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한 일은 강사들 이름 외우는 것이었다. 나는 이상하게도 이름이나 전화번호 외우는 것을 정말 못했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외우기 시작했다.
처음 눈에 띈 사람은 최석주, 이 사람은 외우지 않아도 머리에 쏙 들어왔다. 시원시원한 눈매가 미남은 아니어도 호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남자였다. 또, 전형적인 바람둥이 스타일이었다. 여자들한테 눈 웃음이나 흘리는..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와 친해질 필요는 있었다. 다음에 이유미 선생. 나보다 두 살이 더 많은데 정말 어리게 보였다. 경력도 많고 친절하고 이것저것 나를 챙겨주는 게 마음에 들었다. 이 선생하고는 친하게 지내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맞은 편에 앉은 박마리 선생은 최석주와 같은 과학 선생이었다. 그녀 역시 서글서글한 눈 웃음으로 사람을 참 마음편하게 만들어주는 타입이었다.
거기에, 패션 모델같이 옷을 입는 늘씬한 키의 영어 담당 박겨울 선생, 그에 못지 않는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양혜연 선생, 마지막으로 상담실 고 실장 옆자리에 앉아 얼굴을 잘 볼 수 없지만, 역시 미인인 최현주 선생.. 이 학원은 얼굴 보고 강사 뽑나? 어디가서 날씬하다는 소리 듣는 나지만, 이런 여자들 틈에 끼니 촌닭이 따로 없었다. 나는 갑자기 주눅이 들어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 나랑 같이 가게요. 오늘은 저랑 같이 수업 들어가요.
이 선생이 책을 주며 말했다.
-아, 네.
나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선생이 앞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복도를 따라 강의실로 향했다. 회색 문을 열자, 아이들의 눈동자가 나에게 쏟아졌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혹시 얘들이 내 과거를 알고 있진 않겠지?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맨 뒷자리로 가서 앉았다. 이 선생이 출석을 불렀다. 출석을 부르는 사이, 교실을 둘러 본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왠 덩치들이 그렇게 큰 지. 과연 저 애들이 내 말을 들을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때, 강의실 문이 열렸다.
-야, 강이현, 김성주! 왜 늦었어?
내 눈이 자연스럽게 두 아이들에게 가 닿았다. 강이현이라.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노랗게 물들인 머리에 게다가 눈은 한쪽은 파랗고 한쪽은 까맸다. 요즘 오드 아이 어쩌고 하더니 그거 흉내내나? 나는 속으로 쯧쯧, 혀를 찼다.
-늦을 수도 있지.
이현은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내 옆에 앉았다. 이현이 흘낏, 나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성주는 그래도 양심은 있는 지 씩 웃고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는 맨 앞자리에 앉았다.
어떻게 지나갔는 지도 모르게 수업이 끝났다. 나는 졸린 것을 억지로 참느라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교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겨우 한 시간 수업, 그것도 참관 수업이었는데 너무 피곤했다. 몸이 솜뭉치처럼 가라앉는 것을 느끼며 다음 시간표를 봤다.
-할 만해요?
최석주였다. 나는 피식, 웃었다.
-글쎄요.
-이거나 먹어요.
그가 내민 것은 레모나였다. 레모나라니. 나는 처음보다 좀 더 길게 웃었다.
-이게 뭐에요?
-몰라요? 피로회복엔 레모나.
그도 피식 웃더니 뒤로 돌아섰다. 왠 친절이람. 나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러나, 그래. 싫지는 않았다.
방학이라 수업이 일찍 끝났고 아이들도 모두 돌아갔다. 나는 집에 가고 싶었지만 슬금슬금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그때, 석주가 나를 불렀다.
-한여운 선생님.
-네!
나는 재빨리 뛰어갔다. 그는 나에게 무슨 파일 같은 것을 내밀었다. 의아해 하는 나를 보며 그가 말했다.
-이건 출퇴근부에요. 여기에다 출근 시간, 퇴근 시간 적구요. 이건 현황기록부인데 여기다가는 나중에
담임 맡으면 그날그날 아이들 상황 적으면 되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로 돌아왔다.
-내일부터 적어요.
석주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출퇴근부라니. 나는 내 발목에 족쇄가 채워지는 것 같은 느낌에 씁쓸했다. 내가 자리에 앉자, 옆에서 뭔가를 하고 있던 고 실장이 물었다.
-한 선생님은 퇴근안해요?
-어.. 다들 안가시길래.
-일 다 했으면 퇴근해.
그는 습관적으로 안경을 만지며 말했다. 나는 그 말에 눈이 번쩍 띄였다.
-원장님한테 인사하고 가요. 괜찮으니까.
-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하. 괜히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하루가 갔다. 별 일없이. 라고 생각했다. 바보처럼.
학원 문을 나선 나는 먼저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디스요.
지갑을 열고 돈을 꺼낸 나는 담배를 받아들었다. 그때, 누군가가 내 뒤에서 컵라면 하나를 내려놓았다. 무심결에 뒤를 돌아본 나는 기절하는 줄 알았다. 이현이었다.
-어..
