수는 이를 악물며 자리에 앉았다. 가냘픈 등을 꼿꼿이 폈으나 가슴은 여전히 뛰었다. 진하는 잠들어 있는지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잠든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분명 히 진하는 진하였는데 …… 어째서 이렇게 거리가 느껴지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치지 않은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어 보았다. 가만히 엎드려 진하의 얼굴에 가슴을 묻었다. 얼마나 그리던 사람의 가슴인가. 이수는 진하의 숨소리와 함께 숨을 쉬었다. “사랑해 … 진하야. 미안해. 너 다친 것보고 놀란 것. 진하야…… 다 미안해. 네가 아프고 힘들 때 나 혼자 편하게 지낸 것 …… 모두 미안해. 내가 미안해. 이제 내가 너 혼자 버려 두지 않을 게. 혼자 있게 하지 않을게. ” “……” “얼마나 찾았는지 몰라 . 한번도 너를 잊어 본적 없었어. 너도 나보고 싶었지. 내가 그리웠지. 얼마나 …… 보고 싶었을지 알아. 살아 있어줘서 고마워. 살아 있어줘서 고마워. 고마워 . 진하 야. ” “……” 진하의 감은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이수는 진하가 흘리는 그 눈물이 너무 아 파서 바로 볼 수가 없었다. “울지 마…… 미안해 ,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너를 더 열심히 찾았어야 했어. 용서해 줘. ” “……” “이젠 나, 아무 곳도 가지 않아. 내가 너를 지키고 보호 할거야. 이젠 네 곁에서 너만을 바라 볼 거야. ”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다음 순간 진하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단호한 눈빛과 마주친 순간 이수는 솔직하게 말하면 진하의 빛나는 눈빛이 두려웠다. 진하는 움직일 수 있는 손가 락을 사용해서 벨을 눌렀다. 이수는 진하가 손가락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너무 놀랐다. 벨 소리에 간호사가 달려왔다. 이수는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손…… 손가락을 움직였어요. ” “네, 손가락과 팔은 움직여요. 고개도 돌리고요. 돌아눕거나 일어나 앉거나 하는 허리 아래를 전혀 못써요. ” “그렇군요. 그래요. 그럼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겠어요. ” “……” 진하는 그런 이수를 보며 다시 벨을 두 번 눌렀다. 간호사가 희망에 차서 웃고 있는 이수를 바라보았다. “그만 나가 달라고 하세요. ” “네? ” “오늘은 너무 충격이 크신가봐요. 어서요. ” 이수는 간호사의 충고를 따라 요양원 문을 나섰다. 그리고 진하의 집으로 천천히 차를 몰았 다. * * * 오래 전에 알았어야 한다고 원망에 원망을 거듭하며 진하의 부모님이 계신 그 집의 현관 복 도에 들어서자 이수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게 서있었다. 진하를 찾았다는 사랑과 행복이 그녀를 휘감았지만 마음 한 구석엔 찌르는 듯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 두려움 속에는 김미희여 사에 대한 불안한 예감이 포함되어 있었다. 멍하게 서있는 이수를 바라보며 진하의 어머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이수는 거실소파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잠시 뒤 진하의 어머니인 윤 은숙여사가 부엌에서 차를 준비해서 나왔다. “오후에는 쉬기로 했니?” 그렇게 묻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어머나, 머리가 왜 그러니? 너, 정신 없이 진하에게 다녀온 모양이구나. 얼굴도 그렇게 안 좋 고 ……” “ 어머니, 전 생각이란 걸 잃어버렸어요. ” 둥근 얼굴에 짧은 머리에는 이젠 희끗희끗 새치가 많이 보이는 진하의 어머니가 한숨을 쉬었 다. 그리고는 차 잔을 건네며 말했다. “앞으로는 좀 쉬면서 하거라. 피곤해 보이는 구나.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 “ 어머니 …… 왜 그러셨어요. ” “……” “ 왜? 제게 말씀 안 하셨어요? 네?” 이수는 어머니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리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 무슨 말을 하겠니 ? 너도 살아야지. ” “ 그런 말씀이 어디 있어요. 어머니, 전 그렇지는 않아요. 전 지금 진하가 살아 있어서 행복해 요. 행복해요. ” “ 그래, 하지만 진하나 진하 아버지도 그렇고 우리는 네가 네 갈 길로 가기를 바랬다. ” “전 진하 없이 제 갈 길로 가지 못할 것 같아요. ” “어째서 ……그건 젊었을 때 생각일 뿐이지. 너도 나이 들어보렴 . 인생이 매일 그 자리에 있 니? ” “어머니, 진하는 왜 저렇게 된 거죠? ” “오년 전 우리가 진하가 산에 간다고 타고 가던 자동차가 브레이크 고장을 일으켜 추락해서 폭발 한거라고 …… 죽을 고비 많이 넘겼다. ” “그랬군요. 