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기... " 내 입에서 흘러나올 말만을 그렇게 진지하게 기다리는 세강이다... " 난 아직... 잘 모르겠어... 내 감정이 어떤건지.. 분명히.. 우린 친해질려고 만난거고.. 어느정도.. 친해졌다고도 생각하는데.. 그게 어떤 감정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 그러자 세강이는 내 빈 술잔에 술을 따라주면서.. 활짝 웃는다... " 다행이다.. 난 단번에 거절할 줄 알았는데...." " ..............." " 니가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어.. 나 같은 놈을 처음 겪을수도 있겠지.. 나도 처음엔 망설였어.... 그치만..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우린 인연이란 느낌이 자주 들어... 비슷한점도.. 닮은 구석도 별로 없지만.. 그 부분부분 공황된것을.. 우린 서로 메꿔줄 수 있을 것 같아..." " ................." " 너무 대답을 강요해서 미안해.. 그치만.. 난 정말 니 진심이 뭔지 궁금해...." 나는 잠시 생각을 했다. 요 며칠.. 연락도 하고.. 메일도 주고받고.. 몇번 만나면서.. 친구같이 편한 현욱이와는 반대로.. 거의 내 행동에 맞춰주는 세강이를 보고 있노라니.. 마치 안락한 의자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영이 말 그대로다. 차갑던 현욱이와는 전혀 딴판인 그 아이다. 세강이는.. 외모에서 부터 성격까지 현욱이랑 달라도 너무 다르다. 마르고 키가 큰 편인 현욱이와는 반대로 세강이는 키는 보통이고.. 살집이 있는 좀 넉넉한 체격이다. 현욱이는 옳고 그름의 선이 분명한데.. 세강이는 내가.. 하자고 하면.. 그냥 바늘에 실 따라가듯 이끌려온다. 무엇보다.. 이 아이.. 우정보다 사랑을 더욱 중요시 하는 아이같다. " 하은...아... 대답하기 곤란해...? " 그래.. 세강이는 얼마나 바짝바짝 속이 타겠어.. 얼른 대답을 해줘야겠어..... " 니가 힘들수도 있어.. 시작하지 않은것만 못할 수도 있어.. 지금 한 말을 후회 할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겠어...?" 그렇다.. 나는 세강이가 사귀자는 말에.. 긍정적으로... 그렇게 돌려 말한 것이다. 세강이의 얼굴엔 화색이 금방 돌더니..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 모든 걸 감당할 자신 있어.. 후회...? 후회할 날은 결코 없을거야.. 지금 시작한게.. 얼마나 잘한 일인지 너한테 앞으로 보여줄께...." 그렇게 우린 딱히.. 사귀자는 직접적인 말이 오가지 않은 채... 인연을 맺었다.. 그날 밤..집에 돌아와서는.. 방에 틀어박혀.. 곰곰히 생각을 해 보았다.. 혹시 술김에.. 내가 말실수를 한건 아닌지.. 내가 과연 이 선택을.. 잘 한것인지..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겠다는 세강이의 말에... 친구 누구에게도 조언을 듣지 못하고.. 엉겁결에 결심을 헀었지만.. 한번 뱉어버린 말로.. 우린 인연을 맺게 되었지만.. 오랜 솔로생활을 끝내고.. 커플전선으로 입장하긴 했지만.. 내 맘 구석이.. 아련히.. 아파온다.. 그 구석엔 언제나 현욱이가 자리잡고 있었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현욱아.. 나 오늘 새로운 사람 만났어.. 나한테 잘해주고.. 나 많이 좋아해주는 것 같애.. 나... ? 나는... 잘 모르겠어.. 아직도 내 맘 속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너 때문에.. 나는 아직 힘들어.. 새로운 사람을 만났지만..널 완전히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을것 같아.. 이러면 안되는거 알지만.. 그 아이..세강이한테 너무 미안한 일이지만.. 내가 새로운 사람 만났다고 하면.. 넌 어떨것 같애...? 잘됬다고 축하해 줄꺼야? 