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에 있다’
현대차 비자금 조사 계기 기업들 내부관리 ‘비상’
이의경 기자
국정원 자료에 의하면 2004년 산업스파이의 기업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액은 약 32조9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내부인력에 의한 정보 유출이 80%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 기업의 허술한 기밀관리체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비지니스 정보전략(예나루)
기업들은 산업스파이를 막기 위해 노심초사하지만 내부 인력을 관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근 이런 점에 착안해 정보기관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보관리 노하우를 담은 책이 출간돼 눈길을 모은다.
"정보활동은 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이아무개 선임연구원이 사내 통신망을 이용해 휴대 전화의 회로도와 배치도 15장을 빼돌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자칫하면 기술 개발비와 시장 경쟁력 상실 등을 합쳐 1조 3천억 원에 이르는 국부가 유출될 뻔한 것이다.
두산그룹의 형제의 난, SK그룹 분식회계 사건, 삼성전자 휴대전화기술 유출사건,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 모두 내부의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들이다.
최근 현대 기아자동차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의 단초인 비자금 관련 정보 역시 내부 제보자에 의해 확보했다는 검찰 발표가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가장 무서운 적은 내부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부 제보자를 찾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고 마땅한 대응책도 없다. 의도적으로 기밀을 빼내려는 시도를 완벽히 저지하는 보안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활동은 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정보세계의 불문율 역시 여기에서 비롯된 말이다.
그러나 머리를 맞대보면 방법은 있다. 최근 출간된 (예나루)은 특수정보요원으로 활동했던 저자가 정보전략비법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기업 보안관계자들로부터 각별한 관심을 끌고 있다.
정보기관에서 정보분석관으로 활약했고 현재 보안컨설팅을 하고 있는 저자 민진규는 "보안 누설이든, 정보 수집이든 모두 사람이 하는 것인데 국내는 인원보안에 대한 개념조차 없다"며 "인원보안이야말로 완벽한 전체 보안을 위한 필수 요건"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내부 인력에 의한 기밀누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간적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기주의와 불신 풍조에 물든 현실 속에서 인간의 마지막 보루인 ‘믿음’은 어떠한 희생을 감내하고라도 지켜야 합니다. 조직과 조직원들이 확고한 상호신뢰기반을 쌓는다면 이런 문제들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인간적 신뢰 통한 인력관리 필수
중요기술을 해외나 다른 기업으로 유출하는 사건의 경우 가정적 어려움이나 채무관계, 자녀교육 등 개인적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직에 대한 충성도나 신뢰성 등을 끊임없이 체크하고 관리를 통해 인원관리를 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직원들의 이직, 전직 등 신상 변화를 사전에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내부 통제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직원들의 근태나 건강도 체크해야 한다. 심지어 평소 잘 출근하는 직원이 지각을 하거나, 술을 많이 마시거나, 퇴근을 빨리 하거나, 업무에 불성실하거나, 전화를 많이 걸거나 하는 등 예비 징후를 관리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렇게 관리하면 사태 발생 이전에 대응책을 구비해서 손실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런 감시체제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사실은 막연하게 조직에 충성하고, 상급자를 믿으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개인은 조직에 헌신하고, 조직은 구성원들에게 안정과 발전이라는 과실을 선사하는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하죠. 조직과 조직원들이 확고한 상호신뢰기반은 산업스파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입니다."
시장 정보, 경쟁업체 정보, 관련정책 정보, 신기술 정보, 경영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적시에 공급받지 못하는 기업의 생존은 상상조차 어렵다. 기업들이 최고의 인재들로 정보팀을 꾸리거나 산업스파이들이 활약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조건 정보만 모은다고 해서 곧바로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정보가 가치 있는지를 가려내는 안목, 필요한 정보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능력, 정확하게 전달할 줄 아는 노하우가 중요하다.
"정보전략이 개인은 물론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21세기 경영전략"이라고 강조하는 민진규는 자신의 책이 21세기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는데 작은 초석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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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관리노하우 Best5
정보분석관 실무경험 토대 '정보 노하우' 눈길
# 암기력을 길러라
사람은 일반적으로 30분이 지나면 기억하고 있는 것의 50%이상을 잊어버린다. 암기력 향상에는 특별한 노하우가 없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다.
컴컴한 지하실에서 아무런 필기도구 없이 슬라이드만 보고 무조건 외우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빈손으로 퇴근하라
일부 조직의 수장이나 주요 간부들은 업무처리를 위해 조직의 기밀문서를 가지고 나가는지도 모른다. 업무처리가 보안규정을 준수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일수도 있겠지만 가급적 통제구역 내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 재를 통해 정보를 읽는다
과거 정보부대에서 황당한 일을 경험한 적이 있다. 어느 겨울 당직을 서고 BOQ(장교숙소)에서 쉬고 있는데 부대에서 급한 호출이 왔다. 순찰을 돌던 보안장교가 소각로 뒷 편 담장 밑에서 재를 많이 발견했다는 것이다. 소각로에서 사병이 소각하는 것을 감독하다가 ‘잘하라’는 지시만 하고 당직실로 들어간 것이 화근이었다.
보안장교가 가지고 온 재는 거의 원형대로 보존돼 글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바람이 많이 불거나 소각로가 부실한 경우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소각할 때 명심할 것은 완전히 타고 남은 재에 물을 부어서 처리해야 한다.
# 명함에는 함부로 메모하지 말라
주위에서 손님들과 명함을 교환한 후 그 자리에서 받은 명함에 날짜 등을 자연스럽게 적는 사람들을 본 적이 많다. 그러나 그런 행동이 얼마나 무례한 일인지 본인들은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명함은 개인의 얼굴인데 그 얼굴에 낙서를 한다는 것은 인격모독에 가까운 것이다.
# 비서는 50%만 믿어라
자금과 관련된 내용의 메모는 기밀로 분류되어야 하며 비밀 수발원칙에 따라 직접 전달하거나 이중봉투에 넣어 봉인된 형태로 전달하게 해야 한다. 대표이사의 메모 한 장 심부름이 연쇄적으로 회사를 궁지로 몰아간 것이다.
2006/04/13 [03:40] ⓒ브레이크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