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귀여운데 안 넘어오고 배겨?

정재영짱200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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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귀여운데 안 넘어오고 배겨? [리뷰] 김수현 감독의 <귀여워> 이렇게 귀여운데 안 넘어오고 배겨? 기사전송  이렇게 귀여운데 안 넘어오고 배겨? 기사프린트 심은주(meg82) 기자    얼굴이 '그으∼렇게' 예쁘지 않아도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매력덩어리인 그녀. 그녀는 자기 주변의 모든 남자들이 자길 사랑해주길 바란다. 한 남자의 사랑을 받기도 어려운데, 모든 남자가 자기에게 시선을 집중하길 감히 바라다니! 도대체 뭘 믿고 그렇게 자신만만한 것인지 묻기 직전, 우린 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한 집안의 어른부터 시작해서 첫째아들, 둘째아들, 셋째아들 모두가 그녀에게 도미노처럼 넘어가는 장면을.

신인 김수현 감독의 <귀여워>는 아직 개봉을 하지 않은 영화이다. piff에서 베일을 벗은 이 영화는 몇몇 영화광들에 의해 제2의 <지구를 지켜라>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상식'을 따지는 분들은 절대 공감할 수 없을 특이한 영화 <귀여워>를 소개한다.

매력있는 그녀, 순이

<쥘 앤 짐>의 삼각구도에서 중심을 차지했던 그녀, 캐서린을 닮은 <귀여워>의 순이(예지원 분)는 우리가 지금껏 한국영화 속에서 못했던 독특한 캐릭터다.

<쥘 앤 짐>에서 캐서린은 두 남자뿐 아니라 수많은 남자들을 오가는 여자였다. 헤프게도 보이지만, 그녀의 그런 행동들은 자유로움을 위한 몸짓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함이 가슴 아픈 것이 되었을 때 캐서린은 그만 자살을 택한다.

이렇게 귀여운데 안 넘어오고 배겨? 이렇게 귀여운데 안 넘어오고 배겨? ▲ <귀여워>의 한 장면.순이는 이 영화에서 맑고 순수하며 자유로운 인물로,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이다. ⓒ2004 piff<귀여워>의 순이는 캐서린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녀의 행동들 역시 누구에게도 속하길 거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서린의 그것과 다른 점은 그녀는 끝까지 '살아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순이 역시 사랑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녀는 그것으로 인해 굳이 상처를 받진 않는다. 사실 '상처'란 단어 자체가 순이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것에 구애받기엔 순이는 너무나 해맑다.

처녀가 아닐 거란 의심을 받으면서도 순이는 그걸 굳이 해명하려들지 않는다. 대신 그녀는 누군가의 사랑, 누군가의 잠자리 상대,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준다. 영화 속에서 정형화된 여성의 이미지는 이 작품의 순이에게선 찾아볼 수 없다. 그녀는 도덕을 뛰어넘었으며, 삶에 대한 발랄한 기운을 가득 머금은 자유로운 영혼이라 할 만하다. 그 속엔 어떤 이성적인 판단도 없다.

엉뚱한 캐릭터들의 집합

순이 외에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다 생뚱맞기 그지없다. 배다른 세 아들의 아비 장수로(장선우 분)는 사이비 교주 같은 인물이다. 부적 따위를 써준답시고 여자 후리기에만 급급하다. 그의 첫째 아들(사실은 누가 첫째고, 둘째인지도 불명확하다)인 후까시(김석훈 분)는 사랑에 고뇌하는 진지한 인물이지만 알고 보면 여자를 밝힌다.

개코(박선우 분)는 아버지를 골려먹는 효자고, 뭐시기(정재영 분)는 건달 짓 한답시고, 생각없는 행동만 골라한다. 여기에 개코에게 여자로 보이길 바라는 엉뚱한 여자애가 등장하는가 하면, 마치 <도그마>의 악마 3형제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두 명의 악동도 등장한다.

이렇게 귀여운데 안 넘어오고 배겨? 이렇게 귀여운데 안 넘어오고 배겨? ▲ 철없는 아비 장수로와 건달아들 뭐시기의 해후.포복절도 할만한 대사들이 이어진다. ⓒ2004 piff이 다양한 인간군상은 마치 폐허가 된 아파트에 기생하는 벌레처럼 보인다. 비록 추악한 현실에 몸담고 있는 인물들일지언정 감독은 이들을 자포자기할 상황으로 몰고 가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다 해도 생을 포기할 인간들로 보이질 않는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들 자신의 삶의 방향, 그들은 그 방향을 따라 그저 꾸역꾸역 살아갈 뿐이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산만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균형감 있게 나아간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로 말도 안 되는 장면들을 계속 해서 보게 된다. 개코의 손에 이끌려 창녀촌으로 끌려간 순이는 뉴스에 한 피해자로 등장하지만, 오히려 tv에 나왔다고 좋아한다.

게다가 포주들에게 끌려갔던 순이는 맞아죽지 않고 버젓이 살아 돌아와 뭐시기에게 그 놈들 야단 좀 쳐주라고 시킨다. 이건 도무지 말도 안 된다. 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재미있다. 웃기기만 했던 인물들이 무너져 가는 상황 속에서도 작품은 결코 동정이나 허무맹랑한 감정 따위에 빠지질 않는다.

이 영화에 심각함이란 없다. 심각해지려 할 찰나에 엉뚱한 방향으로 넘어가서 그만 관객을 웃기고 만다. 종잡을 수 없지만 그게 바로 이 영화의 미덕이다. 정말로 이 영화, 황당해서 귀엽다. 오는 11월 개봉예정. 이렇게 귀여운데 안 넘어오고 배겨? 상영장소와 시간
-10월 14일 메가박스 10관, 오후2시
2004/10/13 오전 12:28 ⓒ 2004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