그런데 왜 비밀로 하셨어요? ” “우리는 네가 알게 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어. ” “김미희씨는 누구인가요? 혹시 그 패션회사 대표인 김미희씨 인가요? ” “네가 그분을 어떻게 알지?” “역시 맞군요? 그런데 어떻게 ? ” “진하는 우리가 10개월쯤 되었을 때 입양을 해온 아이였어. ” “그 …… 그럼 그분이 진하의 생모 세요? ” “그래 ……” “……” “괜찮니 ? 이수야? ” 그녀는 그 순간 못 박힌 듯 멈춰 있었다. 진하의 어머니가 이수에게 뭐라고 말을 건넸지만 그녀는 아무런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이수의 눈길은 미끄럼틀 꼭대기에 앉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손잡이를 꼭 잡고 있는 진하의 어린 시절에 찍은 사진에 온통 쏠려 있었다. 그 사진은 장식장 위에 놓여 있었는데 지금 곰곰 이 생각해보니 시일의 시골집에서 본 사진의 어린아이와 몹시 닮아 있었다. 김시일과 정진하 ……그들이 형제이었던 것일까 ? 그럼, 나와 이 배속의 아이는 어떻게 되는 가 …… 이수는 넋이 나간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 나왔다. “이수야 ……” 머리 속이 윙윙거렸다. 머리가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수야 ……” 김미희여사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비서와의 통화에서는 김미희여사가 장기 출장중이라 는 이야기만 전해 들었을 뿐이었다. 머리가 잔뜩 혼란스러워 진 상태로 집으로 돌아갔다. 차안에서 혼란스러워진 이수는 미친 듯 소리를 질렀다. “문이수 …… 어떻게 해?” “문이수 넌 정말 그 형제와 사랑에 빠진 거니? ” “이 아이가 진하씨 동생의 아이였어? ” “아니야! 아니야 ! 그럴 리가 없어 ! ” “그래… 뭔가 잘못 되었을 거야. ” 저녁에 시일씨에게 말해야겠어. 미뤄봐야 소용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 아무것도 모르는 시일씨 앞에 진하가 나타나면 그는 너무 큰 충격을 받을 거야. 이수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 키고 자신의 아파트로 올라갔다. 문 앞에서는 시일이 장미꽃다발과 케잌을 들고 기다리고 있 었다. “안녕! ” “시일씨? ” “잘 다녀왔어? 피곤해 보여. ” “나, 이수 축하해주려고 …… 이제껏 기다려 왔잖아. 진하씨 찾는 거. ” “어 ……” “들어가도 되지 ?” 맑고 깊은 눈으로 이수를 들여다보며 시일은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시일은 아기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자동차를 갖고 놀았다. 그녀 는 니트와 편한 데님 치마를 입고 거실로 나갔다. 포근한 장면이었다. 아기를 가진 여자와 그 아기를 기다리며 아기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빠. 하지만 시일의 곁에서 늘 느끼던 평온함이 사라져 버렸다. 시일씨가 이모든 사실을 알 게 된다면 그는 어떻게 나올까? 초조해하던 그녀는 이런 일들이 생겨 버린데 화가 치밀었다. “시일씨 ……” “응 ?” “시일씨 어렸을 때 이야기 좀 해봐. ” “난 , 기억나는 게 없어. ” “왜 ?” “공장에서 난 폭발 사고로 기억을 잃었어. ” “시일씨 ……” “왜? 왜 그래? ” 그는 자신이 진하의 요양원을 가르쳐 준 것에 이수가 별 반응을 보이자 않아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먼저 물어 보는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를 감싸 안았 다. 하지만 이수가 장난감을 모두 챙겨들고 쓰레기통을 향해 걸어가자 그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손을 치웠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이수는 그에게서 밀려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 녀는 정신이 혼란했다. 이수에게는 시일이 더 이상 남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날 그에게 엄청난 사랑을 아낌없이 쏟았음에 분명했던 진하 보다도 더 그가 익숙하게 느껴졌다. 이수는 장난감을 내려놓고 천천히 돌아섰다. 시일의 각이진 이마를 쓰다듬었다. “ 시일씨 ……” “ 응 ? ” “나 좀, 안아 줘. ” 그는 이수의 떨리는 손을 감싸 쥐고는 주저앉을 것 같은 그녀를 천천히 일으켜 세워 품에 안 았다. 그녀는 땀에 젓은 이마를 그의 가슴에 기댔다. 그는 이수를 더욱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시일씨 ……” “너무 많이 힘이 들어?” “응, 하지만 시일씨 …… 만일 누군가를 보호해야 할 일이 생기면, 이번엔 내가 지켜줄 거야. 알았지. 내가 지켜 줄게. ” 이수는 어쩔 수 없이 자꾸만 그에게 몸을 기댔지만 왠지 그를 잃어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 다. ☞ 클릭, 피렌체에서 7일 전부 보기
[ 연재 19 ] 피렌체에서 7일
안녕하세요. 9월 이 시작되었습니다.
