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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3-16화> 감정연습1

바다의기억 |2006.06.26 01:11
조회 10,162 |추천 0

주말이 끝나고 월요일입니다.

 

모두 기말고사 준비 열심히 하시길.

 

========================== 핸드폰 잃어버렸습니다. 훌쩍 ============================

 

때는 평화로운 5월 중순,


방과 후 연습시간.


연극부에 신입생들이 들어온 지


벌써 두 달이 되어가면서


친목도모나 스터디 장소 정도로만 쓰이던 연극부실도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연출

- 연기의 핵심은 바로 미학!!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데 있다.


거지에겐 거지의 미학! 도둑에겐 도둑의 미학이 있다.


이런 미학을 깨우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감정의 몰입!


그런 이유로 오늘은 2인 1조로 짝을 이뤄서


감정 연습을 해보도록 한다.


오늘 실시할 연습은


=한번만= 과 =가지 마= 라는 것이다.


우발적인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과 적절한 애드립을


동시에 키워주는 상황설정 훈련으로


그 방법은 백번 듣기보다 한 번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일단 우리 연극부의 히로인 민아양과....


기억아, 잠깐 이리 와 봐라.



기억 - 아...네.



조금 갑작스러운 일이긴 했지만


난 연출의 부름에 짧게 응답한 뒤


신입생들이 있는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한번만= 과 =가지 마= 는 감정연습의 감초 같은 존재로


작년엔 참 많이 했던 연습 중에 하나다.



민아 - 아하하.... 이거 오랜만이라 잘 될까 모르겠네?


기억 - 그러게 말이야. 좀 어색하다.


연출

- 자자, 두 사람 다 잡설은 그쯤하고


상황설정 들어가자.


기억이가 잡는 쪽, 민아가 가는 쪽.


레디, 아그르빠박숀!



신입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잠시 민망함을 느꼈던 우리였지만


연출의 액션신호가 떨어진 다음부턴


바로 분위기 몰입이 시작되었다.



기억 - ..... 가지 마.


민아 - 안돼, 가야 돼.


기억 - 가지 마...


민아 - 미안, 정말 가야 돼.


기억 - 제발.... 가지 말아줘...


민아 - .... 그래도 안 돼.


기억 - 정말 갈 거야?


민아 - 응. 갈 거야.



어딜 가겠다는 건지,


왜 가야하는 건지는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그녀가 날 떠나려한다는 것이고


난 어떻게든 그녀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억 - 날 봐! 날 똑바로 보고 말 해!



난 조금 거칠게 그녀의 어깨를 잡아 내 쪽으로 돌렸지만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피한 채


내 손을 떨쳐냈다.



민아 - 이러지 마! 나 정말 가야 된단 말이야!


기억 - ..... 아냐, 아냐. 그냥 여기 있어줘.



문득, 가슴 한 구석이 시큰하게 아파왔다.


예전의 감정연습 땐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던 애절함과 슬픔이


온몸이 저릿하게 전해졌다.



만약.... 이게 현실이라면?


내가 이렇게 그녀를 잡으려하는데도


그녀가 나를 떠나려 한다면?


혹은, 그녀가 나를 떠났다면?



기억 - ....그럼.... 난?


민아 - ..... 응?


기억 - 네가 가면.... 난.... 난 어떻게 하는데?


민아 - ........


기억 - .... 대답해 봐. 난 어떡해?



난 그녀의 어깨를 지긋이 잡으며 보채듯 되물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대답이 없었다.



....... 갑자기 무서워졌다.


이런 순간이 정말로 올까봐.


내가 그녀를 잡으려 하는데도


그녀가 나를 떠나려는 순간이 올까봐.



기억 - ...... 제발.... 좀...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었다.


이렇게 잔인한 장난 따위 당장 그만두고


눈앞에 있는 그녀를 품에 가득 안고 싶었다.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는 걸


빨리 나에게 깨우쳐주고 싶었다.



민아 - ...... 미안해. 하지만 가야 돼.


기억 - 가지 마... 내가 다 잘못했어. 그러니까....


민아 - 아냐, 기억이는 잘못한 거 없어. 단지....


기억 - 아냐! 내가 무조건 잘못했어!


민아 - 이러지 마, 기억아. 갈 수밖에 없다는 거 너도 알잖아...


기억 - 아니, 몰라. 모르니까 가지 마!


민아 - 기억아.....



그녀의 목소리가 젖어들기 시작했다.


그 물기 속에 배어나오는 진한 자책감이


나를 더욱 더 가슴 저미게 했다.



이거.... 정말... 연습인 거지?



기억 - 가지마.... 나의 공주님.... 제발...



=나의 공주님..= 이 말을 마치고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다고 느낀 순간


와락 내 품에 고개를 묻으며


두 팔로 내 어깨 뒤를 감싸 안는 그녀.