아님.. 예전의 나처럼.. 맘이 조금은 씁쓸하려나...? 좋은 날인데.. 다들 잘했다고.. 축하해주는데.. 나는 자꾸 눈물이 나.. 너 때문에 자꾸 눈물이 나.... 나중에.. 후회할꺼야.. 조금만 덜 차갑게 할껄.. 조금만 덜 냉정하게 할껄.. 너 그런 날 올꺼야...... 내가 새로운 남자를 사귄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퍼트려졌고.. 여기저기서 축하한다는 인사를 받게 되었다. 아직도 실감은 나질 않는다. 항상 현욱이 그만 잊으라고 귀 따갑도록 듣다가.. 요즘엔.. 축하 한다는 인사나 받고 있으니.. 세강이는 매일매일 얼굴을 보길 원했다. 세강이는 대학교를 멀리 가서... 방학동안에 잠깐 내려온 것이다. 애들은 그 점을 가장 궁금해 했다. 세강이 대학교와 이 곳은.. 기차로 4시간.. 버스로 갈아타서 1시간을 더 가야 있는 거리이기 때문에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사귄지 며칠 안되는 커플이 얼마 안 있어.. 그렇게 또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 내가 일주일에 한번씩..하은이 보러 내려올꺼야...." 세강이는 겁도 없이 그렇게 대번에 말해버렸다. 사실.. 말이 쉽지.. 일주일에 한번씩.. 오며가며..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딘단 말인가.. 차비는 물론이고 체력까지 바닥날지도 모르는데... 난 그냥.. 그렇게 한쪽 귀로 흘려들었다. 어느 날, 세강이의 교회 친구들을 소개시켜 준다는 말에.. 집을 나섰다. 정우와 영기도 같은 교회 친구라서.. 그 술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신희, 진주, 현무라는 세 아이가 나왔다. 다들 착해서...쉽게들 친해질 수 있었다.. 현무라는 남자애는 나랑 같은 대학교라는 걸 알았다.. 정우도 같은 학교고... 그래서 2학기 시간표를 어떻게.. 같이 짜볼까.. 하는 말까지 흘러나오게 되었다. 현무는 장난기가 많고 활달한 성격이어서 쉽게 친해질수 있었다. 제법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있을 즈음.. 화장실을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같이 따라나서는 세강이다... " 왜...? 나 잠깐 화장실 갈려고 하는데..." " 내가 바래다 줄께...." " 화..장실...을...?" " 응.. 다른 테이블에서 너한테 기웃거릴지 몰라.. 내가 바래다 줄께...." 사실 화장실이 바깥에 위치한 것도 아니고.. 몇분 걸리는 위치도 아니다. 주방 옆 구석에.. 금방 갔다 올 수 있는 거리인데.. 어쨌든.. 같이 화장실을 따라 나서는 세강이다.. 그러자 현무가... " 화장실까지 같이 가는 사이야..이제..?" 하면서 웃는 바람에 우리 테이블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나는 얼굴이 빨개져서는 괜찮다고..했지만.. 어서 가자는 눈짓을 하는 세강이다. 화장실에 들어가 볼일을 보고 나왔는데.. 문 앞에서 세강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 야.. 너 뭐야.. 여기 여자화장실 앞이야..." " 여기 문이 잘 안잠기거든.. 그래서 내가 밖에서 막고 있었어...." 아.. 그랬던거구나.. 세강이의 친절은 내가 여태껏.. 다른 남자들에게 받았던 것 그 이상이었으므로.. 나는 갑자기 공주가 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정우도 서영이를 만나볼 맘이 없겠냐는 세강이의 말에.. 한번 만나보겠다고 흔쾌히 승락을 했다는 말도 전해왔다. 난 서로 친구인 커플끼리 어울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서영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표정에 둘이 잘 되었으면..하는 바램이었다. 그런데.. 새 샌들을 신어서 그런지..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새 신발을 신을때마다 치르는 신고식.. 