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족의 계약]22부

다일리아2005.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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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장

 

 

  

실   종

 

 

알리야로 돌아와보니 있어야 할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동료들이 머물고 있던 방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묵고 있었다. 혹시 그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여관 주인의 말을 들어보니 그건 아니었다.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짐을 챙겨 사라졌다고 한다. 메모 한 장 남기지 않고. 혹시 카엔시스에게 무슨 말을 하고 갔을까 싶어 찾아가보았지만 그녀 역시 그들의 행방을 몰랐다

 

기다림에 지친 우리는 결국 사방팔방으로 네 사람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그들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였다. 그러는 사이에 우주의 수레바퀴는 돌아가고 시계추는 움직였다.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갔다. 시간은 우리가 더이상 알리야에 머물 수 없도록 만들었다. 마침내 황실의 군대가 알리야 바로 밑까지 진군해왔다.  덕분에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려는 사람들로 알리야는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다음날 우리는 짐을 싸들고 여관을 나왔다. 결국 그때까지 동료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는 알리야를 떠나기 전 스타인베 백작의 성 앞으로 향했다. 과연 백작이 어떻게 할지도 궁금했고, 조금이라도 떠날 시간을 늦추기 위해서이다. 알리야를 이 잡듯 뒤져도 나타나지 않던  사람이 몇 분 더 기다린다고 올 리 없지만 우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성으로 향했다.

 

그렇게 무거운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성문 밖의 풍경이 조금씩 앞으로 다가갔다.

 

"틀림없이 일이 생겨 먼저 돌아간 걸 겁니다. 페드인 왕국으로 돌아가면 만날 수 있겠지요"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어요"

"만약 만나면 반드시 한 방 날릴 겁니다"

"저도 같은 심정입니다"

"아무리 쿨한 저라도 이번 만큼은 단단히 화가 났씁니다"

 

내 말에 보나인과 가스톤 미첼로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그날 밤 우리 일행은 알리야 근처의 작은 산에서 밤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드디어 황실의 군대가 알리야 앞 평야까지 도달했다. 수백 개의 깃발을 앞세운 위풍당당한 군대는 성 근처에 진지를 틀었다.

전투는 일주일 동안이나 계속 되었지만 처음 격돌하는 것만 보고 떠나온 우리는 자세한 것을 알 수없었다. 다만 황실군이 이겼다는 것과 스타인베 백작이 끝까지 싸우다 죽엇다는 것만 바람을 타고 전해왔따.

 

페드인 왕국으로 돌아온 우리는 가장 먼저 라디폰 공작가에 들러야했다. 에피리튼에 갔던 일행드과 바꿔치기한 후에 궁으로 돌아가야했던 탓이다. 그러나 공작가로 가지 않고 발걸음을 여관으로 돌렸다. 차마 세린과 에릭 , 로튼을 잃어버리고 . 공작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오랜만에 보는 아렌테의 모습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땅만 보며 걷던 나는 여관앞에 당도하자 힘없이 그안으로 들어갔다

 

"궁상 떨지 말고 밥이나먹어"

"하지만 걱정 되잖아요"

"누군 걱정 안 되는 줄알아? 하지만 당장 급한건 그게아니야. 내일 라디폰 공작에게 뭐라고 할지나 생각해봐"

 

보나인과 죠안 가스톤 미첼로가 제각각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조금이라도 힘을 내고자 식사에 열중했다.

 

나는 밤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내 라디폰 공작에게 뭐라할지 고민하던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상황이 좋은 쪽으로 흘러가든 나쁜 쪽으로달려가든 저 하늘만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쉰 나는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내가 밖으로 나갈 듯하자 주인이 아는 척을 하면서 말했다

 나는 여관을 나와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거리는 빛이 사라지고 사람 마저 없어 호젓한 기운이 감돌았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봐야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을 뒤늦게 인정한 우리는 천천히 라디폰 공작가를 향해 걸어갔다.

 

"공주님 어서오십시오!" 라디폰 공작이 깊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공작을 보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예정보다 늦게 도착하셨군요"

댁의 아들을 찾느라 늦은거야.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가?"

"사실은...."

"네 말씀하십시오"

 

"에릭이랑 세린이 로튼과 함께....."

"아 그들이라면 얼마 전에 돌아왔지요"

라디폰 공작의 말에 나와 보나인들은 금붕어처럼 입만 뻐끔거렸다. 잠시 후에야 나는 입속에서 만 맴돌던 말을 간신히 소리를 낼 수 있었다

 

"저, 정말로?"

