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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 음악은 죽었는가 - 피파니아

서민영 |2006.04.21 14:16
조회 219 |추천 3
이것은 그냥 저희가 '기획거리'가 부족해서 마련해본 코너가 아닙니다. 아니, 저희는 정말 이런 기획은 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저희같이 최소의 노동력으로 움직여지는 소규모 미디어에서는 '기획' 하나 시작하면 모두가 다른 것 제껴놓고 덤벼들어야합니다. 저흰 그냥 음악 리뷰하고, 콘서트 취재하고, 인터뷰 하는 게 제일 편하고 좋습니다. 그조차도 많이는 못합니다만.

그런데 이쪽 필드의 돌아가는 모양새를 지켜보다보니,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저희가 관심있게 보아오던 것이지만, 이렇게 결론이 난줄은 몰랐습니다.

시장은 죽었다

여러분!
한국 대중음악시장은 죽었습니다.

아니, 아직 죽기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설마 완전히야 죽겠습니까. 그런데 가수들이, 음반기획사들이, 하나둘씩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슬슬 다른 일할 준비를 합니다. 수익이 줄어들고, 자존심은 땅에 곤두박질한 마당에, 가수와 매니저들이 굽신거려야하는 대상에 케이블TV와 뮤직포탈, 이동통신사까지 가세했습니다. 뮤직비디오 제작비도 모자라 쩔쩔매는 판국인데, 천만원에 달하는 방영비까지 내야 뮤직비디오가 방송을 탑니다. 팬들은 '안티놀이'를 재미있어하고, 악플러들에게 가장 만만한 대상은 가수입니다. 이 모든 안티와 악플 놀이는 곧바로 기사화되어 졸지에 여론이 됩니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제가 이쪽 종사자라도 '더럽고 치사해서' 우리나라에서 활동안합니다. 해외에 갈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전부 해외로 갑니다. 아무도 그들을 옹호하지도 않고 걱정하지도 않습니다. 문화산업의 한 분야가 붕괴되고 있는데 특집 기사 하나 안 나옵니다. 정부는 일국의 문화산업에 대한 총론적이고 심도있는 고려없이, '더 열심히 우는 애에게 젖을 주겠다'는 자세 정도만 취하고 있습니다.

표절, 립씽크? 창피하십니까? 지금 우리가 세계에, 아시아에 정말로 창피해야할 건 그게 아닙니다. 잘못된 소비행태에 재미붙여, 자국의 음악산업을 궤멸시켜버린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가장 창피합니다.

동방신기가 우리나라 그룹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그룹,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음반을 판 팀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한국에서 1억 벌고, 일본에서 30억을 벌게 되면 그들은 일본쪽 소속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게 상책입니다. 일본어를 더 열심히 배우고, 일본 콘서트를 더 많이 하고, 일본 방송에 더 많이 출연해야합니다. 무슨 소리냐구요? 동방신기가 작년에 한국에서 1억만 벌었겠냐고요? 아니죠. 더군다나 그들은 아직 일본에서 많은 음반을 팔지도 못하는 신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아닙니다.


1위가 초라하면 전체가 초라하다

동방신기, 작년 한국 활동 열심히 했습니다. 방송 출연 많이 했고, 계속 활동했고, 무대에도 많이 섰고, 열심히 춤췄고, 라디오 방송도 열심히 했고, 라이브 프로에도 나와서 노래했습니다.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가시적인 팬클럽 회원수가 100만명이라고도 했습니다. 결과는? 정규 음반 판매량이 30만장을 넘지못했습니다.

