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응? 뭐라고 했어? 프리즘이라니? ” 나직하게 지영이 내뱉은 단어의 의미를 몰라 물었다. 지영은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아무것도.........그냥 나 혼잣말이야............” “.........................” 의미가 궁금했지만 더 이상 물어보지 못했다. 지영은 말없이 스푼으로 커피를 휘젓는다. 입가에 허탈한 웃음을 띠운다. “후훗, 남자한테 차이긴 난생 처음이네..........” 평소와 다르게 맥없는 지영의 모습이 안타깝다. 화를 내고 자리를 박찼으면 마음이 훨씬 편했을텐데........... “.......미안해, 나 같은 녀석한테 이런 일 당하게 해서.........” 지영은 되려 눈을 찡긋한다. “영광으로 알라구. 난 다신 이런 수모 안 당할거니까. 그러니 지현 씨는 나를 찬 처음이자 마지막 인간인 거야.” 지영은 말을 마치자 옆자리의 백을 들고 일어선다. “난, 이제 그만 가 볼께. 패배자로 오래 자리에 앉아 있고 싶지 않으니까.”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따라 일어난다. “나도 일어날께. 같이 나가자.” 지영은 굳이 날 막지는 않는다. 나는 카운터에 계산을 치르고 지영을 따라 밖으로 나온다. 우리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천천히 거리를 걷는다. 늦가을 정오의 햇살은 우리 기분은 아랑곳없다는 듯이 평소보다 강하게 머리 위를 내리쬔다. 이 카페는 지영과 과거에 두어 번 와 봤던 곳이다. 50여 미터 앞에 우리가 헤어져야 할 정류장이 있다. 왠지 지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 마지막 걸음걸음이 아쉽게 느껴진다. 지영은 그저 앞만 보고 걷는다. 금새 우리 눈 앞에 정류장 표지가 나타난다. 지영은 발걸음을 멈추고 마주선다. 뭐라고 인사를 할까 망설이는 데 지영이 말없이 내게 손을 내민다. 나는 가만히 손을 잡는다. 악수를 하듯 손을 흔들려고 하다가 파르르 떨리는 지영의 눈가를 보자 나도 모르게 동작을 멈춘다. 지영은 울음을 보이지 않으려고 한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황급히 내게 잡힌 손을 빼고 등을 홱 돌린다. 지영의 등 뒤에서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야, 잘 가............. 지현 씨.” 한 줄 밖에 안 되는 말 속에 몇 번이나 울먹임이 섞여 있었다. 또각또각 하는 그녀의 하이힐 소리가 아주 크게 내 귀에 울린다. 고개를 숙이고 종종걸음으로 정류장을 향하는 지영의 뒷모습을 나는 그 자리에서 꼼짝 않고 바라만 봤다. 만일 지금 따라가서 저 어깨에 손이라도 올린다면 나는 지영을 다시는 놓지 못할까봐 두려웠다. 시야 속에 아직 지영의 뒷모습이 남아있지만 나는 몸을 돌렸다. 내가 돌아가야 할 사람들에게로..... 문득 마지막이란 생각을 참지 못하고 다시 몸을 돌려 정류장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지영의 모습은 이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다.
프리즘 23
23.
“.........응? 뭐라고 했어? 프리즘이라니? ”
나직하게 지영이 내뱉은 단어의 의미를 몰라 물었다.
지영은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아무것도.........그냥 나 혼잣말이야............”
“.........................”
의미가 궁금했지만 더 이상 물어보지 못했다.
지영은 말없이 스푼으로 커피를 휘젓는다.
입가에 허탈한 웃음을 띠운다.
“후훗, 남자한테 차이긴 난생 처음이네..........”
평소와 다르게 맥없는 지영의 모습이 안타깝다. 화를 내고
자리를 박찼으면 마음이 훨씬 편했을텐데...........
“.......미안해, 나 같은 녀석한테 이런 일 당하게 해서.........”
지영은 되려 눈을 찡긋한다.
“영광으로 알라구. 난 다신 이런 수모 안 당할거니까.
그러니 지현 씨는 나를 찬 처음이자 마지막 인간인 거야.”
지영은 말을 마치자 옆자리의 백을 들고 일어선다.
“난, 이제 그만 가 볼께. 패배자로 오래 자리에 앉아 있고 싶지 않으니까.”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따라 일어난다.
“나도 일어날께. 같이 나가자.”
지영은 굳이 날 막지는 않는다.
나는 카운터에 계산을 치르고 지영을 따라 밖으로 나온다.
우리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천천히 거리를 걷는다.
늦가을 정오의 햇살은 우리 기분은 아랑곳없다는 듯이
평소보다 강하게 머리 위를 내리쬔다.
이 카페는 지영과 과거에 두어 번 와 봤던 곳이다.
50여 미터 앞에 우리가 헤어져야 할 정류장이 있다.
왠지 지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 마지막 걸음걸음이
아쉽게 느껴진다.
지영은 그저 앞만 보고 걷는다.
금새 우리 눈 앞에 정류장 표지가 나타난다.
지영은 발걸음을 멈추고 마주선다.
뭐라고 인사를 할까 망설이는 데 지영이 말없이 내게 손을 내민다.
나는 가만히 손을 잡는다.
악수를 하듯 손을 흔들려고 하다가 파르르 떨리는 지영의
눈가를 보자 나도 모르게 동작을 멈춘다.
지영은 울음을 보이지 않으려고 한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황급히 내게 잡힌 손을 빼고 등을 홱 돌린다.
지영의 등 뒤에서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야, 잘 가............. 지현 씨.”
한 줄 밖에 안 되는 말 속에 몇 번이나 울먹임이 섞여 있었다.
또각또각 하는 그녀의 하이힐 소리가 아주 크게 내 귀에 울린다.
고개를 숙이고 종종걸음으로 정류장을 향하는 지영의 뒷모습을
나는 그 자리에서 꼼짝 않고 바라만 봤다.
만일 지금 따라가서 저 어깨에 손이라도 올린다면
나는 지영을 다시는 놓지 못할까봐 두려웠다.
시야 속에 아직 지영의 뒷모습이 남아있지만 나는 몸을 돌렸다.
내가 돌아가야 할 사람들에게로.....
문득 마지막이란 생각을 참지 못하고 다시 몸을 돌려 정류장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지영의 모습은 이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