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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해지자..

게으른꼬마... |2006.06.08 18:42
조회 951 |추천 0

회사에서 일하다가 문득 랑이 도시락 반찬 생각이 나더니 꼬리를 물고 제 게으름과 사랑에 대한 것까지 생각나네요. 지루한 개인 일상이야기니 요점만 원하시는 분은 패스를..


저는 항상 점심때 미숫가루를 마십니다. 점심값도 아끼고 시간도 절약할 겸 두유에 미숫가루로 점심을 먹지요..
미숫가루는 사먹을 때도 있고 시어머니가 주실 때도 있고 암튼 아침에 일어나면 신랑이 밥 싸면서 제 미숫가루도 같이 챙겨 놓아요.

신랑은 아침에 밥과 수저만 싸가는데 반찬들이 미리 신랑 회사의 냉장고에 있어요. 그 반찬들은 시어머니께서 대부분 다 주신겁니다.
그래서 도시락 준비는 간단하게.. 밤에 자기 전에 쌀 씻어서 아침 6시에 밥이 되도록 예약만 걸어놔요(아주 가끔 이것도 귀찮을 때가 있는데 자기 전에 무조건 합니다. 좀 미안해서리.. 그래도 제가 매일 밥 한다는거 자체를 신랑은 좀 대견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물론 아침 6시에 일어나는 건 제 희망사항이고 7시 반에서 8시 사이에 일어나요--;

아침에 일어나서 신랑 씻고 전 씻는거 패스하고 그냥 자다가 드라이어 윙~ 소리나면 부적부적 일어나서 옷 입고 머리 묶습니다.

제가 방에서 깨작깨작하는 동안 신랑 나와서 옷입고 도시락 싸고(제가 할때도 있지만요) 그러고 둘이 같이 지하철 타러 나갑니다. 아침에 세수 안하냐구 물으시면 안합니다.. --;

신랑이 반찬 떨어졌다고 하면 큰 통에 든 반찬 다시 넣어주면 끝. 그런데 요즘에는 회사의 다른 분도 먹으라고 반찬을 가져다놔서 반찬 떨어졌다고도 안하더군요..
회사 갔다가 집에는 둘 다 비슷한 시간에 들어와요. 8시에서 9시 사이로 오는데 같이 오면 제가 간단한 찌개나 요리를 해서 저녁을 먹습니다.

요리를 잘 못해서 시간은 많이 걸리는 편이에요. 엄청 서두르는데도요.

신랑도 가끔 요리하긴 하는데 잘 안해요. 먹고 나면 신랑이 설거지하는 동안 저 씻고 보통은 10시반11시쯤 되면 시간 남아요.

그럼 둘이 드라마를 본다던가 인터넷을 한다던가 책을 본다던가 놀다가 12시를 꼭 넘겨서 자게 됩니다.

이게 평일의 일상이고 평일에는 먹고 설거지하는 것 외에 청소도 거의 안하고 세탁도 안합니다.

토요일에는 늦잠자다 일어나서 청소+세탁 또는 놀러가기 또는 개인 약속, 저녁에는 친정에 놀러가고요. 그래서 토요일 점심때 정도 식사 한번 만들고요.

일요일에는 늦잠자다 일어나서 토요일날 놀았다면 청소+세탁, 아니면 그냥 좀놀다가 저녁에는 시댁에 놀러갑니다. 그래서 일요일도 집에서는 한끼 정도만 챙겨먹죠.

시댁, 친정이 모두 가까운데 있어서 매주 두 집 다 다니고요. 이게 가끔 귀찮기도 한데 그래두 자식된 도리려니 합니다. 뭐 얼굴만 보여주고 밥만 축내고 오지만요.
이게 매주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우리집 일상입니다.

제가 결혼전부터 청소하고 이런걸 싫어했어요. 지저분~하게 살다가 어느날 막 깨끗하게 한번 싹 청소하고 다시 일상으로..~ 이러던 처자고 연애할 때 집에 놀러오고 그럴때도 깨끗한 척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암튼 결혼한다고 해서 사람이 부지런하게 바뀌지 않더라고요.
처음에는 이런 문제땜에 서로 다투기도 했는데 남편이 많이 이해해 주면서 바뀌었어요.

제가 회사에 일이 많은 편입니다. 암튼 가사분담에 대해서는 불만이 거의 없어요. 무조건 신랑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 자랑이 아니고요. 현충일날 남편 친구들을 만나서 저녁에 맥주한잔 하는데 들은 얘기땜에 왠지 신랑한테 많이 미안하네요.


