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관계-(12) 넌 왜 나를 두둔하는 거야?

瓚禧2005.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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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관계




 

(12) 넌 왜 나를 두둔하는 거야?



영효는 불안한 표정으로 좁은 거실을 왔다, 갔다 거렸다. 불안함이 발끝부터 저릿하게 올라왔다, 심장 부근에서 맴돌았다. 두근두근 거리던 박동수는 셀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뛰었다. 방금 백 미터 달리기를 전력 질주 하고 돌아온 사람처럼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숨이 턱턱 차올랐다. 여자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계 시침이 조금만 있으면 5시로 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달리는 초침을 보며, 저 한바퀴를 다 달리면 5시 향할 시침을 보며 영효는 조금 전 받았던 전화를 떠올렸다.


[나야. 7시 까지 갈께. 기다리고 있어.]


퇴근 시간을 미리 알려주는 신랑의 착실한 모습의 표본처럼 상현이 말했다. ‘나 퇴근 7시에 할 테니깐, 맛있는 것 만들어 놓고 기다리라고.’ 말하는 새신랑처럼. 상현은 그렇게 영효를 대하고 있었다. 그의 방문이 잦아질수록 영효는 점점 더 불안했다. 그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깊이를 더 해가 이제는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고래, 고래 소리라도 지르면 이 답답한 가슴이 조금 풀릴까? 여자는 바다가 미치도록 그리웠다. 그 탁 트인 곳에 가서 악한 감정을 낱낱이 바다 앞에 고해바치고 싶었다. 그렇게 들리지 않는 세상에 고해바치면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녀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휴.’ 폐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한 숨이 연신 쏟아져 나왔다. 불안하고, 초조한 감정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여자의 초조함과 불안함의 근원은 사회적인 시선이었다. 영효 자신이 생각해도 이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마약처럼 빠져 들게 만드는 상현.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 자꾸만 그를 인정하려 드는 이기적인 감정들. 영효는 고개를 힘껏 가로 저었다.


“이대로 살다가는 내가 말라 죽을 지도 몰라.”


영효는 손톱을 잘근 잘근 씹으며, 벽시계를 초조하게 쳐다보았다. 오늘따라 시간은 왜 이다지도 잘 가는지. 어느새 5시 반을 향하고 있었다. 그가 오기 전 저녁 준비를 하기 위해선 지금 일어서지 않으면 늦을 것이다.


‘박영효. 걱정 마. 상현이랑 아직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 그냥 가끔 밥 먹고, 차 마시는 정도잖아. 그 정도 가지고 아무도 너에게 무어라 할 자격 안돼. 넌 충분히 그럴 자격이 되는 여자잖아. 상현이 너한테 고통 준 것을 갚는다고 생각하자. 이렇게 힘들어하지 말고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 한 구석 천사인지 악마인지 모를 것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런 음성이 들릴 때 마다 쉽사리 ‘그래. 난 그럴 자격 있잖아.’라며 허물어 졌다. 오늘처럼. 영효가 보라색 식탁보를 깔 때, 초인종이 정확히 두 번 울렸다. 보지 않아도 그가 상현임을 영효는 알 수 있었다. 항상 똑같이 벨을 두 번 누르는 사람은 드문 법이니깐. 영효는 곰돌이가 수 놓여져 있는 주방 타월에 손을 닦고, 숨을 깊게 들이 쉬었다. 적어도 상현에게 자신의 불안한 감정들은 내보이기 싫었다. 가뜩이나 힘든 그에게 투정 부리지 말자. 다짐했다. 똑같은 실수로, 상현이 다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혼자서만 힘든 짐을 지어가며 결정 내리게 하지 않기 위해. 영효는 마음을 다 잡고 현관문을 열었다.


“어서와!”


영효의 발랄한 목소리와 귀여운 곰돌이 앞치마를 입은 그녀를 대하자니, 상현은 ‘진정한 행복이 이런 거구나.’싶었다. 그녀를 만나러 그녀의 집에 올 때 마다, 헛된 기대를 하는 상상. 깨질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만큼은 너무 달콤하고 황홀해 눈물이 나올 것 같은 행복감. 안으로 들어가는 상현의 서류 가방을 영효가 받아 들며 종알거렸다.


