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싶은 하루..

애둘 엄마2004.11.23
조회1,162

오늘도 울 남편님은 회식으로 늦습니다.

 

제 사는 얘기 할까요?

 

저희는 결혼 7년차 맞벌이 부부이죠. 남편 연구직, 저 약사.

 

결혼도 맨땅에 헤딩하듯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누구한테도 손벌리지 않고 서로 가진돈 모아서 결혼식만 올리는데 썼죠. 예단이나 예물은 신경껐었죠.

 

결혼초엔 남편이 대학원생이어서 제가 혼자 벌면서 시집살이를 했었어요. 시댁도 살림이 좋은 편이 아니라 제가 손을 벌릴 수도 없는 처지여서 임신 막달까지도 일을 해야했답니다. 아이를 낳고 두달도 안되어 다시 일을 시작했구요. (시어머님이 아기를 봐주셨죠) 전 말이 좋아 전문직이지 하루종일 서서 일을 해야 하는 관계로 출산 전후 무지하게 고생했던 생각납니다. 쉬고 싶은 하루..

 

남편이 대전에 있는 직장에 나가게 되면서 본의아니게 분가를 하게 됐고, 아기를 믿고 맡길 만한 곳이 없던지라 저는 1년 반 정도 집에서 육아에 전념했구요. 그 때 둘째도 가졌죠.

 

다시 남편의 직장을 따라 기흥쪽으로 이사오고선 저도 다시 일을 시작했어요. 대전에선 사택이 제공되어 사는데 별 어려움 모르고 살았는데 워낙 당시 남편 월급이 적었던 지라 저축한게 없었거든요. 이사오니 전세금이며 돈 들어갈데가 많데요.

 

맞벌이를 한게 약 2년 정도 되었습니다.  현재 울 알라들 6살, 4살. 첨엔 집근처 놀이방에 보내다 지금은 어린이집에 다닙니다.

 

애들이 종일반에 다니니 몸이 많이 힘든가봐요. 첨엔 그럭저럭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더니 요즘은 너무나 힘이들어합니다. 작은 애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거의 매일같이 웁니다. 엄마가 약사이면 뭘하나 아이들은 일년 내내 콧물을 달고 다니고, 몸은 말라가는 것 같고..  아이들이 집에서 놀면서 쉬면서 하고 지내야 하는데 매일 종일반에서 저녁까지 하루 종일 있으려니 몸이 힘들겠지요.

반년만이라도 좀 쉬면서 애들 건강 챙기고 싶은데 워낙 가진거 없이 시작한 결혼이라 전세 대출금을 갚으려면 마음이 조급해져서..

 

저의 하루는 정말 쉴 틈이 없네요.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준비하고..(남편은 새벽운동을 위해 아침 일찍 회사로 간답니다. 밥은 회사서 해결하고..아이들 깨우고, 세수시키고, 아침에 입맛없어 하는 알라들 어떻게 해서든 한숟가락이라도 더 먹이고 보내려고 하고.. 옷을 입히고 어린이집에 보냅니다.

 

오후 퇴근후엔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옵니다.

아침에 아주 집안 엉~~망으로 해놓고 출근하게 되니까 집에 오면 치우고 청소하느라 한시간이 가고,

식사준비하고 애들 저녁 먹이느라 또 두어시간이 가고(사실 요리를 잘 하지 못해서 더 그런것도 있겠죠), 일주일에 세번 세탁기 돌리고 빨래 널고 개고하면 잘 시간이 금방입니다.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도 거의 없어요. 남은 기력도 없죠..쉬고 싶은 하루..

 

요새 텔레비젼에서 무슨 드라마가 재미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볼 시간이 없으니까..

우리 남편은 그시간에 뭐하냐구요?

 

보통은 여덟시에서 아홉시에 집에 옵니다. 일찍 오는 날은 같이 저녁을 먹고 전 설겆이 남편은 텔레비젼앞으로 직행합니다. 남편은 집에 오면 정말 도와주지 않습니다. 맞벌이를 시작하면서 가사일 많이 돕겠다고 약속했던 그이건만.. 아주 가끔 진짜 가~~~끔 한달에 한번 빨래만 널어주지요.

 

저도 직장에선  하루 종일 서 있느라 다리가 무지 붓고 힘들어요.

하루종일 바쁘게 일하고 나면 저도 집에 와서 아무것도 안하고 싶네요.

누가 차려준 따뜻한 밥 먹고 싶네요.

집에 와서 저두 텔레비전 앞에서 한가로이 과일먹으며 웃고 즐기고 싶네요.

 

매일같이 애들 어린이집에 보내며 마음아프고, 직장에선 남들과 똑같이 일을하고... 집에 와선 또다시 주부로서의 일을 모두 억척스레 해내야 하는 게 너무 힘듭니다.

가끔 화가 치솟습니다. 아니 내가 원더우먼도 아니고 이 모든 일을 어떻게 해낸단 말야!!!! 나도 좀 쉬고 싶단 말야!!!!!!쉬고 싶은 하루..

 

오늘같이 회식으로 남편이 늦는 날은 더욱 남편이 미워지네요. 나도 맛있는거 먹고싶고, 친구들 만나 수다도 떨고 싶고, 영화도 보고 싶고, 하다 못해 텔레비젼 보면서 스트레스 날리고 싶은데..

 

애구...

두서없는 푸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