너무 싫다.. 걷기가 힘들어지고.. 껍질이 벗겨서 따끔따끔 거려.. 자꾸 발을 매만졌더니.... " 발 아파...?" 하고 세강이가 물어본다... " 새 신발을 신었더니.. 물집이 잡혔나봐..." " 어디좀 봐..." 하면서 대뜸 내 발을 만지는 세강이다. 나는 창피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도 쳐다보길래....괜찮다고 얼른 발을 내려놓았다... " 잠깐만..기다려.. 신발 벗어두고..편하게 있어봐.. " 하면서 잠시 밖을 나가버린다... 현무가... " 열부 났네..열부 났어... 세강이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 진짜 오랜만이지 않냐...?" 하면서 진주한테 동의를 구한다. " 그러게.. 임자 만난거지 뭐..." 하면서 같이 웃어댄다.. 3분 쯤 지났을까.. 세강이의 손에는.. 약봉지가 들려왔다. 봉지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낸다. 대일밴드와 연고였다.. " 발 의자에 올려봐.. 잠깐만..." 나는 앞에서 애들도 쳐다보고.. 다른 테이블 사람들도 있어서.. 싫다고 했다.. 그치만.. 세강이의 .. 고집도 만만치 않다.. " 얼른.. 너 약 안바르면.. 집에 가기 힘들어... " 진주가 괜찮다고 얼른 세강이가 시키는 대로 하랜다.. 나는 꼼지락..거리면서 발을 올렸다.. 그러자 세강이는 내 발을 자기 무릎 위에 올리더니.. 물수건 깨끗한 것을 달라하더니.. 내 발가락을 깨끗히... 닦아내고는.. 약을 살살.. 발랐다.. 그리곤 대일밴드를 발라주었다. 오른쪽 왼쪽.. 그렇게 다 말이다.. " 신발 좀 줘봐...." 신발은 갑자기 왜....? 나는 신발을 건네주었다... 그러자 이리저리 매만지면서 내 발가락을 까이게 한 그 부분을 손으로 문질러댄다.. " 새 신발이라서 길이 안들여져서 그런거야.. 많이 아파을텐데.. 그걸 참고 있었어...?" 하면서.. 연고와 대일밴드를 건네준다... " 집에 가서도 자주 발라줘.. 집에서는 대일밴드 붙이지 말고.. 연고만 발라...." 하면서 세심하게 신경을 써준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윤정이는 여전히 알바를 하느라 방학 이후론 한번도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은미에게는 세강이랑 사귄다고 말을 하니.. 잘됐다며 축하해주었다. 애들 말로는.. 은미가.. 병준이랑 그렇고 그렇다는 소문이 나더라고 했다. 병준이란 애는 같은 행정학과애로 윤정이랑 선주랑..은미랑 이렇게 자주 어울렸던 패밀리다. 그러다.. 갑자기 나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했었고.. 현욱이 때문에.. 그 맘을 받아주지 않았었다. 그런 병준이랑.. 은미랑.. 잘된다고 하니.. 나도 서로에게 덜 미안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선주도 여전히 오빠랑 알콩달콩 잘 지낸다는 소식이 들렸다.. 어느 날.... 세강이에게 전화가 왔다... " 하은아.. 모레.. 시간 있어...?" " 응.. 약속 없는데..왜...?" " 내 대학 친구들이 바다 보러 온다고 내려온댔거든.. 너 소개시켜줄려구...." " 대학 친구들....?" " 응.. 친구 두놈이 근처에 왔는데.. 친구얼굴도 볼겸..바다 구경한다고.. 모레 온다네...?" " 그래.. 그러자..." 이틀이 지나고.. 그 날짜가 되었다. 오후 5시쯤 도착한 그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아직 저녁 ... 먹기 전이라는 말에 우선 저녁부터 먹기로 했다.. 지운이란 애와 석훈이란 애는 시원한 콩국수가 먹고 싶대서 가까운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나는 콩국수를 별로 안좋아해서.. 세강이와 난 냉면을 시켰다.. " 이야.. 살것 같다...." 하면서 국물까지 남김없이 쓱쓱 먹는 지운이다. 먹성이 대단히 좋은 것 같았다.. 등치답게... " 배가 좀 부르냐..이제...?" 