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오는 소리

김명수2005.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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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오는 소리

봄이 오는 소리


봄은 남쪽에서 온다.

봄은 아름답게 온다.

흙속에서 스며나와 달래냉이를 키우고, 남풍불어와 얼음을 녹이며,

개울가 버들개지 쓰다듬고 산골짜기 감아 돌아 들녘으로 내달리면 산야가 꽃바다로 범람한다.


남쪽 바닷바람 따스하게 불어오면 제주도는 노란 물결의 꽃 바다가 남실남실 온 섬을 휘감는다.

바로 노란 병아리 솜털 같은 유채꽃바다다.

병아리의 종종걸음처럼 유채꽃은 가슴 두근거리며

희망의 날개 짓하는 수많은 노랑나비가 되어 겨우내 얼었던 가슴속으로 피어오른다. 

겨울 끝자락에 매달리듯 찾아오는 꽃 소식은 붉은 동백으로 시작되어

알에서 갓 깨어난 노란병아리처럼 화사한 제주도의 유채꽃으로 이어진다.


겨우내 찬바람에 가슴 얼었던 내 마음을 파고드는 환희의 유채꽃을 처음 만난 것은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보이는 제주도의 들판에서였다.

바둑판처럼 검은 돌담으로 정리된 들판에

노랗게 굽이굽이 이어진 비경의 색 노란 물결은 바로 유채꽃이었다.

끝없이 이어진 그 노란 꽃의 물결에 나는 어느새 불길처럼 휩싸여 있었다.

휘황한 감격이고 찬란한 환희였다.

검은 화산석의 돌담을 배경으로 노란 유채꽃은 제주의 봄을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봄이라고 하면 항상 유채꽃을 떠올릴 만큼 제주의 유채는 유명하다.

유채는 지방에 따라서 겨울초, 삼동초(三冬草), 월동초(越冬草)라고도 부른다.

새 봄 활짝 핀 유채꽃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하는 신혼부부나 관광객의 모습은 제주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제주만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풍광의 들녘,

바람막이로 쌓은 돌담 안에 노란 물감을 뿌려놓은 듯한 유채밭은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산호모래에 남빛으로 빛나는 바다와 조랑말이 유유히 뛰어노는 노란 유채꽃밭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비경이다.

상큼한 햇살에 노란 속살 드러내는 봄의 소리

유채꽃이 살랑살랑 발을 담그는 푸른 남빛바다는 눈이 시리다 못해 아프기까지 하다.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포근한 오름 기슭에서 한가롭게 풀 뜯는 조랑말의 무리도 그리운 제주의 봄이다.


연년세세화상사(年年歲歲花相似)  해마다 꽃은 그 꽃으로 보이건만,

세세년년인부동(歲歲年年人不同)  사람은 해마다 그 사람이 아니네.


피는 꽃은 옛날과 다름없건만 늙어가는 자신을 탄식하는 옛사람의 서글픔이 내 가슴을 서운하게 한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하였든가 스산하고 어지러운 이 시절의 봄은 언제 오려나.


푸 른 바 다

봄이오는 소리  

 봄이오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