SM은 큰 회사고, 동방신기는 여러해동안 회사가 공들인 핵심 그룹입니다. 그룹의 노선, 이미지, 활동 스타일이 효과적이었는지 효과적이지 않았는지는 차후에 기회되면 얘기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합니다. SM 정도의 역량이 있는 회사가 아니었다면 이 그룹은, 더 나삐질 수도 있었습니다. 말로는 '아이돌'이라고 스스로 말하면서도, SM은 음악에 참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멤버들의 이미지를 정도 이상으로 내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는데, 결과는 20만장대입니다. 대한민국 그룹중에서 가장 파워풀한 관객동원력과 팬층을 가진 팀의 자리에 올라섰는데 주어진 트로피는 - 30만장짜리도 안됩니다. 회사규모와 투자에 맞는 결과가 아닙니다. 주식회사 SM의 주주들이 이를 묵과하지 않을 겁니다. 거기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여기서 더 올라갈 데조차 없다는 사실입니다.

세븐은 흠결이 거의라 할만큼 없는 가수입니다. 타이틀곡 선정 논란이 있긴 했지만 3집 음반은 훌륭한 퀄러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는 무척 잘생겼고 춤도 잘춥니다. 모든 무대를 라이브로 소화하며, 자신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관리했습니다. 외도를 하지도 않았습니다. 스캔들도 없습니다. 아시아 전역에서 화제를 모을만큼 스타성을 갖춘 뮤지션입니다. 한국에서도 세븐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결과는 4월 17일 현재 한터집계로 5만장을 넘지못했습니다. 음협집계로는 5만장이 약간 넘었습니다.

세븐 음반이 더 효과적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전략을 쓰거나, 보다 치밀한 기획을 했어야하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세부적인 평가는 뒤로 하고, 이건 정말 해도 너무한 시장상황 아닙니까?

비는 어떨까요. 저희는 지금 이 상태라면 비의 국내 활동 결과 역시 다르지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CD를 구입하는 단 두개의 집단

지금 시장에서 mp3를 구입하는 사람은 지극히 미미합니다. 저희는 CD를 구입하는 '의미있는 규모'를 가진 소비자집단은 딱 두 형태만 존재한다고 봅니다.

첫째. 인터넷에서 음악 다운로드를 안 받는 사람들입니다. 대체로 나이가 많고 보수적인 성향입니다. 요즘 SG워너비를 비롯한 한국식R&B발라드의 약진은 바로 이러한 소비자층을 일부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이들의 팬중에도 젊은 층은 많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음반판매량이 다른 어느 장르보다 각별히 높은 이유는 이 오프라인 지향 수요자들의 소비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발라드 가수의 부각 또한 이와 관계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어차피 상대적인 부각일뿐, 절대적인 판매고는 응당 도달해야할 지점보다 훨씬 낫습니다.

두번째는 음반판매량을 적극적으로 올리고자 노력하는 '충성스런 팬층'을 가진 극소수의 가수들입니다. 그 수가 음반시장에 뚜렷이 나타날만큼 의미있는 그룹은 지금 현재는 동방신기와 신화 밖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조차도 붕괴되고 있는 것입니다. 팬클럽 회원들이 전부 음반 삽니까? 아니라는 것 팬분들이 더 잘 아실 겁니다. 다수는 아니지만 일부 팬클럽에서는 '유료 음원의 교환'까지도 무신경하게 이루어집니다.

이게 우리나라 1,2위를 다투는 가수들의 현실입니다. 그럴진대 나머지 가수들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렇다할 가외활동없이 '음악성'과 '자존심'으로 먹고살던 가수들은, 정말 음악성과 자존심만 먹으면서 살아야할 판입니다. 자존심을 잃지 않을 수만 있다면요. 간혹 예외도 있지만, 크게 의미있는 예외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가수들이 굶어죽는 건 아니잖아'라고 수많은 사람들이 한마디씩 할 겁니다. 무책임한 댓글들에서나 나올법한 소리지만 딱 한 문장으로 대답하겠습니다. 우리가 삼성의 존폐를 걱정하는 이유는, 이건희 회장이 굶어죽을까봐서가 아닙니다.