세강이가 지운이에게 물었다.. " 조금..." 하면서 실실 웃는다... " 이젠 어디 갈래..? 바다구경은 내일 하기로 하고.. 너네 이 동네가 안주가 얼마나 잘 나오는 지.. 모르지..? 술 한잔 할래...?" " 술..? 좋~지~" 우린 세강이가 알바했던 그 술집으로 갔다.. " 시원하게..맥주로 마시자..." 석훈이가 말했다. 난 맥주를 못마시는데........ " 하은이가..맥주를 못마셔.. 그냥 오늘은 소주로 하자..." 석훈이는 술을 잘 못한다고 했다. 지운이는 술꾼이라고 했고.... 석훈이만 맥주를 시킨 채 우린.. 그렇게 소주를 마시게 되었다. 그런데..테이블의 앉았던 우리의 위치가 잘 못된 걸까...? 지운이랑 나는 나란히 앉았고.. 세강이랑 석훈이도 나란히 않았다.. 한마디로 바로 옆에 앉은 셈이다.. 그리고 지운이랑 석훈이는 마주보고.. 나랑 세강이랑 마주보고 앉게 되었다.. 난 별 뜻 없이.. 그렇게 앉았는데.. 세강이는 내심.. 자기 옆에 앉아주길 바랬나보다.. " 그래.. 언제 여자친구는 다 사귀고 그랬대...?" 충청도 사람 말투는 확실히 다르게 느껴졌다.. 나는 빙긋이 웃고만 있었다... 술을 잘 마시는 세강이와 지운이 때문에.. 우리 테입블의 술병은 순식간에 늘어났다.. 나는 도저히.. 마실 수 없을 것 같아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석훈이가 술 잘 마실것 같다며.. 얼른 마시라고 재촉 한다.. 나는 좀.. 망설이다가.. 옆자리에 앉은..지운이에게 마셔달라고 했다.. 그러자 표정이 확... 굳는 세강이다.. " 마셔주는 건 안되고.. 반만 마시는 대신에.. 우리 러브샷으로 마시는 거 어때...?" 하면서 세강이 표정을 살피는 지운이다.. 나도 세강이에게... " 세강아..그래도 되...?" 하고 물었다. 그러자 여전히 굳어있지만.. 입가에 억지 미소를 띤 채... " 그래.. 그렇게 해...." 한다.. 우린 러브샷으로 그렇게 술을 마셨고.. 세강이는 더욱 더 표정이 굳어져 있었다.. " 나.. 러브샷 처음 한건데..." 사실.. 술을 마실 기회가 별로 없었고.. 늦게사 술을 배웠기 때문에.. 지운이와의 러브샷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 말에.. 화가 난 것일까...? 세강이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 댄다... 지운이가.. 그런 세강이에게... " 화났냐..세강아...?" 하고 묻자.. 세강이는 갑자기 난데없이.. 지운이에게 화를 낸다... " 이 새끼..너 나 도발하려고 하는거지...?" 나는 갑자기 그렇게 화를 내는 세강이의 태도에 놀래서는 그렇게 둘을 쳐다보았다.. 옆에서 맥주를 마시던 석훈이도 깜짝 놀래서... " 너네들..왜이래...? 야야.. 이러지마..." 하면서 말린다.. 세강이는 놀라있는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숙여버린다.... 내가... 지운이랑 러브샷 한 게.. 그렇게 잘 못한 건가...? 여태껏 봐 왔던 세강이의 태도와 너무 달라 나는 그만 집에 가보겠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정류장까지 바래다주겠다며..따라 일어서는 세강이다... 괜찮다며.. 지운이랑..석훈이 챙기라고 말을 하고 술집을 빠져나왔다.. 그러자 두 친구를 술집에 내버려둔채 따라 달려나오는 세강이다.. 나는 자꾸 괜찮다며.. 곧 버스 오니까..혼자 가겠다고.. 들어가보라고 했다.. 그러자.. 세강이가 " 바래다 줄꺼야.. 바래다 줘야만 해.. 넌 내 여자니까!!! " 하면서 지나다니는 사람이 다 들을정도로 그렇게 크게.. 소리를 질러댄다... 나는 그 모습게.. 놀래가지고는.. 얼어붙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하고.. 가던 걸음을.. 멈추고 우리의 행동을 구경한다.. 나는 창피하기도 하고.. 해서 간다고 성큼성큼 걸어가버렸다.. 그러자 내 손목을 확~ 낚아챈다... " 아파.. 이러지마.. 나 그냥 혼자 갈께..." 그러나 더 아프게 내 손목을 조인다.. 그리곤 아까보다 더 굳어진 얼굴로... " 바래다 줄꺼야...." " ............"