모두 행복하신가요.
좋은 가을 맞이하시고
지난번 님들의 추리 보면서 재미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재미있는 답글 부탁해요.
어떻게 될까요?
전 목요일이라 오늘의 톡에 글올리러 갑니다.
그곳에 새글중 소개글과 1편을 올려 둘게요.
보너스랍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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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비밀
거울처럼 반짝이는 까만 눈동자로 진하가 천천히 자신을 훓어보자 이수는 꼼짝할 수가 없었
다. 이수는 갑자기 낯설어진 진하의 눈빛을 보며 당황했다.
“ 진하야 ……”
“……”
진하는 다시 천천히 눈을 감아 버렸다. 그 눈은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세상과 교류하
는 유일한 통로였다. 그 통로를 닫아 버리는 건 이수와 아무런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
찬가지였다.
“진하야 ……”
“진하씨가 좀 당황하신 것 같아요. 잠시 시간을 드려요. 지금은 일어 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대소변 바꿔 드려야 해요. 자, 잠시 비켜주세요. ”
은희씨라는 젊은 간호사는 웃으며 이수를 데리고 나왔고 다시 시트와 수건 그리고 스테인리
스로 된 환자용 변기를 들고 들어갔다가 잠시 뒤에 나왔다. .
“ 시간을 좀 주세요. 진하씨도 몹시 흥분하고 있는 눈치니까요. ”
“ 내가 처음에 진하씨를 보고 놀라지 말았어야 했어요. 내게 화가 났어요. ”
이수는 참담한 심정으로 간호사를 붙잡고 울며 말했다. 간호사는 그런 이수를 앉히고 커피
를 내왔다. 이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흑흑 소리내어 흐느끼고 있었다.
“커피 드세요. 그리고 진정하세요. 건강한 약혼자가 마음을 단단히 먹어 야죠. 진하씨는 지금
위험한 상태예요. 중환자인데다 요즈음은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어요. ”
“네, 고마워요. 그럴게요. ”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이수는 마음을 조금 진정시켰다. 커피를 마시며 곰곰이 생각하니 시일
의 어머니인 김미희여사가 후원자라는 사실이 연결이 잘 안되었다. 혼란스러웠다. 뭐가 어떻
게 되어 돌아가는 것일까.
“그런데 진하씨는 왜 저렇게 된 건가요? ”
“그건 저도 몰라요. 폭발사고로 화상을 입었다는 것 밖에는……여기는 미국에서 몇 번의 수술
이 끝나고 3년전쯤 오신 걸로 알아요. ”
“처음부터 쭉 진하씨를 간호하셨어요? ”
“아뇨, 제 전에 한 분 있었죠. ”
“ 네 ……”
“이제 들어 가 보세요. ”
“네 …… ”
이수는 이를 악물며 자리에 앉았다. 가냘픈 등을 꼿꼿이 폈으나 가슴은 여전히 뛰었다.
진하는 잠들어 있는지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잠든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분명
히 진하는 진하였는데 …… 어째서 이렇게 거리가 느껴지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치지 않은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어 보았다. 가만히 엎드려 진하의 얼굴에 가슴을 묻었다.
얼마나 그리던 사람의 가슴인가. 이수는 진하의 숨소리와 함께 숨을 쉬었다.
“사랑해 … 진하야. 미안해. 너 다친 것보고 놀란 것. 진하야…… 다 미안해. 네가 아프고 힘들
때 나 혼자 편하게 지낸 것 …… 모두 미안해. 내가 미안해. 이제 내가 너 혼자 버려 두지 않을
게. 혼자 있게 하지 않을게. ”
“……”
“얼마나 찾았는지 몰라 . 한번도 너를 잊어 본적 없었어. 너도 나보고 싶었지. 내가 그리웠지.
