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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밖에 모르는 신랑

지방아줌마 |2006.06.05 11:22
조회 1,521 |추천 0

요즘 제가 예민한건지 남편도 원망스럽고 너무 힘듭니다.

결혼한지는 8개월째, 뱃속에는 4개월된 아가도 있습니다.

서울살다가 신랑될 사람 따라서 지방에 이사왔고 이곳에서 직장다니고 있습니다.

월급도 괜찮은 편이고 직장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은 편이라 직장 생활은 할만 합니다.

직장은 직장인지라 나름 스트레스 받는 것은 있긴 있지만요.

신랑도 저와 같은 직업이지만 그곳은 저희와 분위기가 좀 달라서

이상한 사람들도 많고 같은 업무에 인원은 적어

개개인에 배분되는 일도 많아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듯 합니다.

(같은 일 하고 있으니 신랑의 어려움은 백분 이해됩니다)

 

문제는 스트레스 받는 것을 모두 집에와서 표출한다는 것입니다.

결혼 전에 시어머니야 아들이니 오냐오냐 모두 받아주셨겠지요.

그러나 저는 직장생활하는 입장이고 임신까지 했으니 몸도 힘들지 않습니까?

그리고 어머니처럼 남편을 따뜻하게 안아주는데는 한계가 있더군요.

 

일단 신랑 스트레스 때문인지 체력 때문인지 매일매일 피곤해합니다.

출근 때도 '예쁜 신랑 일어나세요' 하며 깨워도 인상 쓰면서 일어납니다.

퇴근후에도 몸이 좀 괜찮을 때는 그나마 낫지만 몸이 좀 안 좋고 스트레스 받았다 싶으면

집에 와서 한숨 푹푹 쉬며 가만 누워 컴만 하거나 티비만 봅니다.

저 신랑 직장 상황 뻔히 알고 피곤한거 뻔히 아니 눈치 보며 가만 둡니다.

피곤하니 오자마자 잘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땐 불쌍한 마음 가득 들지요.

신랑 누워 있을 동안에 저 밥차립니다. 물론 밥 차려주면 고맙다고 수고했다고 하며 먹습니다.

하지만 말 뿐 먹자마자 또 자기 힘든티 팍팍 내며 누워있습니다.

 

가만 누워있는 것도 그것이지만 더 문제는 사람이 변한다는 것입니다.

신랑 덜 피곤하다 싶으면 저한테도 잘 웃어주고 사랑한다는 말도 해 주고

뱃속의 아가한테 책도 읽어주고 (반 강제지만) 배도 쓰다듬어 줍니다.

그러나 피곤하다 싶으면 한숨만 쉬고 눈도 잘 안 마주칩니다. 대화도 별로 안 하죠.

8개월 아직 신혼인데 저 도란도란 애기도 하고 싶고 같이 산책도 하고 싶고 그렇습니다.

임신중이니 아가한테도 다정하게 얘기도 해줬음 싶고요.

태교도 거의 저 혼자 하고 있습니다. 워낙 자기 피곤한거에 빠져사느라 아기도 안중에 없으니

저 혼자 음악듣고 얘기 해 주고 책 읽어주고 그러지요.

태교 책 여러권 읽고 있는데 그 중 좋은 책이 있어서 신랑도 읽었음 하는 마음이 들길래

이 책 한번 읽어봐라 내용이 쉬워서 금방 읽더라 하고 권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거들떠도 안 보며 '뭐, 보고' 하더군요. 스팀 받더군요. 애는 혼자 만들었습니까?

 

힘든거 이해합니다. 그러나 자기 힘들어도 저에 대한 배려는 해줘야 하지 않습니까?

가만 누워 있더라도 같이 수다 떨면서 다정한 척만 해줘도 저 이렇게 힘들지 않을껍니다.

