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춤 117 - 제3장 다시 세상으로 53

내글[影舞]2005.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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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의 춤(影舞) 117 - 제3장 다시 세상으로 53 - 내글 -

- 세월은 만남의 기쁨을 더하기도 하지만, 쌓아놓은 세월의 무게도 무시할 수 없다.

 

 

53


“으, 응! 그, 그게….”

- 호호호, 앞으로 우리와 함께 지내려면 네 머릿속에 있는 잘못된 믿음부터 바꾸어야 할 것이다. 하늘님은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숨 쉬는 것들에게 한계를 주시지 않았다. 한계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야. 그러니 이제부터 네가 만든 한계를 부셔봐라. 처음은 어렵겠지만 그건 너만이 할 수 있다. 알겠느냐, 호호호!

말을 마친 수는 준일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큰소리로 웃고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준일은 수의 말을 들으며 온몸이 땀에 젖어 버렸다. 사람의 몸으로 별다른 수련을 하지 않은 준일에게 기가 실린 수의 말은 단순한 들리는 말이 아니라 충격이었다.

“삼춘, 너무 약하네요. 앞으로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수 이모가 좀 짓궂거든요, 헤헤헤!”

정연은 쓰러지려는 준일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저으며 준일을 잡아 주었다.

“그렇지만 나쁜 뜻이 없으니 이해하세요.”

“으, 응! 후우. 네가 이렇게 나약한줄 몰랐다. 이십년 넘게 군대생활을 했고, 지금도 특수 요원들을 훈련시키고 있는데도 이렇게…!”

“하하하, 삼촌! 그렇다고 너무 주눅 들지 마세요. 수 이모의 힘을 감당할 수 있는 존재는 이 세상에서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에요. 산다가 그러는데 우리아빠랑 그리고…, 그래 맞다! 천상상제란 신 정도라고 했어요. 그리고 아까 보니까 우리엄마랑 가영에게 붙어있던 귀신 아줌마 정도가 비슷한 힘을 가진 것 같았어요.”

“그, 그렇구나!”

준일은 정연의 설명을 듣고 정민이 실체가 더욱 무겁게 다가옴을 느꼈다. 준일은 자신을 말소리만으로도 이렇게 힘들게 하는 신을 이기는 정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여, 여보! 가영이가 깨어났어요.”

하란의 외침소리에 정연과 준일은 하던 일을 멈추고 가영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가영아, 괜찮니?”

“네, 아빠! 어, 오, 오빠…!”

“헤헤헤, 그래 날 알아보겠어?”

가영은 무엇보다 정연이 있다는 것이 기뻤는지 금방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정연도 자신을 보며 기뻐하는 가영 때문에 마음이 즐거웠다.

“그럼, 오빠를…!”

가영은 정연을 보고 너무 기뿐 나머지 정연의 품에 달려들려다가 준일과 하란의 눈치를 보며 멈칫했다.

“하하하, 괜찮다! 연이는 네 친오빠나 다름없으니, 하하하!”

“호호호, 가영아 그렇게 연이가 좋으냐?”

준일이 큰 소리로 웃자, 하란마저 가영을 놀리는 말을 하며 웃었다.

“그, 그게 아니란 말이에요!”

가영은 하란마저 자신을 놀리자 어쩔 줄 몰라 하며 정연에게 도움을 요청하듯 눈길을 보냈고, 그 모습이 귀엽게 보인 정연이 장난기가 발동해 두 팔을 벌리며 입을 열었다.

“하하하, 가영아 삼촌하고 고모가 괜히 하는 소리야! 자 이리 와라 오빠가 안아줄게.”

정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영은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바로 정연에게 안겨들었다. 정연은 가영이 이렇게까지 쉽게 안겨들 줄 모르고 말을 했다가 달려든 가영을 품에 안으며 자신도 모르게 준일과 하란의 눈치를 보았다. 준일의 얼굴이 굳어지며 정연의 품에 안겨 좋아하는 가영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렇게 좋으냐?”

“네, 아빠…!”

준일의 물음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던 가영은 준일의 약간 굳은 표정을 보곤 말을 끝맺지 못하고 다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호호호, 가영아 괜찮아! 연이랑 친남매처럼 앞으로 잘 지내도록 해라. 그리고 연이도 친동생으로 생각하고 잘 지내길 바란다.”

하란이 나서서 말을 하지 않았다면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갈 뻔했다. 하란이 나서자 준일의 굳었던 얼굴이 펴졌고, 가영을 품에 안고 있던 정연도 어색했던 표정을 풀고 친동생을 안아 주듯 가영을 안아주었다.

“헤헤헤, 걱정하지 마세요! 집에 있는 선영이보다 가영이가 더 예쁘고 맘도 더 착해서 좋아요.”

