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족의 계약]13부

다일리아2005.05.19
조회289

잠시 후 에릭은 프란시아 대신관과 함께 돌아왔고 대신관이 들어오자 사람들은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프란시아 대신관님,이렇게 발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오. 이는 신의 뜻이기도 하니 말이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죄송하지만 프란시아 대신관님께서 보관하시고 계셨던 작은 악동이 걸린 병을 보여주시겠습니까?"

 

라디폰 공작의 요청에 프란시아 대신관은 작은 유리병을 하나 꺼내서 건네주었었다.

 

 

"제가 공주님께서 사라지신 후 증거품으로 이 병을 프란시아 대신관님께 보관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나미르 백작을 포함한 여러 백작 분들게서는 기억하십니까? 기억하지 못하시겠다면 이 자리에 계신 아스티 에 공작님이나 나인 공작님께 여쭙도록하지요"

"기억합니다"

"물론이오"

 

그들은 내키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누구도 저 병이 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은 표하지 못했다. 그만큼 프란시아 대신관의 명성은 대단했고, 그에 걸맞은 성품을 지닌 자였다.

 

"좋습니다 프란시아 대신관님 이번에는 제가 맡겼던 것들을 돌려주실수 있겠습니까?"

라디폰 공작이 돌려받은 것은 5개의 유리병이였다.5개의 유리병에는 내방에서 나왔던 유리병과 같은 글귀가 적혀있었다. 대신 안에 담긴 액체의 색은 달랐다. 붉은색 흰색  노란색 갈색의 액체가 안에서 찰랑이고 있었다.

 

"이 병에도 작은 악동이 걸려 있습니다. 프란시아 님, 제가 전해드릴 때 이병 안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 기억하신다면 말씀해 주실수 있겠습니까?"

 

"내가 처음 받았을때 그 병들에는 색색의 털들이 들어 있었소.  붉은 색 흰색 회색 노란색 갈색의 털이었지. 그런데 사 개월이 지나면서 부터 투명하던 액체가 색을 띠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안 에 있던 털들이 녹아버렸오"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

갈렉트 백작의 반박에 라디폰 공자는 먹이를 낚아채기 전의 맹금류처럼 눈을 날카롭게 치켜뜨고 말했다

 

"분명히 전 아리란드 전하께서 편찮으시기 시작한 7개월 공주님은 스프린에 계셨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많은 분들이 그 전에 저주를 걸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억지로 죄명을 갖다 붙이셨지요. 그럼 묻겠씁니다. 어째서 당시에 병에는 붉은 머리카락이 들어 있었떤 걸까요? 7개월 전에 저주를 거셨다면 분명히 붉은 액체만 들어 있어야 되는것 아닙니까?"

 

라디폰 공작의 매서운 말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특히 나를 사헤트로 보내는 데 큰 힘을 발휘했던 나미르 백작과 갈렉트 백작, 알노르도 백작은 식은땀마저 흘리고 있었다.

 

"하, 하지만 머리카락이 녹는 기간을 잘못 알았을 수도 있찌 않소?"

궁여지책으로 나미르 백작이 말을 꺼냈지만 그것은 대실수였다. 그말은 그 기간을 알려준 프란시아 대신관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럼 나미르 백작께서는 이 늙은이가 거짓말을이라도 했단거요? 분명히 말해두건데 나는 라디폰 공작의 부탁으로 매일 그병들으 확인했소, 확실하지도 않은 증거로 한 나라의 왕족을 몰아 부친 것도 모자라 타국으로 보내려 했으며,  때문에 마리엔 공주님께서는 목숨을 잃을 뻔하셨오. 이 죄를 어찌 사죄할것이오!"

 

프란시아 대신관의 노기 띤 호통에 홀 안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움찔했다

 

"이제 라디폰 공작의 차례는 끝났군요. 이번엔 내가 나서죠. 세린, 좀 부탁해도 되죠?"

"벌서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 분부만 내려주십시오."

"그럼 그를 불러주시겠어요?"

