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구월동.
신세계백화점과 뉴코아백화점이 마주한 횡단보도에는 다리가 마비된 채 온전
히 배로 자신의 작은 짐리어커를 끌며 사람들에게 동전 바구니를 함께 내놓고 있
는 아저씨가 한 분 계신다.
오늘 마침 약속이 있어 신세계백화점엘 나갔는데 그 아저씨를 또 보았다.
이번엔 리어커없이 동전바구니만 덜렁 놓여있었고 칼바람이 부는 횡당보도사이로
무수한 사람들이 너나없이 옷깃을 여미거나 연인의 품에 매달린 채 떨면서 신호등
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 생각엔 잡화팔기가 뜻대로 되어주지 않은 듯 보였다.
성격상 타인에게 튀는 걸 좋아않는 성격이라 난 조심스레 다가가 아저씨의 바구
니에 천 원 한장을 넣어주었다. 맘같아선 그 이상을 드리고 싶은데 내 손이 만원
을 지나쳐 천 원 한장만 달랑 집어든 것이다. 조카의 새옷도 사주고 싶고 떨어진 강아
지 사료도 구입해야하고 봄맞이 티셔츠라도 사고 싶었다.
도망치듯 그 자리를 막 빠져나오는던 그때,
아저씨가, 한껏 주름진 얼굴로, 날 향해, 싱긋, 웃는 것이 아닌가!!
처, 처음이었다... 그렇게 가까이에서 아저씨얼굴을 대면한 것은...
마주볼 용기가 나질 않는 내가 얼마나 부끄럽던지...
덕분에 뒤의 친구들은 힐신은 발로 내 뒤를 겅중겅중 쫒아와야했고 횡단보도의 신호가
바뀐 길 건너편을 돌아본 그때는 이미 언제나처럼 인파에 가려진 아저씨의 종교음악만
이 낯설지않게 들려왔다.
내가 배로 잡동사니를 파는 아저씨들에게 천 원 한장이라도 넣겠다고 결심한 것은,
언젠가 늦은 저녁 시장길에서 마주쳤던 어떤 아저씨를 본 직후였다. 아저씨의 마비된
두 다리가 물이 흥건한 땅바닥을 질질 끌며 잡동사니짐짝과 함께 언덕배기를 힘겹게 올라
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뒤에서 무심코 보게 된 나는 웬지 아저씨앞을 앞선다는 것이 미
안해져 느릿느릿 걷고 있을 즈음이었다. 이윽고 아저씨가 도착한 곳은 승합차가 대기된 작
은 가로수 밑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얼굴을 내민 아저씨들을 보았을때... 난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 모두가 아저씨처럼 인체 한부분은 잘리거나 없는 사람들이었던 것이
었다. 차가 멀어지고 집에 돌아와서도 그 모습이 잊혀지질 않고 있을때 아빠에게서 더 충격적
인 말을 들어야했다.
그 사람들, 하루종일 화장실때문에 잘 먹지도 못하고 화장실도 참아야돼. 차 올때까진...
장애인이라 따로 모여사는 곳도 있다고 하드라구...
작은 것에 온정을 베풀자고 목청을 높히는 날 대개는 종교와 관련된 날이 많다.
초파일이거나 아님 성탄절이거나...
그런 날수는 너무 적고 내가 모르는 장애인들은 너무 많다.
어줍잖게 그들의 아픔을 안다거나 슬픔을 안다거나 싸구려 동정심을 발휘할 생각은 없다.
또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어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왜 사람으로 하루하루 사는지는 한번쯤 생각해보았으면 좋곘다.
아저씨가 도심한복판에서 크게 울리던 종교음악이 아직은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
노라고 목청껏 드높히는 듯해서 너무 안쓰러운 오늘이었. 그리고 그런 오늘, 너무 시리고
추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