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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에서 사랑한다. -11

정현옥 |2006.04.05 23:38
조회 19 |추천 0

11

 

 첫 주문을 한곳은 금정에 위치한 약국이었다. 김사장과 강선배와 함께 주문한 제품을 싣고 윤수는 시동을 걸었다.

 시냇가로 불어오는 오월에 바람이 봄기운을 가득 물고 차창을 두드리고 있었다. 뿌연 안개처럼 내려앉은 벗꽃잎이 차 바퀴를 감고 소용돌이치며 날아올랐고 벗꽃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오월의 장미가 꽃망울 진붉게 터트리며 시냇가에 새로이 피어있었다.

 윤수는 오월의 인사에 화답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차창을 내리고 머리를 불쑥내밀어 인사했다. 환호성이라도 치고 싶었지만 짐짓 주위의 시선에 마음을 들키기는 것이 쑥스러운 새색시처럼 내심을 감추고 불어오는 오월의 바람속으로 손을 내젓고는 다시 고개를 차안으로 들여왔다.

 약국에 도착하자 약사가 시계를 바라보며 제때 우리가 도착하는지 시험이라도 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네왔다. 약사의 표정에서 고교시절 담임이 모습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무척 닮았다고 느끼면서 약사의 인사에 간단한 목례로 답례했다. 약사는 윤수의 짐작처럼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윤리선생님 같은 어조로 강조하며 때맞춰 온 우리에게 신뢰를 보였다.

 작업이 모두 끝나고 나서 약사는 우리와 함께 점심을 했다. 약국 근처의 설렁탕집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들어서자 식당아줌마는 무슨 예약이나 되어있었던 것처럼 주문하지도 않은 음식을 척척 식탁위에 내려놓았다. 우유빛 같이 뽀얀 사골국에 공기밥 그리고 묵은 김치가 식욕을 당겨왔다.

 " 이 집 설렁탕이 아주 유명하고 맛있어요."

 약사의 말을 증명이라도 해야한다는 것처럼 벽에 걸린 TV방영 광고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아줌마가 어깨를 으쓱했다.

 식사가 끝나자 식당아줌마는 단골에게만 베푸는 서비스임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직접키운 차나무에서 우린 차를 우리에게 내놓았다.

 "어느 분이 사장님이시가요?"

 약사는 숨겨진 진실을 캐는 탐정처럼 우리를 번갈아 보았다.

 "접니다."

 김사장이 겸손한 어조로 다시 목례를 했다.

 "첫 눈에도 사장님 같아 보이시네요."

 약사는 자신의 짐작이 맞았구나 하는 표정을 지으며 김사장의 목례에 답례했다.

 윤수와 강선배는 두사람의 모습이 어딘지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배 좀 태우고 오겠습니다."

 윤수는 강선배와 함께 담배를 꺼내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첫거래를 무사히 마친 성취감으로 둘은 담배를 나누어 피우며 게속 싱글거리고 있었다.

 사무실로 돌아온 후 김사장은 직원들을 모이게 했다. 첫거래에 대한 노고를 격려하고 또한 약국에서 새로이 받은 제안을 설며하기 위함이었다.

 "우리회사에 시작부터 좋은 일이 자꾸 생기는게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첫거래도 생각보다는 빨리 성사되었고 또 새로운 사업제안도 받았습니다. 오늘 방문했던 약국의 약사님이 대한약사회 군포시지부에 총무님으로 계신데 올 7월부터 시행되는 의약분업으로 인해 우리에게 대한약사회에서 개발한 약국프로그램에 유지보수를 맡아줄 것을 의뢰해 왔습니다. 새로이 시행되는 제도라 쉽지는 않겠지만 제가 이전에 전산원에서의 경험도 있고 해서 저희가 최선을 다해 관리해 보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를 믿고 잘 따라와 주시면 그렇게 어럽지만도 않을 겁니다. 우리 화이팅하고 열심히 해봅시다."

 뜻밖의 성과에 모드들 흥분하고 환호했다. 회사가 창업을 하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번만은 하늘도 돕고 계시는구나.'하는 안도감이 윤수를 진정시켜주고 있었다. 윤수는 사장의 말처럼 생소하기는 하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이번 만큼은 꼭 성공하리라 다짐하고 있었다.

 어서 집으로 달려가  유진을 두팔에 안고 오늘의 성과를 축하받고 함께 기뻐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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