바람둥이 길들이기 (38부)
" 저기... "
내 입에서 흘러나올 말만을 그렇게 진지하게 기다리는 세강이다...
" 난 아직... 잘 모르겠어... 내 감정이 어떤건지.. 분명히.. 우린 친해질려고 만난거고.. 어느정도..
친해졌다고도 생각하는데.. 그게 어떤 감정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
그러자 세강이는 내 빈 술잔에 술을 따라주면서.. 활짝 웃는다...
" 다행이다.. 난 단번에 거절할 줄 알았는데...."
" ..............."
" 니가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어.. 나 같은 놈을 처음 겪을수도 있겠지.. 나도 처음엔 망설였어....
그치만..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우린 인연이란 느낌이 자주 들어... 비슷한점도.. 닮은 구석도 별로
없지만.. 그 부분부분 공황된것을.. 우린 서로 메꿔줄 수 있을 것 같아..."
" ................."
" 너무 대답을 강요해서 미안해.. 그치만.. 난 정말 니 진심이 뭔지 궁금해...."
나는 잠시 생각을 했다. 요 며칠.. 연락도 하고.. 메일도 주고받고.. 몇번 만나면서.. 친구같이 편한
현욱이와는 반대로.. 거의 내 행동에 맞춰주는 세강이를 보고 있노라니.. 마치 안락한 의자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영이 말 그대로다. 차갑던 현욱이와는 전혀 딴판인 그 아이다. 세강이는.. 외모에서
부터 성격까지 현욱이랑 달라도 너무 다르다. 마르고 키가 큰 편인 현욱이와는 반대로 세강이는 키는
보통이고.. 살집이 있는 좀 넉넉한 체격이다. 현욱이는 옳고 그름의 선이 분명한데.. 세강이는 내가..
하자고 하면.. 그냥 바늘에 실 따라가듯 이끌려온다. 무엇보다.. 이 아이.. 우정보다 사랑을 더욱 중요시
하는 아이같다.
" 하은...아... 대답하기 곤란해...? "
그래.. 세강이는 얼마나 바짝바짝 속이 타겠어.. 얼른 대답을 해줘야겠어.....
" 니가 힘들수도 있어.. 시작하지 않은것만 못할 수도 있어.. 지금 한 말을 후회 할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겠어...?"
그렇다.. 나는 세강이가 사귀자는 말에.. 긍정적으로... 그렇게 돌려 말한 것이다. 세강이의 얼굴엔
화색이 금방 돌더니..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 모든 걸 감당할 자신 있어.. 후회...? 후회할 날은 결코 없을거야.. 지금 시작한게.. 얼마나 잘한 일인지
너한테 앞으로 보여줄께...."
그렇게 우린 딱히.. 사귀자는 직접적인 말이 오가지 않은 채... 인연을 맺었다..
그날 밤..집에 돌아와서는.. 방에 틀어박혀.. 곰곰히 생각을 해 보았다.. 혹시 술김에.. 내가 말실수를
한건 아닌지.. 내가 과연 이 선택을.. 잘 한것인지..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겠다는 세강이의 말에...
친구 누구에게도 조언을 듣지 못하고.. 엉겁결에 결심을 헀었지만.. 한번 뱉어버린 말로.. 우린 인연을
맺게 되었지만.. 오랜 솔로생활을 끝내고.. 커플전선으로 입장하긴 했지만.. 내 맘 구석이.. 아련히..
아파온다.. 그 구석엔 언제나 현욱이가 자리잡고 있었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현욱아.. 나 오늘 새로운 사람 만났어.. 나한테 잘해주고.. 나 많이 좋아해주는 것 같애.. 나... ? 나는...
잘 모르겠어.. 아직도 내 맘 속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너 때문에.. 나는 아직 힘들어.. 새로운 사람을
만났지만..널 완전히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을것 같아.. 이러면 안되는거 알지만.. 그 아이..세강이한테
너무 미안한 일이지만.. 내가 새로운 사람 만났다고 하면.. 넌 어떨것 같애...? 잘됬다고 축하해 줄꺼야?
아님.. 예전의 나처럼.. 맘이 조금은 씁쓸하려나...?
좋은 날인데.. 다들 잘했다고.. 축하해주는데.. 나는 자꾸 눈물이 나.. 너 때문에 자꾸 눈물이 나....
