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차려주는 밥이 드시고 싶다고 술주정하시는 시모..

철이마누라 2005.07.18
조회724

님 심정이나 입장-충분히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정이 있든 없든, 또 남편과 싸워 평생 지고 갈 흉터를 팔에 남겼든-

결과적으론 현재 그 남편과 가정생활을 유지하고 살아 아내이자 며느리인 이상,

싫어도 어이 없어도 해야 될 일이 있는 거겠죠.

늘 하는 말이지만 시부모들은 며느리가 능력없는 아들 벌어먹이고 살아도,

수 십 번 이혼을 생각하면서도 자식때문에 참고 사는 것 알아도,

절대 '시부모로서의 대접받기' 를 포기하는 분들이 아니시랍니다.

 

제가 보기엔 시부모 자체의 인격이나 행동의 문제보다는,

님 스스스로 싫고 밉다-는 생각이 앞 서

무슨 말을 하고 행동을 하든 예민하게 받아들여지고 고깝게 느껴지는 것 같네요.

사실 '며느리한테 밥상 받아보고 싶다' 는 게 님 시어머니만의 생각만은 아닙니다.

평범한 시부모에게서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말이죠.

글을 보니 그래도 그동안-시부모와의 직접적인 관계에서는

그닥 시집살이라고 말할 만한 일도 겪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사실-요리를 잘하든 못하든 며느리가 시댁에 오면

어찌됐든 밥상 차려 밥먹고 싶은 게 시부모 맘이고

내 아들이 잘나서 며느리를 호강시키든 그렇지 않든

아들 며느리가 시댁에 오든 시부모가 아들 며느리 집에 가든,

"빨리 밥 차려 먹자' 고 너무나 당당하게 말씀하시는 시부모가 대부분이랍니다.

또-우리네 밥상문화로 볼 때 대접받는다는-것이 결국,

밥 한 상 잘 차려 내놓는 것이니만큼 시부모 입장에서 그동안 주로 외식을 해왔다면

한 번쯤 하실 수도 있는 말이라 넘길 수도 있는 거구요.

 

또-며느리 입장에서야 하필이면 술 먹고 그런 말 하는 자체가 더 어이없고 싫겠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그래도 며느리를 어려워하기 때문에

평소 맨정신 일 때(?)'네 밥 한 번 먹어보자' 고 당당하게 말 못했던 것일 수도 있구요.

 

그러니 그 말 자체를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마시고

매번 시댁갈 때마다 밥 차려내야 되는 거 아닌가...하는 부담감도 지레 갖지 마세요.

혹 시댁가서 식사할 일 있으면 시댁에도 만들어 놓은 반찬 있을 게 아닙니까.

밥 없으면 전기밥솥에 밥 해, 있는 반찬 꺼내 상에 놓고 먹으면 그만이구요,   

아니면 요리에 자신이 있든 없든 님도 아이 키우는 엄마인 만큼

님 집 냉장고에 만들어 둔 반찬들 몇가지, 혹은

그래도 잘할 수 있는 요리가 몇 가지는 있을테니 만들어 둔 거 가져가 

상에 올리기만 해 먹어도 되구요.

이도저도 감당이 안된다면 시장에서 파는 밑반찬이라도 몇가지 사 가세요.

"직접 해서 드시게 해야 되는데 요리에 자신도 없고 제가 한 반찬이 영 맛이 없어서요."

혹은 "전 어머님이 해주시는 밥이 젤 맛있어요" 라며-

내키지 않고 속에 없는 말이라도 한 번씩 하세요.

그게 며느리가 직접 한 반찬이며 밥에 대한 미련 자체를 버리실 수 있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중요한 건 님이 그토록 싫어하는 시어머니의 아들인 남편과

어찌됐든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다는 것인 만큼

기왕이면 서로 편안하고 되도록 다 같이 만족스러울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것저것 여러가지 반찬들 해서 거하게 차려 먹는 건

명절이나 시부모님 생신 때-일년에 두어번이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