뻣뻣공주, 우리언니 4 - 언니의 로맨스의 징후

아르거스200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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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로맨스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언니가 내가 거의 매일이다시피 흉보던 김사범을 은근히 두둔하던게 지금 생각해보니 연말부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귀는 사람이 있다고 김사범을 집으로 초대해서 나를 뜨악하게 한게 화이트데이가 지난지 얼마 안 되었을 때니까 언니는 그 사이 저를 깜쪽같이 속이고 있었던 겁니다.뻣뻣공주, 우리언니 4 - 언니의 로맨스의 징후

 

지금 생각하니 여러 징후가 있었네요. 연말엔가 꽃집에 김사범이 형수님 생신이라고 꽃다발을 사러 왔을 때 물어보지도 않고 장미꽃 33송이를 포장할 때 난 '김사범이 미리 주문을 한거구나.' 그냥 그렇게만 생각했죠. 김사범 어머니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형과 형수가 부모님처럼 돌봐주셨다는 이야기를 언니한테 들을때도 그냥 흘러들고 말았습니다. 제가 좀 더 추리력과 집중력이 있었다면 그걸 언니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해 했을텐데... 뻣뻣공주, 우리언니 4 - 언니의 로맨스의 징후 등잔밑이 어둡다더니... 우리 승윤이가 수업에 집중 못 한다고 혼낼게 하나도 없습니다. 다 엄마를 닮아서 그런것을..

 2월에 김사범 졸업한다고 운동하던 엄마들이 얼마씩 걷어 선물하나 사주자고 할 때도 별말 없다가 자기가 꽃다발을 준비하겠다고 했을 때 눈치 챘어야 했습니다. 그 바쁜 졸업시즌에 정말 정성을 들여 꽃다발을 쌀 때도 언니가 정말 몸이 가벼워지고 개운해져서 그게 고마워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졸업식이 지나고 저도 한동안 바빠서 언니한테 들려보지 못 하다가 짬을 내서 들렸을 때 거기 김사범이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알아봤어야 했습니다.

"왜 왔대?" 하는 나의 질문에

"응, 지나가다 들렸대."

"여기가 무슨 동네 커피숍이래. 그냥 들려서 커피나 마시고 가게..."

"너무 그러지 마라.. 넌 괜히 사람을 미워하는 버릇이 있더라."하고 말해서 내 기분을 상하게 할 때 뭔가 있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는데...

아니, 그 때 다 몰랐어도 발렌타인에 초코렛과 함께 'K&C'라고 수놓여진 쿠션을 포장하던 언니의 웃는 얼굴을 보고 알아봤어야 하는데.. 전 그게 손님이 부탁한 건줄 알았죠. 내가 어떻게 그 K가 김사범인줄 알았겠습니까? 언니가 화이트데이에 언니만한 곰인형을 배달받고 어딘가로 전화할때 정말 알았어야 하는데...

 

화이트데이가 지나고 언니가 저한테 그러더군요. 너한테 소개시켜 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뭐? 나한테? 누구? 남자친구? 나 그런거 필요없어."

전 실없는 농담으로 언니의 말을 받았줬죠.

"아니, 나 사귀는 사람있어."

"뭐? 지금 장난하냐?"

그때까지도 전 언니의 말을 믿지 못했습니다.

"내일 저녁에 집에 초대했어. 너가 꼭 와서 보고 축하해 줬으면 해."

"축하? 무슨 축하.."

"나, 청혼 받았거든."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입니까? 내가 분명 언니의 사정거리 안에 있었는데 도대체 언제 연애를 했다는 겁니까?

누구냐고 자꾸 묻는 말에 그날 보라는 말만 하던 언니... 그 때 뭔가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궁금한 마음에 점심부터 언니집으로 향했죠. 음식 준비를 하는 언니 뒤에서 계속 누구냐고 묻는 제 질문에 언니는 대답을 안 하더군요.