나중에.. 후회할꺼야.. 조금만 덜 차갑게 할껄.. 조금만 덜 냉정하게 할껄.. 너 그런 날 올꺼야......
내가 새로운 남자를 사귄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퍼트려졌고.. 여기저기서 축하한다는 인사를 받게
되었다. 아직도 실감은 나질 않는다. 항상 현욱이 그만 잊으라고 귀 따갑도록 듣다가.. 요즘엔.. 축하
한다는 인사나 받고 있으니.. 세강이는 매일매일 얼굴을 보길 원했다. 세강이는 대학교를 멀리 가서...
방학동안에 잠깐 내려온 것이다. 애들은 그 점을 가장 궁금해 했다. 세강이 대학교와 이 곳은.. 기차로
4시간.. 버스로 갈아타서 1시간을 더 가야 있는 거리이기 때문에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사귄지 며칠 안되는 커플이 얼마 안 있어.. 그렇게 또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 내가 일주일에 한번씩..하은이 보러 내려올꺼야...."
세강이는 겁도 없이 그렇게 대번에 말해버렸다. 사실.. 말이 쉽지.. 일주일에 한번씩.. 오며가며..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딘단 말인가.. 차비는 물론이고 체력까지 바닥날지도 모르는데... 난 그냥..
그렇게 한쪽 귀로 흘려들었다.
어느 날, 세강이의 교회 친구들을 소개시켜 준다는 말에.. 집을 나섰다. 정우와 영기도 같은 교회
친구라서.. 그 술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신희, 진주, 현무라는 세 아이가 나왔다. 다들 착해서...쉽게들
친해질 수 있었다.. 현무라는 남자애는 나랑 같은 대학교라는 걸 알았다.. 정우도 같은 학교고...
그래서 2학기 시간표를 어떻게.. 같이 짜볼까.. 하는 말까지 흘러나오게 되었다. 현무는 장난기가 많고
활달한 성격이어서 쉽게 친해질수 있었다. 제법 술이 거나하게 취해서.. 있을 즈음.. 화장실을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같이 따라나서는 세강이다...
" 왜...? 나 잠깐 화장실 갈려고 하는데..."
" 내가 바래다 줄께...."
" 화..장실...을...?"
" 응.. 다른 테이블에서 너한테 기웃거릴지 몰라.. 내가 바래다 줄께...."
사실 화장실이 바깥에 위치한 것도 아니고.. 몇분 걸리는 위치도 아니다. 주방 옆 구석에.. 금방 갔다
올 수 있는 거리인데.. 어쨌든.. 같이 화장실을 따라 나서는 세강이다.. 그러자 현무가...
" 화장실까지 같이 가는 사이야..이제..?"
하면서 웃는 바람에 우리 테이블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나는 얼굴이 빨개져서는 괜찮다고..했지만..
어서 가자는 눈짓을 하는 세강이다. 화장실에 들어가 볼일을 보고 나왔는데.. 문 앞에서 세강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 야.. 너 뭐야.. 여기 여자화장실 앞이야..."
" 여기 문이 잘 안잠기거든.. 그래서 내가 밖에서 막고 있었어...."
아.. 그랬던거구나.. 세강이의 친절은 내가 여태껏.. 다른 남자들에게 받았던 것 그 이상이었으므로..
나는 갑자기 공주가 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정우도 서영이를 만나볼 맘이 없겠냐는 세강이의 말에.. 한번 만나보겠다고 흔쾌히 승락을
했다는 말도 전해왔다. 난 서로 친구인 커플끼리 어울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서영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표정에 둘이 잘 되었으면..하는 바램이었다.
그런데.. 새 샌들을 신어서 그런지..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새 신발을 신을때마다 치르는 신고식..
너무 싫다.. 걷기가 힘들어지고.. 껍질이 벗겨서 따끔따끔 거려.. 자꾸 발을 매만졌더니....
" 발 아파...?"
하고 세강이가 물어본다...
" 새 신발을 신었더니.. 물집이 잡혔나봐..."
" 어디좀 봐..."
하면서 대뜸 내 발을 만지는 세강이다. 나는 창피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도 쳐다보길래....괜찮다고
얼른 발을 내려놓았다...