국내 음악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팀이 거두는 수익은 전체 시장 규모와 직결됩니다. 음악산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수준과도 직결됩니다. 그런데 지금 시장의 1,2,3위를 차지하는 그 사람들이, 우리나라 시장이 끝났다고 선언합니다. 정말이냐고요? 정말입니다. 2월 16일자 동아일보에 게재된 이수만 이사의 인터뷰중 일부입니다.

“국내 음악산업은 이미 붕괴한 상태다. 좋은 인재들은 한국에 없고 해외 활동에 전념한다. 그래서 음반을 내는 것은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오히려 무료 음악 파일을 광고와 함께 제공해서 수익을 내는 것에 관심이 있다.”

4월 18일자 스포츠서울에 따르면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이사는 일본에서의 인터뷰에서 “최근 음반시장의 불황으로 음악이 편식되고 있다”, “너무 한쪽으로만 편중되면 장기적으로 가요계가 사망할 수밖에 없다”고 발언했답니다.

이수만이사는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입니다. 아니, 이수만, 양현석, 박진영 - 이 세명의 인물들은, 제각각의 장단점과 한계와 모순을 가졌을 지언정,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이제껏 배출된 인물들중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입니다. 이 세 사람은, 제각각의 방식으로 국경을 넘는 위업을 달성했고, 조폭적 자본과 운영방식을 가졌던 기존 가요계의 판을 갈아엎은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붕괴'를 선언하고 '사망'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박진영은 이미 우리나라 시장에 관심조차 없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음악을 살리자

기업가들은 수완좋은 사람들이라 살아납니다. 능력있는 가수들은, 일본 시장이나 중국 시장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국내 시장에서는 부가적인 수익을 긁어모으며 살아갈 수도 있을 겁니다. 여기서 가장 피해를 보는 층은, 언젠가 말한 바대로 '음악팬'들입니다.

팬클럽 회원분들, 대한민국 상공을 통과하는 가수의 전세기를 보면서 손만 흔드는 것으로 활동을 하고 싶으십니까? 아니면 1,2백만원씩 들여서 해외 가서 공연 보시겠습니까? 가요팬 여러분, 그냥 가요는 안 듣고 팝송이나 제이팝 들을까요? 아니면 이수만 이사의 고육지책 대로 '아파트 광고'나 '핸드폰 광고'가 삽입된 음악파일이나 들을까요? 아니면 양현석 이사의 우려대로, 흥행공식에 맞춘 음악들만 들을까요?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의 일본어 음반으로 일본어 공부나 할까요? 연기와 가수를 겸하는 - 오래전 홍콩 스타일의 멀티엔티테이너들로만 가요판을 가득 채워볼까요?

우리는 위의 모든 질문에 '아니오'라고 대답합니다.  우리는 보아의 일본어 음반보다 한국어 음반이 항상 더 좋았습니다. 한국적 감성을 좋아하고, 그 한국적 감성으로 소화해낸 새로운 K-POP 뮤직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모두 음악을 사랑하시는 분들이란 것 압니다. CD를 사고, 음원을 구입하는 '예외적인' 분들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린 우리나라 음악시장이 살아날 수 있다는, 기이한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저희의 확신 따윈 없더라도, 일국의 음악 시장이 어떻게 그리 쉽게 죽겠습니까(물론 아시아 수개국의 음악 시장이 각각의 이유로 아주 간단히 죽어갔으니 방심할 수는 없습니다). 확신을 갖는 이유는, '한국의 음악'은 대단히 발전하고 있고 우리에게 아직 시도해보지 못한 많은 대안과 방법이 남아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이, 그 시도를 해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내수시장이 받쳐주지 못하는 문화콘텐츠가 해외시장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지극히 힘든 일입니다. 단기적인 붐은 될지언정, 장기적인 지배력을 확보할 수는 없습니다. 내재적 발전을 계속 이루지못하면, 중국 시장에서도 결국엔 비웃음받을 것입니다. 일본 시장에서 주목은 받을 수 있을지언정, '보아'의 성공이 절대로 쉽게 일반화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들 역시 한국 시장을 살려내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하고 아마 할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시도가 성공하려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응원과 이해, 격려, 제안과 아이디어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그들이 지금까지 해온 일, 다 예쁜 것 아닙니다. 그들 스스로 좀 더 현명했더라면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곤 해도, 시장 붕괴의 책임이 온전히 그들 탓만은 절대 아닙니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힘을 합칠 시기가 있다면 지금입니다. 어떻게? 마음을 합치는 것만으로도, 생각을 모으는 것만으로도 저희는 엄청난 변화가 생기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여러분, 우리나라 음악과 뮤지션들을 사랑한다면 그 사랑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피파니아닷컴 piffania.com]