“너무 힘들었지? 오늘도 고생 많았어. 애들 가르치는 게 보통 일 아니라고 하더라. 요즘 애들이 극성맞다고.”


연신 높은 하이 톤 목소리로 종알대는 영효를 보니, 상현은 피로가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기분이었다. 간단히 손을 씻고 나온 상현과 영효는 마주 앉아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홍차와 달콤한 치즈 케이크로 후식을 하고, 같이 텔레비전을 보며 낄낄거리고. 둘은 둘만의 시간을 최대한 즐겼다. 사라져 버릴 행복감임을 알고 있기에, 둘은 말없이 서로의 행복감을 최대한 느끼고 있었다. 암묵적인 약속을 한 것처럼. 그 행복감은 상현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일어서면서 끝이 난다. 달콤한 꿈도 언젠가는 끝이 보이는 것처럼. 영효는 상현의 등이 안 보일 때까지 현관문을 열고 서 있었다. 비로소 그가 보이지 않게 되자, 영효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흐르는 눈물들을 매만지며 ‘허.’ 짧은 탄식을 내 뱉었다. 아프고 곪아 가는 것을 알면서도 언제 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짧은 행복 뒤에 길고 커다란 아픔이 존재 하는 것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여자처럼, 영효는 사랑에 불신이 들었다. 항상 그랬던 것 같다. 사랑에 대한 믿음과 불신은 상현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에 맹신과 불신의 경계선을 넘나들었다. 영효는 상현이 가 버린 텅 빈 집안을 휙 둘러 보다, 손지갑 하나만 들고 밖으로 나와 버렸다. 그가 있었던 공간은, 그리고 이미 그가 없어져 버린 공간은 더 이상 그녀의 안식처가 아니었다. 그가 오갈수록 하나씩 부피를 더해가는 추억들 때문에 그녀는 더 아프고 힘이 들었다. 영효는 밖으로 나와 상한이 운영하는 B&G마트로 걸음을 옮겼다. 가게 앞을 비질하고 있던 상한이 먼저 여자를 알아보고 아는 척을 했다.


“오랜만에 보네?”

“응.”


비질하는 상한을 쳐다보다 영효가 파라솔 의자에 앉았다. 비질을 끝낸 상한이 이마에 송글하게 맺혀 있는 땀들을 팔등으로 닦아 내고 영효에게 ‘아이스크림?’이라고 물었다. 상한의 말에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여자의 행동을 보던 상한이 영효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녀에게 지금은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표정이었기 때문에 상한은 말없이 그녀가 말문을 열길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상현이 다녀갔어.......”

“그래?”

“왜,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해? 불륜이라면 불륜이잖아. 그런 거잖아. 그런데 넌 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날 인정하려 들어? 왜 날 두둔하는 거야?”

“그냥. 나까지 너한테 질책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너 질책할 사람은 많잖아. 네 사정 모르고 앞 뒤 자기네들 끼리 짜 맞추어 영화 만들고, 소설 만들어서 욕하는 부류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깐. 그들 사이에서 널 진정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 하나정도는 필요 할 것 같아서.”


가끔은 정신연령이 몇 살인지 궁금하게 만들고, 또 가끔은 저렇게 사람 가슴 떨릴 정도로 이해하는 말들을 내 뱉는 상한. 여자는 상한의 말에 깊은 한 숨을 쉬었다. 맞았다. 만약 그가 여자를 질책하려 들었다면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여자의 편은 없었을 것이다. 하물며 친구들조차도 앞에서는 ‘뭐 그럴 수도 있지.’ 할 테지만, 뒤에선 손가락질 할 일이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으니깐.


“세상 사람들의 질책이 무서워?”