" 잠깐만..기다려.. 신발 벗어두고..편하게 있어봐.. "
하면서 잠시 밖을 나가버린다... 현무가...
" 열부 났네..열부 났어... 세강이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 진짜 오랜만이지 않냐...?"
하면서 진주한테 동의를 구한다.
" 그러게.. 임자 만난거지 뭐..."
하면서 같이 웃어댄다.. 3분 쯤 지났을까.. 세강이의 손에는.. 약봉지가 들려왔다. 봉지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낸다. 대일밴드와 연고였다..
" 발 의자에 올려봐.. 잠깐만..."
나는 앞에서 애들도 쳐다보고.. 다른 테이블 사람들도 있어서.. 싫다고 했다.. 그치만.. 세강이의 ..
고집도 만만치 않다..
" 얼른.. 너 약 안바르면.. 집에 가기 힘들어... "
진주가 괜찮다고 얼른 세강이가 시키는 대로 하랜다.. 나는 꼼지락..거리면서 발을 올렸다.. 그러자
세강이는 내 발을 자기 무릎 위에 올리더니.. 물수건 깨끗한 것을 달라하더니.. 내 발가락을 깨끗히...
닦아내고는.. 약을 살살.. 발랐다.. 그리곤 대일밴드를 발라주었다. 오른쪽 왼쪽.. 그렇게 다 말이다..
" 신발 좀 줘봐...."
신발은 갑자기 왜....? 나는 신발을 건네주었다... 그러자 이리저리 매만지면서 내 발가락을 까이게
한 그 부분을 손으로 문질러댄다..
" 새 신발이라서 길이 안들여져서 그런거야.. 많이 아파을텐데.. 그걸 참고 있었어...?"
하면서.. 연고와 대일밴드를 건네준다...
" 집에 가서도 자주 발라줘.. 집에서는 대일밴드 붙이지 말고.. 연고만 발라...."
하면서 세심하게 신경을 써준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윤정이는 여전히 알바를 하느라 방학 이후론 한번도 얼굴을 보지 못했다...
은미에게는 세강이랑 사귄다고 말을 하니.. 잘됐다며 축하해주었다. 애들 말로는.. 은미가.. 병준이랑
그렇고 그렇다는 소문이 나더라고 했다. 병준이란 애는 같은 행정학과애로 윤정이랑 선주랑..은미랑
이렇게 자주 어울렸던 패밀리다. 그러다.. 갑자기 나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했었고.. 현욱이 때문에..
그 맘을 받아주지 않았었다. 그런 병준이랑.. 은미랑.. 잘된다고 하니.. 나도 서로에게 덜 미안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선주도 여전히 오빠랑 알콩달콩 잘 지낸다는 소식이 들렸다.. 어느 날....
세강이에게 전화가 왔다...
" 하은아.. 모레.. 시간 있어...?"
" 응.. 약속 없는데..왜...?"
" 내 대학 친구들이 바다 보러 온다고 내려온댔거든.. 너 소개시켜줄려구...."
" 대학 친구들....?"
" 응.. 친구 두놈이 근처에 왔는데.. 친구얼굴도 볼겸..바다 구경한다고.. 모레 온다네...?"
" 그래.. 그러자..."
이틀이 지나고.. 그 날짜가 되었다. 오후 5시쯤 도착한 그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아직 저녁 ...
먹기 전이라는 말에 우선 저녁부터 먹기로 했다.. 지운이란 애와 석훈이란 애는 시원한 콩국수가
먹고 싶대서 가까운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나는 콩국수를 별로 안좋아해서.. 세강이와 난 냉면을
시켰다..
" 이야.. 살것 같다...."
하면서 국물까지 남김없이 쓱쓱 먹는 지운이다. 먹성이 대단히 좋은 것 같았다.. 등치답게...
" 배가 좀 부르냐..이제...?"
세강이가 지운이에게 물었다..
" 조금..."
하면서 실실 웃는다...
" 이젠 어디 갈래..? 바다구경은 내일 하기로 하고.. 너네 이 동네가 안주가 얼마나 잘 나오는 지..
모르지..? 술 한잔 할래...?"
" 술..? 좋~지~"
우린 세강이가 알바했던 그 술집으로 갔다..
" 시원하게..맥주로 마시자..."