"그렇습니다. 지금 에릭 방에 함께 있습니다. 루시퍼라는 분과 함께 말입니다" 라디폰 공작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리는 저택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에릭의 방에 도착한 나는 노크도 없이 문을 열었다

 

"마리엔!"

에릭이 내 이름을 부르자 나는 뭔가에 홀린 것처럼 그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죽어 이자식아!"

나는 에릭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읔"

그리고 이번에는 세린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나는 그에게 빠른 속도로 달려가 옆차기를 날렸다. 세린이 바닥에 쓰러지자 내눈은 루시와 로튼에게 옮겨갔따.

 

"왜 왜이러나?"

"이게 무슨짓이야"?"

에릭이 당황해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에릭 경 실례하겠소"

"그게 무슨..윽!"

"에릭!"

"세린 경은 저좀 봅시다"

"대화로 해결합시다"

"좋은생각이군요. 루시퍼 씨  . 십분 후에 대화합시다"

"다들 왜이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십시오"

가스트 죠안 미첼로 보나인의 목소리에 뒤이어 둔탁한 타격음이 들렸다.

 

"왜때렸냐고? 너희들은 맞아도 싸! 말도 없이 사라져놓고 여기서 편하게 먹고 자고 했딴 말이지. 으...말하다 보니 더 열받네"

"공주님 말씀이 맞습니다. 최소한 메모라도 남기셨어야죠!"

 

그러자 로튼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그러나?"

"변명하지 말아요"

"변명이 아냐 마리엔 . 네가 보낸 편지 때문에 이렇게 됐잖아"

세린까지 모든 탓을 내게 돌리자 나는 발끈했다.

 

"내 편지가 어디가 어때서?"

"어넨 숲으로 오라고 했잖아. 거기서 우리가 얼마나 고생한 줄알아?":

 

"무슨 헛소리들을 하고 있는거야? 어넨 숲이 어디 있는숲인데? 나는 알리야에서 조용히 가디리라고 했어"

 

"하지만 이편지에는......"

세린의 서로의 말이 맞지 않자 당황하면서 품 속에서 편지를 꺼내들었다.

 

"이 편지는 뭐야? 이건 내가 보낸게 아냐"

"우리가 네 글씨체도 못 알아보겠냐?"

"분명히 말하건데 이건 내가 보낸게 아냐. 정 의심스러우면 미첼로에게물어봐"

"맞습니다. 편지 쓰실 때 제가 옆에 있었는데 이런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눈이 다시 문제의 편지로 돌아갔다.

 

"누가 남의 이름으로 이따위 편지를 보낸거야?"

"문제는 그것보다 그 자가 어떻게 공주님의 필체를 알며, 무슨 목적으로 이런 편지를 보냈냐 하는거죠"

내가 인상을 쓰며 말하자 죠안이 그냥 넘어가버린 문제를 지적했다.

 

"어넨 숲에서 무슨 일 있었어?"

"마물이 많아서 고생한 것과 안개 속에서 길을 잃어 일주일만에 간신이 빠져나온것. 아! 그러고 보니 안개 속에서 이상한 그림자를 보긴했군"

"실제로는 보지도 못했어. 여기 있는 에릭과 루시와 떨어져 한참 찾고 있는데 웬 그림자고 보이더ㅏ고. 그래서 그쪽으로 가보니 그림자는 사라지고 잠시 후에 두 사람이 다가오던걸."

"우리도 그 그림자를 보고 그쪽으로 갔던 겁니다. 확실히 좀 이상하긴 했었죠"

 

루시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말하자 미첼로가 말을 받았다.

"그랬던 모양입니다. 정면으로 부딪히지 않아 다행이군요"

 

"어느 쪽이든 무사해서 다행이야. 그런데 이 글씨체 어디서 많이 본것 같은데"

내가 편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말하자 동료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어디서 봤따는거냐? 빨리 생각해보라고"

"그게 그러니까..........아! 생각났다. 내 마법 정리책!"

 

"마법정리책? 그건또뭔가? 자네 언제 책을썼나?"

"그건아니고 마법중에서 유용한 것만 골라 정리한 거예요. 옮기는 과정은 내가 아니라 내 시녀가 했지만"

거기까지 말하던 나는 입을 다물었다. 캐스나가 장난삼아 흉내내며 썼던 내 글씨체가 왜 이 편지에 쓰여 있는건가.? 내가 편지를 보며 이를 뿌드득 갈자 동료들이 다시 조용해졌다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 나는 근래 들어 느낄 수 없었떤 상쾌함을 느꼈다. 그동안은 아침에 눈을 뜨면 찌뿌등했는데 지금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도 아침 공기도 기분 조게 와 다 았다.