정연의 말을 듣고 가영이 얼굴에 불쾌한 표정을 띠고, 손을 풀며 정연을 노려보았다.

“오빠, 선영이가 누구야?”

“으응, 내가 사는 집에 있는 동생이야.”

“동생이라니? 혹시…!”

“삼촌, 오해하지 마세요. 그 애는 아저씨…, 참 그렇구나! 삼촌과 고모는 모르겠구나. 내가 산에서 내려와서 지내는 집이 있어요. 그곳에 아저씨랑 아줌마, 그리고 여자애 둘이 있는데, 말괄량이들이라 산다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툭하면 산다를 못살게 굴어서 그 애들만 보면 산다가 도망하거든요, 하하하!”

“그, 그럼 오빠가 게들 좋아 하는 거 아니지?”

“게들을 내가…? 말도 안 돼! 게들은 생각만 해도 소름끼쳐.”

“야아, 진짜지 오빠?”

“…!” 

“…!” 

“…!” 

“헤 에! 오빤 나만 좋아 해야 돼, 알았지?”

“으응! 그, 그래….”

가영의 다짐에 정연은 머쓱해져서 뒷머리에 자신도 모르게 손이 올라갔고, 준일과 하란도 가영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가영이 무사함을 확인한 준일과 정연은 오두막을 짓는 일을 계속했고 하란과 가영은 광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구해했다.

시간이 흘러 밤이 되었고 지하광장을 밝게 비추던 천정의 빛도 사그라지고 밤벌레의 울음소리가 울리는 지하광장에 한편에 자리 잡은 오두막 앞에 하란과 가영이 준비한 조촐한 저녁상이 차려지고 연정과 정연 모자와 준일의 세 식구가 둘러앉았다. 수와 신수 산다는 정민을 돌보기 위해 신단수 안에 머물고 있었다. 다섯 사람은 지난세월 이야기를 하며 저녁을 먹었고, 특히 가영은 정연의 옆에 붙어 앉아서 준일의 눈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연을 챙겨주기 바빴다. 이렇게 모두가 모인 하루가 갔다.


“뭐라 했느냐, 실패했다고!”

“그, 그렇습니다, 사, 상제님! 저희가 도착했을 때는 이, 이미 검두장군이 이미 일을 벌이고 말았습니다. 사, 상제님께서 어린 계집에게 숨겨 두었던 영도 사라졌습니다. 아마도 검두 장군이 과하게 손을 쓴 모양입니다. 그 계집은 이미 넋이 나갔고 그 아이의 애비와 어미도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화를 거둔 동방상제는 앞에 언제 화가 미칠지 몰라 떨며 엎드려있는 세 명의 신장들을 한 동안 말없이 쳐다보았다.

“검두가 어떻게 당했더냐?”

신장들은 의외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는 동방상제에게 속으로 크게 놀랐다.

“계집아이의 목에는 저희는 손을 대지 못하게 강력한 부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세하게 살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불속에서 검두 장군의 흔적이 남아있어 부적에 의해 불을 일으키고 소멸된 걸로 생각됩니다.”

“너희를 보낸 것이 내 불찰이로다. 너희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자들인데 어찌 너희들에게서 자세한 전후 상황을 알아낼 수 있겠느냐. 모두 물러가 있으라.”

“예!” 

세 명의 신장들은 동방상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라졌다. 신장들이 사라지자 동방상제는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에 빠진듯했다. 맑은 물빛으로 가득 찬 동방상제가 머무는 곳은 아무런 장식이나 기물들도 없어 어찌 보면 황량하기 까지 느껴졌다. 그 가운데에 바른 자세로 앉아있는 모습으로 허공에 떠있던 동방상제의 눈이 떠지며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대고 입을 열었다.

“용두는 나서라!”

“용두장군 대령이요!”

동방상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물결이 출렁이듯 작은 파장이 일어나며 무릎을 꿇은 자세로 신장이 나타났다.

“신수의 영이 담긴 네 개의 신단은 어찌 되었느냐?”

“그, 그것이….”

“아직도 하늘님의 결계를 풀지 못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아무리 하여도 저희들만의 힘으로는 그 문양의 신비한 힘을 이겨낼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상제님이 직접 나서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쯔쯔쯔, 이런 미련한 것들! 내가 직접 나서도 된다면 처음부터 너희들을 앞세우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은 하늘님의 사명이 끝나지 않았기에 내가 직접 나서지 못함을 어찌 모르냐. 그래 사천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하고도 그 문양의 힘을 깰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단 말이냐?”

평화롭게 보였던 동방상제의 얼굴에 다시 일그러지며 험악하게 변했다.

“그,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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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