얼마나 …… 보고 싶었을지 알아. 살아 있어줘서 고마워. 살아 있어줘서 고마워. 고마워 . 진하
야. ”
“……”
진하의 감은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이수는 진하가 흘리는 그 눈물이 너무 아
파서 바로 볼 수가 없었다.
“울지 마…… 미안해 ,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너를 더 열심히 찾았어야 했어. 용서해 줘. ”
“……”
“이젠 나, 아무 곳도 가지 않아. 내가 너를 지키고 보호 할거야. 이젠 네 곁에서 너만을 바라
볼 거야. ”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다음 순간 진하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단호한 눈빛과 마주친
순간 이수는 솔직하게 말하면 진하의 빛나는 눈빛이 두려웠다. 진하는 움직일 수 있는 손가
락을 사용해서 벨을 눌렀다. 이수는 진하가 손가락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너무 놀랐다. 벨
소리에 간호사가 달려왔다. 이수는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손…… 손가락을 움직였어요. ”
“네, 손가락과 팔은 움직여요. 고개도 돌리고요. 돌아눕거나 일어나 앉거나 하는 허리 아래를
전혀 못써요. ”
“그렇군요. 그래요. 그럼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겠어요. ”
“……”
진하는 그런 이수를 보며 다시 벨을 두 번 눌렀다. 간호사가 희망에 차서 웃고 있는 이수를
바라보았다.
“그만 나가 달라고 하세요. ”
“네? ”
“오늘은 너무 충격이 크신가봐요. 어서요. ”
이수는 간호사의 충고를 따라 요양원 문을 나섰다. 그리고 진하의 집으로 천천히 차를 몰았
다.
* * *
오래 전에 알았어야 한다고 원망에 원망을 거듭하며 진하의 부모님이 계신 그 집의 현관 복
도에 들어서자 이수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게 서있었다. 진하를 찾았다는 사랑과 행복이
그녀를 휘감았지만 마음 한 구석엔 찌르는 듯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 두려움 속에는 김미희여
사에 대한 불안한 예감이 포함되어 있었다. 멍하게 서있는 이수를 바라보며 진하의 어머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이수는 거실소파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잠시 뒤 진하의 어머니인 윤
은숙여사가 부엌에서 차를 준비해서 나왔다.
“오후에는 쉬기로 했니?”
그렇게 묻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어머나, 머리가 왜 그러니? 너, 정신 없이 진하에게 다녀온 모양이구나. 얼굴도 그렇게 안 좋
고 ……”
“ 어머니, 전 생각이란 걸 잃어버렸어요. ”
둥근 얼굴에 짧은 머리에는 이젠 희끗희끗 새치가 많이 보이는 진하의 어머니가 한숨을 쉬었
다. 그리고는 차 잔을 건네며 말했다.
“앞으로는 좀 쉬면서 하거라. 피곤해 보이는 구나.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
“ 어머니 …… 왜 그러셨어요. ”
“……”
“ 왜? 제게 말씀 안 하셨어요? 네?”
이수는 어머니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리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 무슨 말을 하겠니 ? 너도 살아야지. ”
“ 그런 말씀이 어디 있어요. 어머니, 전 그렇지는 않아요. 전 지금 진하가 살아 있어서 행복해
요. 행복해요. ”
“ 그래, 하지만 진하나 진하 아버지도 그렇고 우리는 네가 네 갈 길로 가기를 바랬다. ”
“전 진하 없이 제 갈 길로 가지 못할 것 같아요. ”
“어째서 ……그건 젊었을 때 생각일 뿐이지. 너도 나이 들어보렴 . 인생이 매일 그 자리에 있
니? ”
“어머니, 진하는 왜 저렇게 된 거죠? ”
“오년 전 우리가 진하가 산에 간다고 타고 가던 자동차가 브레이크 고장을 일으켜 추락해서
폭발 한거라고 …… 죽을 고비 많이 넘겼다. ”
“그랬군요. 그런데 왜 비밀로 하셨어요? ”
“우리는 네가 알게 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어. ”
“김미희씨는 누구인가요? 혹시 그 패션회사 대표인 김미희씨 인가요? ”
“네가 그분을 어떻게 알지?”
“역시 맞군요? 그런데 어떻게 ? ”
“진하는 우리가 10개월쯤 되었을 때 입양을 해온 아이였어. ”
“그 …… 그럼 그분이 진하의 생모 세요? ”
“그래 ……”
“……”
“괜찮니 ? 이수야? ”
그녀는 그 순간 못 박힌 듯 멈춰 있었다.