“무려 25년간 옳지 못한 일과, 옳은 일에 대해 편파적이고 가장 보편적인 초, 중, 고, 대학교를 나오면서 어느 순간인가, 내 주관적인 잣대보다 객관적이고 학교 때 주입 받은 잣대들이 더 무섭게 짓누를 때가 있더라. 지금도 그래. 가끔 내 주관적인 잣대는 그를 인정하려 들지만, 그를 인정하려 들면 들수록, 객관적이고 내 머릿속에 6살 때부터 지금까지 머릿속에 주입된 잣대들이 날 힘들게 해. 그리고 그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내가 괴로워하는 잣대들로 평가 할 까봐 그게 겁나.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사람이라는 거. 알잖아.”


영효는 누구보다도 사람들의 시선과 비판이 무섭다는 것을 잘 아는 여자였다.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 가셨을 때도 그녀의 앞에서는 ‘불쌍하게 됐네. 한꺼번에 부모님 잃고 얼마나 힘들겠어. 기운 내.’ 하며 여자의 등을 두들기던 어른들은, 그녀가 지나 갈 때 마다 ‘부모 잡아먹은 년.’이라는 꼬리표로 그녀를 인식했다. 그 인식과 꼬리표는 그녀를 끈질기게 따라 다녔고, 만약 상현이 아니었다면, 여자는 견디기 힘든 그 주홍글씨 같은 악몽들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다 욕하고 손가락질해도 한 사람. 단 한사람만 자신의 편이면 그것으로도 버틸 만 하다는 것을 아는 여자였다. 그런 면에서 여자는 지금 미치도록 상한이 고마웠다. 적어도 상현과의 관계가 세상에 탈로가 나도 그녀의 편에 서 있을 사람 한 명은 확보해 둔 것이니깐.


“나는 내가 적어도 이런 짓은 안 할 줄 알았거든? 왜 있잖아. 결혼한 상현 만나고 그러는 짓 말이야. 난 내가 상당히 매정한 구석이 있는 여자라고 나름대로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아닌가봐. 자꾸만 그를 보면 흔들리고, 자꾸만 집으로 찾아오는 그를 받아주게 돼. 이 정도는 괜찮겠지. 이 정도는 괜찮겠지. 나 자신을 위로 하면서. 상현이 가면 꼭 이렇게 힘들걸 알면서도........... 나 정말 미친년이지?”


영효의 눈물이 한 두 방울 떨어지더니, 나중엔 보슬비가 되어 내리고 있었다. 그런 여자를 보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사랑 하면 원래 그래. 똑똑한 사람도 사랑을 하면 바보가 되어 버리고, 독한 사람도 사랑을 하면 그게 헛된 것인 줄 알면서도 매달리게 돼. 그건 자기만 그러는 게 아니야. 그런 사람들 많아. 오히려 사랑 하면서도 똑똑하고, 헛된 사랑인줄 아는 그 순간 매정하게 끊어 버리는 사람들은 별로 없어. 사람들 그러잖아. 헛된 사랑인줄 알고 헤어지면, 그게 무슨 사랑이냐고 험담하고, 헛된 사랑인줄 알면서도 사귀면 바보 같다고 하고. 그게 다 그런 것 같아. 그러니깐 너무 자책하면서 힘들어하지 마. 보기에도 안 좋고, 그게 뭐 하는 짓이야. 내가 사랑이라는 것. 많이 해 보지는 않았지만, 그냥 매 순간 마음 가는 대로 행동 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 어차피 마음 가는대로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 할 거라면 말이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그냥 넣어둬.”


남자는 말끝에 영효를 한 번 힘차게 안아 주었다. 상한의 품에서 여자는 오랫동안 곪아 오던 상처를 터트려 버리고, 아기처럼 울었다. 그동안 마음고생을 눈물로 내 보내려는 것처럼. 여자의 눈물은 한 동안 계속되어 그녀의 눈물이 강이 되고 바다가 될 때까지 흘러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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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날씨가 조금 우중충 하더라구요~ 인천만 그런가? 다른날 보다 조금 일찍 출근해서 이것 저것 하다보니 벌써 10시. 시간 정말 잘가네요.

 

다들 오늘 하루도 기운내시공~ 안 좋은 일 있으시면 풀어버리시공~

 

오늘도 힘차게! 시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