석훈이가 말했다. 난 맥주를 못마시는데........
" 하은이가..맥주를 못마셔.. 그냥 오늘은 소주로 하자..."
석훈이는 술을 잘 못한다고 했다. 지운이는 술꾼이라고 했고.... 석훈이만 맥주를 시킨 채 우린..
그렇게 소주를 마시게 되었다. 그런데..테이블의 앉았던 우리의 위치가 잘 못된 걸까...? 지운이랑
나는 나란히 앉았고.. 세강이랑 석훈이도 나란히 않았다.. 한마디로 바로 옆에 앉은 셈이다..
그리고 지운이랑 석훈이는 마주보고.. 나랑 세강이랑 마주보고 앉게 되었다.. 난 별 뜻 없이.. 그렇게
앉았는데.. 세강이는 내심.. 자기 옆에 앉아주길 바랬나보다..
" 그래.. 언제 여자친구는 다 사귀고 그랬대...?"
충청도 사람 말투는 확실히 다르게 느껴졌다.. 나는 빙긋이 웃고만 있었다...
술을 잘 마시는 세강이와 지운이 때문에.. 우리 테입블의 술병은 순식간에 늘어났다.. 나는 도저히..
마실 수 없을 것 같아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석훈이가 술 잘 마실것 같다며.. 얼른 마시라고 재촉
한다.. 나는 좀.. 망설이다가.. 옆자리에 앉은..지운이에게 마셔달라고 했다.. 그러자 표정이 확...
굳는 세강이다..
" 마셔주는 건 안되고.. 반만 마시는 대신에.. 우리 러브샷으로 마시는 거 어때...?"
하면서 세강이 표정을 살피는 지운이다.. 나도 세강이에게...
" 세강아..그래도 되...?"
하고 물었다. 그러자 여전히 굳어있지만.. 입가에 억지 미소를 띤 채...
" 그래.. 그렇게 해...."
한다.. 우린 러브샷으로 그렇게 술을 마셨고.. 세강이는 더욱 더 표정이 굳어져 있었다..
" 나.. 러브샷 처음 한건데..."
사실.. 술을 마실 기회가 별로 없었고.. 늦게사 술을 배웠기 때문에.. 지운이와의 러브샷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그 말에.. 화가 난 것일까...? 세강이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 댄다...
지운이가.. 그런 세강이에게...
" 화났냐..세강아...?"
하고 묻자.. 세강이는 갑자기 난데없이.. 지운이에게 화를 낸다...
" 이 새끼..너 나 도발하려고 하는거지...?"
나는 갑자기 그렇게 화를 내는 세강이의 태도에 놀래서는 그렇게 둘을 쳐다보았다.. 옆에서 맥주를
마시던 석훈이도 깜짝 놀래서...
" 너네들..왜이래...? 야야.. 이러지마..."
하면서 말린다.. 세강이는 놀라있는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숙여버린다....
내가... 지운이랑 러브샷 한 게.. 그렇게 잘 못한 건가...? 여태껏 봐 왔던 세강이의 태도와 너무 달라
나는 그만 집에 가보겠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정류장까지 바래다주겠다며..따라 일어서는
세강이다... 괜찮다며.. 지운이랑..석훈이 챙기라고 말을 하고 술집을 빠져나왔다.. 그러자 두 친구를
술집에 내버려둔채 따라 달려나오는 세강이다.. 나는 자꾸 괜찮다며.. 곧 버스 오니까..혼자 가겠다고..
들어가보라고 했다.. 그러자.. 세강이가
" 바래다 줄꺼야.. 바래다 줘야만 해.. 넌 내 여자니까!!! "
하면서 지나다니는 사람이 다 들을정도로 그렇게 크게.. 소리를 질러댄다...
나는 그 모습게.. 놀래가지고는.. 얼어붙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하고.. 가던 걸음을..
멈추고 우리의 행동을 구경한다.. 나는 창피하기도 하고.. 해서 간다고 성큼성큼 걸어가버렸다..
그러자 내 손목을 확~ 낚아챈다...
" 아파.. 이러지마.. 나 그냥 혼자 갈께..."
그러나 더 아프게 내 손목을 조인다.. 그리곤 아까보다 더 굳어진 얼굴로...
" 바래다 줄꺼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