남편 친구는 A와 B로 할게요. A씨는 자영업을 하고 맞벌이로 둘이 삽니다. 4년차고요. B씨는 100일된 아이가 있고 부모님과 같이 살아요.
얘기 중에 B씨가 나는 결혼전에는 여러 여자 만나려고 노력했지만 결혼 이후에는 아내만 여자로 생각한다 뭐 그런 결심을 했다고 그러면서 결혼 전에 여자 만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생활력이라고 하더라고요.

부인이 공부하면서 신문 배달하고 엄청 바쁘게 열심히 사는 스타일이라서 처음에 힘들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안 힘들다고 했대요. -멋짐-

뭐 첫눈에 반한 것은 아니고 만나니 편했다고.. 오래 안사귀고 결혼했거든요.

A씨는 부인이 엄청 알뜰살뜰해요. 처녀시절에 만원가지고 한달도 살고.

암튼 A씨도 그런 면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역시 생활력이라고 두 사람이 말하는데 왠지 넘 부끄러운거 있죠.

게다가 저희 시부모님도 잠시 같이 동석하셨었는데 B씨가 아침은 먹고 다니냐고 질문을 해서 -아 전 왕난감. 땀 뻘뻘--; 원래 아침 먹는 문제로 예전에 다퉜었어요.

전 아침 안먹은지가 10년이 넘었고 게다가 안현필씨 팬이라서.. 하루 2식주의고요.

신랑도 잘 안먹는 편이었는데 항상 시어머니가 뭐라도 먹으라고 꼭 챙겨줬었나봐요. 그래서 저한테도 그걸 기대했기 때문에.. --;

지금은 신랑이 제 영향을 좀 받아서.. 옛날엔 단식하면 죽는 줄 알더니 장점도 있다고 생각하고.. 암튼 결론은 아침을 안먹어요--; -

신랑이 재치있게 아침대신 장모님이 해준 홍삼먹고 다닌다고 얘기해서 웃으며 넘겼는데..

휴. 그것도 친정엄마가 홍삼을 선물 받았는데 한약 냄새가 별로라고 해서 제가 가져왔거든요.

신랑은 괜찮다고 해서 요즘 하나씩 갖고 다니는데.. 암튼 아침 안 챙겨주는 불량 아내가 된 느낌이더라고요..

 게다가 신랑 친구들 부인들에 비하면 넘 게으른거 아닌가 하는 자괴감도 들고.. --;

게다가 저희는 둘다 직장생활하면서 맨날 똑같이 생활하는데.. A,B(직장다니지만 자영업 비슷해요)씨는 장사라던가.. 암튼 돈 버는 데 관심도 많고 정보도 있고.. 한마디로 저희가 우물안 개구리 같은 생각이 드는거 있죠.. 휴~


요즘 아기를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아기를 위해서 좀 부지런해져야겠다. 애가 보고 배울텐데 뭐 요런 생각을 좀 합니다. 그런데 신랑보면서 내가 좀 더 부지런하게 해서 잘해줘야지.. 이런 생각은 잘 안들어요. 음식물 쓰레기 청소하면 방으로 도망치기 바쁘고요.

신랑 부추겨서 일하면 옆에서 꼽사리식으로 일한달까.. 암튼 주도적으로 뭔가 하질 않아요.

신랑이 그럴 사람도 아닌데 혼자 뭔가 일하다 보면 이러다 나만 계속 하게 되는거 아냐? 그런 생각도 들고--;

그래서 무조건 내가 뭐 하나 하면 같이 하게 합니다. 식사 준비하면서 신랑한테 그릇놓게 상 닦으라고 하고, 밥 푸면서 냉장고에 반찬 꺼내라고 하고.. 남편이 설거지하면 방청소하고, 남편이 작은방 청소하면 거실 청소하고..

이게 옳다고 생각은 해요. 가사 분담 반반이라기보다 힘 남는 사람이 조금 더 하고 시간 남는 사람이 조금 더 하고.. 그런데 제 사랑이 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건.. 아마도 가사 분담과 제 게으름의 연관 관계를 착각하고 있기 때문인 거겠죠? ㅠ.ㅠ


결론은 앞으로는 좀 부지런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입니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 일하다가 이거 쓰느라 시간 엄청 썼네요.. 크.. 연장근무 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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