 

"가끔은 일찍 일어나는것도 좋군"

 

공기는 젖은 대지의 냄새를 풍겼고, 이슬은 풀잎위에 사뿐이 내려앉았다. 그 안을 돌아다니던 나는 이때쯤이 에릭이 검술 연습할 시간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나는 재빨리 정원을 벗어나 예쩐의 그가 연습하는 장소로 걸어갔다..

 

휘이잉.~

 

그 장소에는 아무도 없었다. 혹시 조금 있따 올까 싶어 기다려봤찌만 끝내 에릭은 오지 않았다.나는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다시 정원으로 옮겼다

 

 

"여어, 마리엔"

위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자 반사적으로 시선을 위로 들어올렸다

"거기서 뭐 하는거야 세린?"

"그냥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

"그래? 하지만 곧 식사시간이야. 어서 내려와"

내 말을 들은 세린은 나무 위에서 날렵하게 뛰어내렸다.

 

그날 오후 에피리튼에 갔던 일행이 라디폰 공작가로 돌아왔다. 모든 인원이 옵스크리티의 일원이거나 공작가의 사병이라 비밀이 새어나가는 일은 없었다.그래서 이곳을 떠나기 전 몇몇 사람들과 한자리에 모였다. 우선 옵스크리티에서 장로인 로튼과 페리오 디노 루시아가 첨석하고 귀족들로는 라디폰 공작, 티스몬 백작이 참석했다. 그리고 나와 함께 여행을 했떤 일행들도 자리를 지켰다.

 

"그렇다면 브러버드라 하는 집단은 사실상 궤멸이군"

"그렇다고 볼수 있죠. 다만 마스터라는 자의 정체를 알 수 없어 불안 하긴 하지만요"

내 말에 라디폰 공작이 신중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따

 

"더이상 그들에게는 신경쓰지 않은 편이 좋을 듯하니다.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거기까지 신경쓸 수는 없습니다" 나는 브러버드들은 완전히 없애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럼 이 문제는 이렇게 넘어가도록하지. 그런데 네놈은 뭘 하고 있었기에 공주랑 떨어졌던 거냐?"

페리오는 날카로운 눈으로 로튼을 보며 그에게 화살을 돌렸따.

"여기 있는 마법사를 도와주다 보니 그렇게 됐네"

"네놈이 남을 도와줄  때도 있더냐.?무슨속셈이야?"

"이봐. 나도 알고 보면 착한 사람이야"

 

"그나저나 성녀님과 꽤나 친하게 지내셨다는데 정말입니까?"

"전혀 친하지 않았어요"

나는 한 마디 한마디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듣기로는 카엔시스 님이 공주님을 저녁식사에도 초대하셨다고 하던데요"

 

"........"

나는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 침욱을 지켰따.

 

"카엔시스님이 마리엔을 좋아하셨떤 것 같습니다. 마리엔은 그다지 친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듯하지만 성녀님은 꽤나 친한 사람으로 저희를 생각하셨습니다

 

"세린 이녀석. 공주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다니! 이 무슨 불경한 짓이냐" 그동안 세린은 내내 내게 반말을 했찌만 티스몬 백작은 처음 듣는 터라 완전히 경악해버렸다

"죄송합니다, 아버님. 제가 그만 말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라디폰 공작은 내 마음을 돌리기 위해 성녀를 초대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늘어놓았따

 

"미안하지만 그 의견은 받아들일 수 없군요.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녀가싫어요. 그녀가 내게 친한 척하는것도 싫고, 그녀와 얽매이는것도 싫어요."

 

"공주님~"

내가 카엔시스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자 동료들이 나무라는듯 내 이름을 부렀다

 

"흥. 내가 싫다면 싫은거야. 잔말하지마. 그 여자의 도움은 없어도 돼"

내가 이렇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리디폰 공작과 티스몬 백작 몰래 그렇게 싫어하지 말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후 이루어진 대화는 여러가지였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잠든 시각, 나는 다시 라디폰 공작과 은밀히 만나게 되었다

 

나는 그에게 레이만 왕자의 친서를 전해주었다. 그 편지에는 레이만 왕자가 브러버드의 습격을 받았따는 내용이 쓰여있었따

 

"이제 됐습니다. 이것만 있으면 오펠리우스 왕비를 얼마든지 공격할수 잇습니다"

"저게 체르만 길드에서 보낸 서류군"

"맞습니다. 브러버드에서 입수한 서류들입니다. 이것이 오펠리우스 왕비가 그들과 내통했다는 증거가 될 겁니다"

내가 씨익 웃으며 말하자 라디폰 공작도 나와 비슷한 모습으로 웃었따.

"수제노 양이 일을 굉장히 잘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