"맡겨주십시오"

 

세린은 성큼성큼 걸어 문을 열었다

그러자  조금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양켄센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양켄센의 뒤로는 그를 감시하는것처럼 버티고 서있는 제4기사단의 기사들이 보였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입니까?"

"시끄럽다."

 

세린은 무표정한 얼굴로 양켄센의 복부를 강하게 주먹으로 쳤다.

 

"세린 경 궁전 마법사에게 그 무슨 행동입니까?"

오펠리우스 왕비가 벌떡 일어나서 세린을 탓했다.

"어마마마, 제가 시켰사옵니다. 세린경을 책하지 마시옵소서. 만약 제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면 그리고 양켄센에게 아무 잘못이 없다면 제가 벌을 받겠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그냥 보고 계씹시오"

나는 똑바로 오펠리우스 왕비를 올려다보았다

 

"당신이 여기에 왜 있는지 압니까?" 내가 싸늘하게 묻자 양켄센이 잠시 주저했다.

"소인은 모르겠습니다. 어째서 제가 이런 대우를 받아야합니까? 전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두고 봐야 알겠죠"

 

"그때 당신은 내 방에서 유리병을 찾아낸 사람입니다. 그건 에릭 경과 세린 경 안데리사 경도 본 것이니 부인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런데 기억하나요? 다른 기사들이 직접 방을 뒤지는 데 반해 당신은 눈을 감았지요. 어떻게 눈을 감고도 찾을 수 있엇나요?"

 

 

"그건 마법으로 탐색했기 때문입니다! 전 단지 명령을 받고 저주의 매개체를 찾은 것 뿐입니다"

 

"이 함 중에 '작은 악동이 걸린 유리병이 들어 있습니다. 찾아내십시오. 참 저주가 걸린 병이 두 개일수도 아예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법으로 탐색하면 그 정도는 쉽게 알아낼수 있겠죠?"

 

"그건.."

양켄센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왜  마법을 사용하지 않죠? 그때처럼 하면 간단하잖아요. 설마 못하는 겁니까?"

 

내가 날카롭게 말하자 양켄센이 어떻게 하나를 지켜보던 귀족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어떤 함에 저주가 걸린 병이 들어 있나요?"

"...세 번째 함입니다"

 

그러ㅓ나 양켄센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없었다. 죠안이 들고 있떤 함을 열었고, 그안에는 예븐 상아 빗이 놓여 있었다.

 

"이 이럴리가 없습니다! 다시 한번 해 보겠습니다!"

양켄센은 내 팔을 잡으며 소리쳤고 나는 다시해 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함인가요?"

"저 저기 있는 함입니다"

양켄센은 아주 천천히 미첼로가 들고 있는 함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안에 들어 있는 것은 붉은색의 글씨가 적힌 작은 유리병이였다.양켄센은 기뻐서 몸을 부들 부들 떨었다. 그러나 내가 유리병을 꺼내자 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붉은색의 깨알 같은 글시로 씌어 있는 것은 '바보'라는 글귀였다.

 

"저주란 건 말이죠, 그 느낌이 아주 모호해서 흑마법사라도 잘 느끼지못해요. 아주 강한 흑마법사나 저주에 특별한 재능이 잇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말이에요.  내가 내방에 숨겨져 있는 이 병을 몰랐다는 것만봐도 알수 있겠지요. 그리고 저주는 마법으로 탐색할 수 없어요. 다음부터는 좀 알고 연기를 해요"

 

내가 말을 마치자 양켄센은 후들거리는 다리를 주체하지 못해 바닥에 주저 앉았다.

 

"감히 네놈이 은혜도 모르고 그따위 짓을 했단 말이더냐!!!"

뒤쪽에서 레프스터 국왕의 노한 외침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르미엘 왕자와 오펠리우스 왕비도 그에 못지않게 분기탱천한 모습이었다. 물론 둘중에 한명은 확실한 연기지만 말이다.

 

"기사들은 뭐하냐? 당장 저 역적 놈을 감옥에 처넣어라! 내 이일을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폐, 폐하 전결백합니다! 살려주십시오! 저는 죄가 없습니다!"