내가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오늘은 티비보면서 좀 쉴께

하고 미리 말만 해줘도 동굴에 들어가나보다 하면서 쉴 시간 충분히 줄 껍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읽었거든요. 이런 책 재밌더군요)

그러나 밑도 끝도 없이 들어오자마자 한숨을 쉬니 오늘 또 안좋구나 하면서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지난 주말 결국 대판 싸웠습니다. 너 받는 만큼 나도 직장 스트레스 받는다.

똑같이 일하면서 난 뱃속에 애까지 넣어가지고 주중에 밥도 하지 않냐

니가 피곤하면 잠을 좀 일찍 자든가 조절을 해 볼 노력도 안하고

피곤하더라도 임신한 부인한테 한숨 푹푹 쉬면서 눈치보게 할 게 뭐냐

나 니 눈치보느라 스트레스 엄청 받는다. 직장 스트레스 가지고 집에 좀 오지 마라

집에 오면 행복해야지 난 오히려 너 눈치보느라 직장있을 때 보다 더 스트레스받는다.

애 만들었으면 책임져야 할 꺼 아니냐 너 힘들어도 애기한테 할 껀 해야되는 거 아니냐

하고 싶은 말 다 한거지요.

 

그랬더니 미안하다고 할 줄 알았더니, 저를 바보로 만들더군요.

니가 뭘 그렇게 날 이해해줬냡니다. 내가 무슨 티를 그리 냈냐구요.

자긴 한숨쉰 적도 없고 인상쓴 적도 없답니다.

 

난 너 때문에 미치기 직전인데 넌 어쩜 그렇게 말하냐 소리 버럭버럭 질렀습니다.

저 사실 거의 미친 상태였지요. 온갖 스트레스 다 폭발했으니까요.

애까지 가지고 힘들어죽겠다 정말 죽어버리고 싶다 별 애기 다 했습니다.

그랬더니 신랑 애 잘못되면 다 너 책임이랍니다. 그리고 잘못되면 가만 안 있을 꺼랍니다.

오만 정이 다 떨어지더군요. 이제까지 아기 아토피 걸릴까봐 과자 한 개

음료 한 모금 안 먹은 거 뻔히 알면서 저런 말 할 수 있는 신랑 혐오스럽더군요.

 

어제 아침에 집을 나왔습니다.

그렇지만 여기 지방입니다. 갈 데도 없습니다. 혼자 영화보고 서점가는 거 좋아했지만

여긴 영화관도 없고 대형서점도 없습니다. 막막하더군요.

혼자 터덜터덜 2시간을 걸어 시장에 갔습니다. 그나마 갈 데가 시장밖에 없더군요.

마침 장날이라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앉아서 구경하다가 다시 집으로 터덜터덜 걸어갔습니다.

담날 출근해야하니 미친척 훌쩍 떠날수도 없지요. 오는데 두시간 도합

네시간이나 걸어다니는 거 아가한테 안 좋을 꺼 알지만 잘못돼도 내 책임이라잖아요.

잘 나와도 이런 부모 밑에서 제대로 크겠나 싶은게 깊은 생각 안 들었습니다.

집 근처까지 오니 저 찾으러 나와 있더라구요. 그리고 어리광 부려서 미안하답니다.

이런 생각까지 들더군요. 아내 때리는 남편들이 때리고 나서 미안하다고 다시는 안 그런다고

싹싹 빈다던데 이 남자도 그런거 아닐까...

그러고 집에 들어와서 저 잠든 사이에 미안하다고 꽃이랑 케잌 사왔더라구요.

 

이번 주말에 저렇게 된 건 저번주 주말에도 쉬었었고

주중에 선거도 있고 해서 쉴 기회가 많이 있었는데도

(사실 바람이라도 쐬러 가자 말했었는데 힘들다고 못가겠다 해서 못 갔습니다)

이번 주말에도 힘들다며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는 신랑을 제가 못 견뎌 이렇게 된겁니다.

 

자기만 아는 신랑 눈치보면서 살기 힘듭니다.

아가 때문에 헤어질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속이라도 시원해지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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