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짝짝이’가 유행하고 있다. 신발·귀고리처럼 똑같은 것으로 한 짝(Pair)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던 제품들이 이제는 좀 다른 것으로 조화를 이루는 ‘짝짝이 콤비(combi)’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좌우 색깔이 다른 신발, 상·하의가 다른 옷, 침대 장롱 화장대의 디자인이나 컬러가 모두 다른 혼수용 가구 구성이 유행하고 있다. 귀고리도 색깔이나 크기에서 약간 차이를 두던 것을 뛰어넘어 아예 디자인부터 다른 ‘콤비 세트’가 등장하고 있다. ‘캠퍼’에서는 양쪽 비대칭을 이루면서도 상호 보완적인 디자인의 ‘트윈스 라인’ 신발을 출시했다. 예를 들어 나비·무당벌레·잠자리 같은 곤충을 테마로 좌우가 다르지만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디자인된 상품이다. 한 짝씩 사서 섞어 신어도 될 만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지만 아직 한 짝씩은 팔지 않는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지하 1층 액세서리 매장인 ‘라모베’에서는 좌우 디자인이 다른 귀고리를 잔뜩 들여놨다. 한쪽은 천사, 다른 한쪽은 십자가로 디자인된 상품, 크리스털 방울이나 십자가를 이용해 좌우의 길이와 크기를 달리해 변화를 준 상품 같은 것들이다. 이 같은 ‘짝짝이’ 귀고리가 전체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20대 여성들이 주로 찾는다. 정장이나 속옷에도 ‘짝짝이’가 등장했다. 정장이라고 하면 남녀 불문하고 상·하의가 같은 색상, 디자인으로 맞춰 딱 떨어지게 입는 게 기본이었지만 요즘은 이것저것 상·하의를 교차해서 입을 수 있는 ‘뉴 베이직 정장’이 유행이다. 여성의 기본 속옷인 브래지어와 팬티도 대개 같은 디자인의 한 세트여서 다른 제품과 섞어 입기 힘들었지만 최근에는 브래지어 하나에 비슷한 주제의 다른 디자인 팬티 2~4개를 한 세트로 구성한 상품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비비안·엘르·섹시쿠키·트라이엄프 같은 속옷 브랜드들은 대부분 브래지어 하나에 비슷한 주제의 디자인으로 꾸며진 삼각·사각·T 팬티 등으로 하의 구성을 다양화했다. 롯데백화점 임형욱 매니저는 “소비만 하는 게 아니라 제품 개발과 판매에도 영향을 미치는 ‘프로슈머(prosumer·생산적 소비자)’들의 본격 등장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즉 기존 제품에 수동적으로 적응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취향에 맞춘 상품으로 개조하고 색다른 변화로 개성과 실용성을 추구하려는 시도가 늘어나면서 기존 제품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혼수 가구의 구입 행태가 세트가 아니라 옷장·화장대·침대 들을 모두 따로 구입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도 ‘짝짝이’ 유행 바람 때문이다. 가격이나 전체 조화에서 보면 세트가 유리하지만 자신들만의 개성 있는 보금자리를 꾸미고자 하는 젊은 고객들은 신혼집 전체의 인테리어 주제를 먼저 정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상품을 하나하나 사들이는 것을 좋아한다. 세트가 주는 정형화된 어울림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개성 있는 공간 연출에 만족해하는 젊은이들이 ‘세트 문화’를 파괴해 나가고 있다. (김덕한기자 [ ducky.chosun.com]) 내용출처 : 조선일보 (http://www.chosun.com/economy/news/200604/20060406062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