"전 죄가 없스니다!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잠깐!"

레프스터 국왕의 말에 기사들이 양켄센을 끌고 가던 것을 멈췄다.

"그자가 누구냐? 너에게 사주한 자가 누구냔 말이다. 만약 사실대로 말한다면 정상 참작을 하겠따"

"그건..."

양켄센은 무척이나 고민되는지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말끝을 흐렸다.마침내 양켄센은 결심했는지 레프스터 국왕을 올려다보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갑자기 양켄센은 발작이라도 일으킨 것처럼 몸을 부들 부들 떨면서 거품을 뿜어냈다.

 

"크윽"

 

"데리고 가라. 그리고 어의에게 반드시 살려내라고 하라"

 

 

나는 기사들이 축 처진 양켄센을 끌고 가는 사이 오펠리우스 왕비를 훔쳐보았다. 역시 오펠리우스 왕비의 짓일까? 아니면 왕비 일당 중 하나의 짓일까? 양켄센의 반응으로 보아 남모르게 특수한 약을 먹였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의 상황으로는 오펠리우스 왕비를 끌어들일 만한 증거가 없었다

 

"어때요? 내가 준비한 연극이 재미있었나요? 멋진 반전이죠?"

 

 

 

이렇게 사건은 대강 마무리되었고 나에 대한 보호는 한층 강화되었다.

이제 내 관심사는 죽은 자들에게 쏠렸다. 복수도했고, 처리할 일도 대부분 해결했다. 나는 궁궐에 돌아온지 일주일째 되는 날에야 비로소 제4기사단 훈련장으로 바걸음을 옮겼다.

 

"공주님 어서오십시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나는 기뻐하는 기사들을 향해 웃어보였다.

 

이들이 지금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세 사람의 행방이 무엇보다 궁금하겠찌. 아마 어떻게 됐을지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묻고 싶지만 나 때문에 참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말하기 전까지는 누구도 묻지 안겠어. 결국은 내가 먼저 시작할 수밖에 없는건가.

 

"데려왔어"

"네?"

뜬금없는 매알에 기사들이 반문하자 나는 다시 한번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데려왔어"

 

"무슨 말씀이십니까? 누구를 데려왔단 말씀입니까?"

 

"아인이랑 마르크. 씨스를 데려왔어"

내말에 사람들을 못 들을 걸 들은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우드랜과 다른 기사들도 데려왔어. 하나도 빠짐없이."

 

"뭐야? 나는 정신이 말짱하다고. 잘 보라고. 모두들 있으니까"

기사들이 뭐라고 말했지만 나는 무시하고 긴 주문을 외웠다. 이윽고 생겨난 검은 소용돌이가 안에 든 것을 토해내기 시작했다.마지막 열여섯 번째 사람까지 토해낸 검은 소용돌이는 이내 사라졌다.

 

"그것봐. 내가 데려왔다고 했잖아"

차갑게 식은 시신들을 바라보던 얼빠진 눈들이 나에게 향했다.

 

"봐바. 내가 다 맞춘거야. 원래는 팔이고 다리고 다 떨어져 있엇는데 내가 원래대로 만들었어. 어떤 것은 근처에 없어서 한참 동안이나 찾아 헤 맸다니까"

 

그러나 내가 조립할때 일어났던 우스운 일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어도 그들은 묵묵 부답이였다

 

"미나는 검술을 배워놓고도 제대로 써먹지도 못했다니까. 게다가 내가 만들어준 마법 반지도 써보지 못했어. "

 

"마리엔 공주님"

누군가 고뇌와 비통에 찬어조로 나를 불렀다.

 

"나 잘했지?"

한참 만에 나는 입을 열었다.말을 마친 입술이 경련이라도 일으킨 것처럼 파르르 떨렸다.

 

"가겠어"

화가 난 나는 궁으로 뛰어갔다. 뒤에 죽은 자들의 잔해를 남겨두고 온것이 마음에 걸렸따. 기사들이 잘 처리하겠지만 자꾸 뒤로 눈이 돌아갔다.