진하의 어머니가 이수에게 뭐라고 말을 건넸지만 그녀는 아무런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이수의 눈길은 미끄럼틀 꼭대기에 앉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손잡이를 꼭 잡고 있는 진하의
어린 시절에 찍은 사진에 온통 쏠려 있었다. 그 사진은 장식장 위에 놓여 있었는데 지금 곰곰
이 생각해보니 시일의 시골집에서 본 사진의 어린아이와 몹시 닮아 있었다.
김시일과 정진하 ……그들이 형제이었던 것일까 ? 그럼, 나와 이 배속의 아이는 어떻게 되는
가 …… 이수는 넋이 나간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 나왔다.
“이수야 ……”
머리 속이 윙윙거렸다. 머리가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이수야 ……”
김미희여사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지만 비서와의 통화에서는 김미희여사가 장기 출장중이라
는 이야기만 전해 들었을 뿐이었다. 머리가 잔뜩 혼란스러워 진 상태로 집으로 돌아갔다.
차안에서 혼란스러워진 이수는 미친 듯 소리를 질렀다.
“문이수 …… 어떻게 해?”
“문이수 넌 정말 그 형제와 사랑에 빠진 거니? ”
“이 아이가 진하씨 동생의 아이였어? ”
“아니야! 아니야 ! 그럴 리가 없어 ! ”
“그래… 뭔가 잘못 되었을 거야. ”
저녁에 시일씨에게 말해야겠어. 미뤄봐야 소용없는 일이니까. 하지만 …… 아무것도 모르는
시일씨 앞에 진하가 나타나면 그는 너무 큰 충격을 받을 거야. 이수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
키고 자신의 아파트로 올라갔다. 문 앞에서는 시일이 장미꽃다발과 케잌을 들고 기다리고 있
었다.
“안녕! ”
“시일씨? ”
“잘 다녀왔어? 피곤해 보여. ”
“나, 이수 축하해주려고 …… 이제껏 기다려 왔잖아. 진하씨 찾는 거. ”
“어 ……”
“들어가도 되지 ?”
맑고 깊은 눈으로 이수를 들여다보며 시일은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시일은 아기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자동차를 갖고 놀았다. 그녀
는 니트와 편한 데님 치마를 입고 거실로 나갔다.
포근한 장면이었다. 아기를 가진 여자와 그 아기를 기다리며 아기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빠. 하지만 시일의 곁에서 늘 느끼던 평온함이 사라져 버렸다. 시일씨가 이모든 사실을 알
게 된다면 그는 어떻게 나올까? 초조해하던 그녀는 이런 일들이 생겨 버린데 화가 치밀었다.
“시일씨 ……”
“응 ?”
“시일씨 어렸을 때 이야기 좀 해봐. ”
“난 , 기억나는 게 없어. ”
“왜 ?”
“공장에서 난 폭발 사고로 기억을 잃었어. ”
“시일씨 ……”
“왜? 왜 그래? ”
그는 자신이 진하의 요양원을 가르쳐 준 것에 이수가 별 반응을 보이자 않아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먼저 물어 보는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녀를 감싸 안았
다. 하지만 이수가 장난감을 모두 챙겨들고 쓰레기통을 향해 걸어가자 그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손을 치웠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이수는 그에게서 밀려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
녀는 정신이 혼란했다. 이수에게는 시일이 더 이상 남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날 그에게
엄청난 사랑을 아낌없이 쏟았음에 분명했던 진하 보다도 더 그가 익숙하게 느껴졌다. 이수는
장난감을 내려놓고 천천히 돌아섰다. 시일의 각이진 이마를 쓰다듬었다.
“ 시일씨 ……”
“ 응 ? ”
“나 좀, 안아 줘. ”
그는 이수의 떨리는 손을 감싸 쥐고는 주저앉을 것 같은 그녀를 천천히 일으켜 세워 품에 안
았다. 그녀는 땀에 젓은 이마를 그의 가슴에 기댔다. 그는 이수를 더욱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시일씨 ……”
“너무 많이 힘이 들어?”
“응, 하지만 시일씨 …… 만일 누군가를 보호해야 할 일이 생기면, 이번엔 내가 지켜줄 거야.
알았지. 내가 지켜 줄게. ”
이수는 어쩔 수 없이 자꾸만 그에게 몸을 기댔지만 왠지 그를 잃어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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