내가 당황한 것과는 다르게 이현은 담담했다.
-이거하고요, 디스요.
이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고, 담배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내 옆을 스쳐 문을 열고 사라졌다. 문 틈으로 들어온 차가운 바람이 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제길. 이젠 담배도 못 피우겠네.
나는 욕을 하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게 무슨 꼴이람. 날라리 고등학생처럼 어두운 놀이터 그늘에서나 담배를 피우고.. 난 짜증이 났다. 신경질적이로 담배를 비벼 끈 나는 일어섰다. 그래도 이게 왠 일이냐. 내가 돈을 벌다니. 다행이었다.
이번 달 말에 아빠와 엄마는 수원으로 이사를 가셔야 했다. 난 죽어도 가기 싫었기에 아빠와 타협을 본 것이 일자리를 찾는다는 조건하에서 조그만 아파트를 하나 얻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제 일자리를 찾았으니 아빠는 이 동네의 원룸 아파트라도 하나 얻어주실 것이다. 하하. 드디어 나도 독립이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는 집까지 단숨에 뛰어갔다.
-아니라고요!
누군가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깜짝 놀란 나는 시선을 그쪽으로 향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그곳에서 최석주 선생과 박마리 선생이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아니, 조금 시끄러운 토론.
-그런 식으로 하면 아이들 점수 받는 것 밖에 못 가르쳐요.
석주의 말에 박 선생이 말했다.
-그렇게 해서 애들 성적이 많이 올랐어요. 이게 최선의 방법이에요. 그렇게 해요!
석주는 고개를 흔들더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게 무슨 일인가, 나는 어리둥절했지만, 곧 교무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온해졌다. 그렇지만 나는 궁금했다. 석주가 왜 싸운 것인지. 나는 교무실을 나와 4층 휴게실로 향했다. 강사들이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하는 휴게실에 석주가 앉아 있었다. 역시, 내 짐작은 틀림이 없었다.
-왜 싸우고 그래요? 애들 처럼.
내 등장에 좀 놀랐는지 석주는 넥타이를 반쯤 풀고 비스듬하니 앉아있다 자세를 고쳐 앉았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전 애들 시험공부 가르쳐주러 갑니다...ㅋ. 아. 이번 소설을 70%는 실화인거 아시죠? ㅋㅋ..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학원 강사잖아요... 이런 저런 에피소드 들도 많이 넣어서 재밌는 이야기 들려 드릴게요..~
★그 녀석, 나쁜 녀석!★ 2.. 우당탕 초보강사
처음 시작한 일은 강사들 이름 외우는 것이었다. 나는 이상하게도 이름이나 전화번호 외우는 것을 정말 못했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외우기 시작했다.
처음 눈에 띈 사람은 최석주, 이 사람은 외우지 않아도 머리에 쏙 들어왔다. 시원시원한 눈매가 미남은 아니어도 호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남자였다. 또, 전형적인 바람둥이 스타일이었다. 여자들한테 눈 웃음이나 흘리는..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와 친해질 필요는 있었다. 다음에 이유미 선생. 나보다 두 살이 더 많은데 정말 어리게 보였다. 경력도 많고 친절하고 이것저것 나를 챙겨주는 게 마음에 들었다. 이 선생하고는 친하게 지내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맞은 편에 앉은 박마리 선생은 최석주와 같은 과학 선생이었다. 그녀 역시 서글서글한 눈 웃음으로 사람을 참 마음편하게 만들어주는 타입이었다.
거기에, 패션 모델같이 옷을 입는 늘씬한 키의 영어 담당 박겨울 선생, 그에 못지 않는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양혜연 선생, 마지막으로 상담실 고 실장 옆자리에 앉아 얼굴을 잘 볼 수 없지만, 역시 미인인 최현주 선생.. 이 학원은 얼굴 보고 강사 뽑나? 어디가서 날씬하다는 소리 듣는 나지만, 이런 여자들 틈에 끼니 촌닭이 따로 없었다. 나는 갑자기 주눅이 들어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 나랑 같이 가게요. 오늘은 저랑 같이 수업 들어가요.
이 선생이 책을 주며 말했다.
-아, 네.
나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선생이 앞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복도를 따라 강의실로 향했다. 회색 문을 열자, 아이들의 눈동자가 나에게 쏟아졌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혹시 얘들이 내 과거를 알고 있진 않겠지?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맨 뒷자리로 가서 앉았다. 이 선생이 출석을 불렀다. 출석을 부르는 사이, 교실을 둘러 본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왠 덩치들이 그렇게 큰 지. 과연 저 애들이 내 말을 들을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때, 강의실 문이 열렸다.
-야, 강이현, 김성주! 왜 늦었어?
내 눈이 자연스럽게 두 아이들에게 가 닿았다. 강이현이라.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노랗게 물들인 머리에 게다가 눈은 한쪽은 파랗고 한쪽은 까맸다. 요즘 오드 아이 어쩌고 하더니 그거 흉내내나? 나는 속으로 쯧쯧, 혀를 찼다.
-늦을 수도 있지.