 

나는 어느새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눈을떳을 때는 이미 어둑어둑해진상태였다. 침대에서 일어나자 창밖으로 줄지어 떨어져 내리는 검은 것들이 보였다. 다가가서 보니 함박눈이 펑펑 솓아지고 있었다

멍하니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떨어지는 눈들의 행렬을 보던 나는 황급히 방을 나섰다. 훈련장에 시체를 놔두고 온 것이 떠올랐던 탓이다.

밖으로 나와보니 궁궐은 온통 눈에 뒤덮여 있엇다.넓은 훈련장에는 은빛으로 반짝이는 눈만 있을 뿐 내가 찾는것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돌아가도 되는데 이 평화로움에 마음이 끌려 돌아가고 싶지 않아다.

 

커다란 눈송이들 속에서 낮익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환영인지 눈의 착각인지는 몰라도 나를 보고 웃고있었다.

 

눈물이 한 방울 스르르 떨어져 내렸다. 재빨리 눈물을 훔친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렇지 않으면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같았다. 복수를 해야한다, 페드인 왕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누명을 벗어야 한다. 이런 생각들이 사라진 빈틈으로 눌러 놓았떤 생각들이 꾸역구역올라왔따

나는 눈물을 흠치고 우두커니 서 있엇다

 

"마리엔"?"

 

그때 들려온 낯익은 목소리에 나는 흠칫했다. 어째서 세린이 아직도 여기 있는거지?

 

"왜?"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말한 것이 먹혀들었는지 세린이 가까이 다가오면서 물엇따

"여기서 뭘하고 있는거야? 그것도 외투도 입지 않고 혼자서"

"눈 구경"

나는 나오는 대로 말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눈물 같은건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세린은 이미 눈치르 ㄹ챈 것 같았다

 

"울었어?"

"아니야! 잠깐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래"

 

정말이지 난 왜 마음 놓고 울지도 못하는건지 모르겠다. 세린이 그냥 가주길 바랐지만 그러기는 커녕 나를 강제로 돌려세웠다

 

"울고 싶으면 울어"

그말에 정신을 차린 나는 톡 쏘듯이 말했다

"운 게 아니라니까!"

"그럼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거야?"

입을 열었찌만 막상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안울었어.울지 않았다구"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리듯 말하던 나는 갑자기 따뜻함을 느꼈다

 

"뭐야?"

 

"강한척할 필요없어. 혼자서 괴로워하지 않아도 돼. 네 주위에는 널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많잖아. 그들에게 조금씩 짐을 나눠줘도 돼. 혼자서 모든걸 짊어지려고 하지마"

나는 여전히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햇찌만 조금전에 비하면 미약한 행동이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잖아. 네가 괴로운지 슬픈지알수가엇어. 그러니까 말을 해줘"

추워서 슬픔에 젖어서 나는 약간 제정신이 아니었다. 때문에 다정하게 위로해주는 세린의 옷을 꽉 붙잡았다.넓은 세린의 가슴이 무척이나 편하고 따듯했다. 입술을 비집고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나 때문에  나때문에 죽어버렷어. 다들...죽어버렸어..그런데도 웃고잇어서, 흑 그래서 미안해"

"그래...."

 

세린은 네 탓이 아니라거나 울지 말라는 등의 이야기는 하지 안았따.

 

"미안해서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어. 훌쩍, 이럴 줄 알았으면 좀더 잘해줄걸"

"계속 말해봐"

"보고싶은데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이제 없어. 다들 이곳에 없어."

"..............."

"나만 먼저 생각했는데, 흑, 복수는 나를 위해서였는데."

 

그후에도 세린은 잠자코 내말을 들어주었따. 누군가가 내말을 조용히 들어준다는 것이 엄청난 위안이 되었다.

 

"나는 정말로 슬퍼해줄 수가 없었어. 지금도 내가 정말로 슬퍼하고 있는건지 모르겠어. 어쩌면 슬프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건지도 몰라."