순간... 멈춰 버린 심장이 다시 뛰는 것 같은


깊은 안도와 따스함이 느껴졌다.



민아 - 미안해!!..... 미안해 기억아...!!


기억 - 그래, 가지 마.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어줘....



......... 가지 마...........


그게..... 해답이야.



징한 여운처럼 밀려오는 안도감 속에


그녀를 꾸욱 품속에 안고 있던 난


갑작스러운 박수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연출 - 그렇지, 역시 둘이 붙여놓으면 뭔가 된다!


후배들 - 우와~ 최고에요!



뒤늦게 상황을 깨달은 민아도


부끄러운 듯 슬쩍 내 품을 빠져나가


눈가에 눈물을 훔치며 싱긋 웃었다.



민아 - 아아.... 너무 몰입했나.... 좀 오버였지?


기억 - 아냐, 좋았어.


민아 - 응? 내가 간다는데 좋았어?


기억 - 아, 아니, 연기가.



아직도 불안한 마음을 웃음으로 감추며


그녀의 흩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고 있는 나에게


연출이 소리쳤다.



연출 - 자자, 그쯤 하고, 한번만도 해보자.


민아 - 흠, 흠. 예, 준비됐어요.


연출 - 그럼 레디! 아따빠그륵쑌!



잠시 얼굴을 가린 채


감정조절에 들어갔던 그녀는


연출의 액션신호가 나오기 무섭게


돌연 활짝 웃는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



민아 - 한번만~.



방금 전까진 그렇게 매정한 얼굴로 날 밀어내더니


불과 1분만에 생글생글 웃으며 애교를 부리는 그녀.


..... 가끔 이런 그녀가 무섭다.



기억 - 싫어. 내가 왜?


민아 - 아이~ 한번만~.


기억 - 싫다니까.


민아 - 담부터 안 그럴게. 응? 딱~ 한 번만. 응? 응?


기억 - 몰라, 나 삐졌어.


민아 - 아우~ 야~!! 한~ 번~ 마아안~.



손가락 하나를 들어 얼굴 앞에 들이대고는


과장된 동작으로 내 소매를 흔드는 그녀.


역시 필살 애교....


....귀.... 귀엽다.....


안 들어주고 못 견딜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져버리면


이다음에 기다리고 있을 천국을 볼 수 없다!!



기억 - 그러니까 이유를 대봐, 이유를....


민아 - 이이이잉~. 예쁘잖아~.


기억 - 어유~. 이걸 콱!


민아 - 아야!



꿀밤을 때릴 듯 손을 치켜드는 순간


바로 머리를 감싸며 몸을 웅크리는 그녀.



기억 - 아직 안 때렸어!


민아 - 그니까 한 번만~ 한번만~ 한번만~



차마 어찌 하기 힘든 그녀를 앞에 두고


답답함에 앞섬을 펄럭거리고 있을 때


그녀가 갑자기 손가락 끝으로 옆구리며 가슴 같은 곳을


쿡쿡 찔러가며 날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기억 - 잠깐, 어딜 찔러! 어딜!



헉.... 신기술?!


이건 뼛속까지 귀엽다!!



연출 - 그만, 그만.... 내가 못 견디겠다.. 아오....



이제야 꿈에 그리던


행복가도로 접어들었다 생각한 순간


닭살을 견디다 못한 연출이


우리 사이로 끼어들었다.



후배1 - 으아.... 기억선배. 안 어울려....


후배2 - 진짜 염장 제대로다....



그제야 거의 혐오 레벨에 다다른 주변 분위기를 깨달은 우린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를 피해야 했다.



민아 - 이번에야 말로 오버였지?


기억 - 아냐, 정말 좋았는데...


민아 - 에이, 몰라. 끝까지 안 들어주고...


기억 - .... 그럼 계속 이어지질 않잖아?


민아 - 몰라 몰라 몰라, 삐졌어.


기억 - 어우, 공주, 왜 그래....


민아 - 엄마얏! 나 옆구리 민감하단 말야!


기억 - 그래? 어우, 어우, 어우....


연출 - 그만햇!!!!



=퍼억!=



마지막까지 염장질을 계속하며 퇴장하던 난


결국 연출의 분노가 담긴 쿠션에 맞고


바닥에 쓰러져야 했다.



연출

- 자.... 뭐 아무튼 다들 잘 알았겠지?


이런 식으로 나름의 상황을 설정하면 되는 거야.


중요한 건 역시 팀워크지.


어디 다른 시범도 한 번 볼까?


음....... 마땅한 팀이....



아직 닭살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연출이


목이며 팔다리를 긁적이며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구석에 있던 두 사람이 불쑥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씨 - 재밌을 것 같은데?


김씨 - 우리도 그거 해 볼래.



...... 액션 연극의 부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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