"참, 태권도 학원에 못 간다고 전화했어."

"아냐, 내가 했어."

"언니가? 언제? 빠르네. 어쨌든 오늘 하루는 쉬자.. 근데 무지 궁금하네.. 엄마도 아셔?"

"어, 내가 대충 얘기했어. 다음주쯤 다니러 갈거야."

 

7시, '딩동'

"내가 나갈게." 언니가 옷매무새를 다듬더니 나갑니다.

"어서와요." 거울을 한 번 보고 언니 뒤를 따라 현관 앞에선 제 앞에 나타난 사람은 김'사'범 이었답니다. 전 그때까지도 설마했죠.

"어, 김사범님? 여긴 웬일이세요?"

"인사해, 내가 얘기했던 사람이야. 경욱씨! 경욱씨! 제 동생 잘 알죠?"

뭐야? 도대체 어떻게 되어가는 얘기야. 경욱씨... 김사범 이름이 김경욱이었나.

저녁을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억나는 단 한마디는

"언니 통해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였답니다. 울 언니 내가 한 얘길 다 갔다가 일러바쳤나 봅니다.뻣뻣공주, 우리언니 4 - 언니의 로맨스의 징후뻣뻣공주, 우리언니 4 - 언니의 로맨스의 징후 웬수 웬수...

 

"언니, 뭐야?"

김사범님이 돌아간 후 전 최대한 마음을 진정시킨 후 언니에게 정중하게(?) 물었죠.

"미안해. 얘기하려고 했는데 너가 하도 흉을 보니까 ... 사실, 내 마음도 잘 모르겠더라. 그렇잖아. 우리 나이차이도 좀 나고.. 형님은 괜찮다고 하지만..."

"형님. 아니 그럼 언니 김사범 가족들 벌써 만난거야?"

"이젠 김사범 김사범하고 부르지 말고 존대를 해 주면 좋겠어. 내가 너의 결정을 인정했듯이 너도 나의 결정을 인정해 줬으면 해."

'씨이,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고 그래.'

"그래 김경욱씨.. 아 몰라, 어쨌든 그래도 한마디 정돈는 해줘야 하는거 아니야? 그리고  내가 한 얘기 다 가서 얘기한거야?"

" 경욱씨가 작년에 힘들어 할 때 우연히 같이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참 편하고 좋더라. 이야기도 잘 통하고 하고 다니는 건 어려보이지만 그렇지 않더라고. 속도 깊고... 처음엔 이런 내 마음이 주책이라고 생각했어. 사실 나이 차이도 좀 나고.. 내 마음 조심하려고 했는데 사랑엔 조심이라는 게 없더라. 경욱씨랑 신년초에 해맞이 보러 갔을 때 나랑 사귀고 싶다고 하더라. 처음엔 웃어 넘겼는데 참 좋았어. 그 느낌이... 꼭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 너가 제부랑 결혼하려고 할 때 왜 그 사람이 좋냐고 물으니까 느낌이 왔다고 했지. 나도 그랬어. 그 사람한테 어떤 느낌이 왔다. 쉽지는 않겠지만 너가 우리 인정해 주고 축복해 주면 좋겠어. 그래서 엄마, 아빠보다 너한테 먼저 보여준거야."

"그래, 뭐, 내가 두 사람을 방해한다거나 결혼을 반대한다는게 아니고.. 난 그냥... 너무 당황스러워서.."

언니의 일장연설에 전 주눅이 들어 말도 제대로 못 했답니다.

 

일사천리.. 아마도 언니의 결혼을 두고 할 말인가 봅니다. 엄마도 아빠도 나이차는 언니가 결혼한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시는건지 제 눈에 별로 안 차보이는 형부가 눈에 차시는건지 첫 인사 갔을 때 바로 결혼을 승락해 주셨답니다. 그래서 5월에 약혼식도 없이 바로 결혼을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