 

훌쩍이면서 말하는 데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걸리는 터라 내말을 알아듣기 힘들었다.그러나 세린이 들을 수 있던 없든 무겁게 짓눌러오던 짐들을 털어놓고 싶었다.

"그렇지 않아"

나는 조용히 들려오는 세린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려 했다.

 

"슬프니까 우는거야. 슬프니까 이렇게 떨고 있는거야"

 

세린은 한참동안 어린애처럼 펑펑 울다가 정신을 차린 마리엔을 품에서 풀어주었다눈이 토끼 눈처럼 빨갛게 변해 있어지만 금방이라도 터 질 듯한 울음을 고집스럽게 참고 있는 것같아 조금전보다는 훨신 안정된 모습이었다. 한동안 마리엔은 세린을 힐금거리더니 이내 강한 어조로 말했다.

 

"오늘 일을 말하면 가만두지 않겠어. 그럼 난 바빠서 이만 가보겠어"

한밤중에 무슨 바쁜 일이 있겠냐 싶지만  마리엔은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그런 생각에 세린은 실소를 머금었다.

 

세린은 그런생각이 들자 약간은 씁쓸했다.

 

"이제 나와, 에릭"

세린의 말에 어두운 그늘 속에서 한 사람이 걸어나왔다.

 

"정말로 괜찮은 거야?"

"나보다는 네 위로가 더 도움이 되겠지"

 

에릭은 무뚝뚝하게 말했다. 사실 에릭과 세린이 이 시간까지 남아 있던 이유는 마린엔의 생각처럼 당직이어서가 아니었다. 에릭이 무작정 오늘은 궁궐에 남자고 했던 탓이다. 뜻밖이긴 했지만 에릭이 쓸데없는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귀찮으니까---사실을 잘 아는 세린은 잠자코 그의 말에 따랐다.

그리고 해가 지기 시작하자 에릭은 제4기사단의 훈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그러나 머지않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한참이 지나자 마리엔이 나타났던 것이다.세린은 꼼짝도 않고 서 잇는 마리엔이 걱정되어서 에릭의 팔을 끌고 다가가려 햇다. 그러나 에릭은 이를 거절햇다.자신보다는 세린이 더 잘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때야 몰랐지만 이제야 에릭이 말한 것이 무엇인지 앓수있었다.

 

"그런데 마리엔이 올 걸 어떻게 안거야?"

"아까 보나인 경이 와서 낮에 있었던 일을 말해줬잖아"

"나도 같이 있었으니까 그건알고있어. 하지만밤에 마리엔이 여기로 올 거라는 말은 없었잖아"

"마리엔이라면 절대 사람들 앞에서는 울지 않으려고 할 테니까"

 

"그럼 네가 위로를 해주지 그랬어?"

 

세린은 마리엔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에릭도 좋아했다.에릭은 어렷을 때부터 사귀어온 둘도 없는 친구였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이 마음에 걸렸다.마리엔이 이번 일을 말하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네 어쩌네 해도 굉장히 고마워했다는것은 알수잇었다. 하지만 마리엔의 속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은 자신이  아니라 에릭이었다. 관심 없는 척하고 차갑게 대해도 그런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을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에릭의 마음을 알고 있는 세린은 여러가지로 복잡한 심정이었다

 

"나보다는 네 위로를 좋아할 테니까"

에릭은 그말을 하고 다시 입을 다물어버렸다.아직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지 못하는에릭이 답답했다.

 

세린은 마리엔의 밝은 모습이 좋았다. 때문에 자신의 옆에서 그런 모습이라면 정말로 좋겠지만 에릭의 옆이라도 상관 없었다. 에릭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는 그이기에 할 수 있는 생각있었다.

세린은 에릭의 옆얼굴에서 아무것도 읽어 낼 수 없었다. 친구를 비겁한 방법으로 제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난 기다려주지 않을 거야"

 

세린은 자신의 말에 에릭이 움찔했다고 느꼈다. 하지만 다시 돌아봤을대 에릭은 언제나 그랬듯이 똑바로 서있엇따. 달빛에 구름에 가려 어떤 표정을 짓고 잇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