이현은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내 옆에 앉았다. 이현이 흘낏, 나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성주는 그래도 양심은 있는 지 씩 웃고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는 맨 앞자리에 앉았다.
어떻게 지나갔는 지도 모르게 수업이 끝났다. 나는 졸린 것을 억지로 참느라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선생님, 어때요?
복도를 걸으며 이 선생이 물었다.
-글쎄요.. 근데 그 머리 물들인 애요.
-누구요? 아, 이현이요? 걘 혼혈이에요. 미국에서 살다 왔대요. 걔 눈도 오드 아이잖아. 한쪽은 까맣고
한쪽은 파랗고.. 신기하죠? 걔가 수학이랑 영어는 잘하거든요? 근데 국어하고 사회는 바닥이야.
-그래요..
난 고개를 끄덕이며 교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겨우 한 시간 수업, 그것도 참관 수업이었는데 너무 피곤했다. 몸이 솜뭉치처럼 가라앉는 것을 느끼며 다음 시간표를 봤다.
-할 만해요?
최석주였다. 나는 피식, 웃었다.
-글쎄요.
-이거나 먹어요.
그가 내민 것은 레모나였다. 레모나라니. 나는 처음보다 좀 더 길게 웃었다.
-이게 뭐에요?
-몰라요? 피로회복엔 레모나.
그도 피식 웃더니 뒤로 돌아섰다. 왠 친절이람. 나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 그러나, 그래. 싫지는 않았다.
방학이라 수업이 일찍 끝났고 아이들도 모두 돌아갔다. 나는 집에 가고 싶었지만 슬금슬금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그때, 석주가 나를 불렀다.
-한여운 선생님.
-네!
나는 재빨리 뛰어갔다. 그는 나에게 무슨 파일 같은 것을 내밀었다. 의아해 하는 나를 보며 그가 말했다.
-이건 출퇴근부에요. 여기에다 출근 시간, 퇴근 시간 적구요. 이건 현황기록부인데 여기다가는 나중에
담임 맡으면 그날그날 아이들 상황 적으면 되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로 돌아왔다.
-내일부터 적어요.
석주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출퇴근부라니. 나는 내 발목에 족쇄가 채워지는 것 같은 느낌에 씁쓸했다. 내가 자리에 앉자, 옆에서 뭔가를 하고 있던 고 실장이 물었다.
-한 선생님은 퇴근안해요?
-어.. 다들 안가시길래.
-일 다 했으면 퇴근해.
그는 습관적으로 안경을 만지며 말했다. 나는 그 말에 눈이 번쩍 띄였다.
-원장님한테 인사하고 가요. 괜찮으니까.
-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하. 괜히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하루가 갔다. 별 일없이. 라고 생각했다. 바보처럼.
학원 문을 나선 나는 먼저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디스요.
지갑을 열고 돈을 꺼낸 나는 담배를 받아들었다. 그때, 누군가가 내 뒤에서 컵라면 하나를 내려놓았다. 무심결에 뒤를 돌아본 나는 기절하는 줄 알았다. 이현이었다.
-어..
내가 당황한 것과는 다르게 이현은 담담했다.
-이거하고요, 디스요.
이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고, 담배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내 옆을 스쳐 문을 열고 사라졌다. 문 틈으로 들어온 차가운 바람이 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제길. 이젠 담배도 못 피우겠네.
나는 욕을 하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게 무슨 꼴이람. 날라리 고등학생처럼 어두운 놀이터 그늘에서나 담배를 피우고.. 난 짜증이 났다. 신경질적이로 담배를 비벼 끈 나는 일어섰다. 그래도 이게 왠 일이냐. 내가 돈을 벌다니. 다행이었다.
이번 달 말에 아빠와 엄마는 수원으로 이사를 가셔야 했다. 난 죽어도 가기 싫었기에 아빠와 타협을 본 것이 일자리를 찾는다는 조건하에서 조그만 아파트를 하나 얻어주겠다는 것이었다. 이제 일자리를 찾았으니 아빠는 이 동네의 원룸 아파트라도 하나 얻어주실 것이다. 하하. 드디어 나도 독립이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는 집까지 단숨에 뛰어갔다.
-아니라고요!
누군가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깜짝 놀란 나는 시선을 그쪽으로 향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그곳에서 최석주 선생과 박마리 선생이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아니, 조금 시끄러운 토론.
-그런 식으로 하면 아이들 점수 받는 것 밖에 못 가르쳐요.
석주의 말에 박 선생이 말했다.
-그렇게 해서 애들 성적이 많이 올랐어요. 이게 최선의 방법이에요. 그렇게 해요!
석주는 고개를 흔들더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게 무슨 일인가, 나는 어리둥절했지만, 곧 교무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온해졌다. 그렇지만 나는 궁금했다. 석주가 왜 싸운 것인지. 나는 교무실을 나와 4층 휴게실로 향했다. 강사들이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하는 휴게실에 석주가 앉아 있었다. 역시, 내 짐작은 틀림이 없었다.
-왜 싸우고 그래요? 애들 처럼.
내 등장에 좀 놀랐는지 석주는 넥타이를 반쯤 풀고 비스듬하니 앉아있다 자세를 고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