------------------------------------------------------------   내가 보기엔 그나마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는, 그나마 우리 대중문화를 제대로 보는 사람들이 피파니아였다. 지난 번 기사도 그랬지만, 오늘 본 이 기사는 그래도 아직 이런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다 싶었으니까. SG워너비 같은 가수를 볼때마다 조금만 일찍 데뷔했으면 삼백만 정도는 거뜬히 넘겼을텐데..안타깝기 그지없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인기가수가 음반 판매 백만장을 넘기는 건 일도 아니었다. 충성심 강한 팬들 덕분이었다 쳐도, 그럼 요즘 팬들은 충성심이 없는 건가?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결코 덜하지는 않다고 본다. 그들의 무조건적인 사랑에 나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니까.   요즘 CDP 들고 다니는 사람이 어딨냐고, MP3 나오는데 누가 씨디 사서 듣냐고? 그런 생각부터 뜯어고쳐라. 음악하는 사람이 언제부터 자선사업가가 됐나, 음악은 공짜가 아니다.  씨디 값이 비싸다고?  헛소리 하지 마라. 십년 째 가격 변화가 없는 게 씨디말고 대체 뭐가 있을까. 그 안의 땀과 노력과 기술은 세월만큼 늘어가는데 가격은 아직도 제자리인 게, 밥 한두끼 값이면 손에 쥘 수 있는 음악이란 게 고맙지 않은가.   어떤 이유에서든 씨디를 구매하는 두가지 집단에 속해있는 내가 바보같은 걸까. 좋은 음악은 '내 것'이었으면 해서 샀고,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은 하나라도 비워두기 싫어서 사모았다. 기껏해야 수십, 수백원 돌아갈 씨디 한 장 사주는 것 말고는 해줄게 없어서 산 적도 있었다. 내가 처음 씨디를 사던 십년 전에 비해 확실히 주위에 씨디를 사는 사람은 참 보기 힘들다. 팬이라면, 어디가서 나 그 가수 좋아한다 말하고 싶다면, 제발 씨디 사서 들어라. 그 사람의 노력마저 무시하면서 대체 무슨 팬이 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엠피 다운 받는 정성으로 차라리 씨디 리핑을 하란 말이다.   해외진출한다고 대단하다 볼 게 아니라, 결국 속을 살펴보면 음악 할 여건이 안되서 쫓겨나듯 떠나는 그들을 불쌍하게 여겨야 한다. 전세계에서 자국 영화를 만들어 보는 나라가 몇 안 된다는 사실에 참 놀랐었다. 내노라하는 국가에서 영화산업이 발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해가 안 됐으니까.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고, 이미 있었던 일이었다. 그 나라들에는 결국 영화 시장이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우리나라 음악 시장도 그렇게 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음악은 듣고 싶은데 만원 한장은 아깝고, 그러다보면 한국 대중가요는 사라지고 한국인이 부르는 제이팝이나 팝을 듣고 있지 않을까.   기술의 발전이 음악 산업의 내리막길을 가속화시킨 것이 아니라, 결국 잘못된 인식의 문제이다. 상대방이 그만큼의 가치를 넘겨주면, 나도 그만큼의 대가를 치르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좋은 콘텐츠 개발 운운하기 전에 씨디나 한장 사고 그런 소리 해라. 최소한의 정성도 보이지 않으면서 대놓고 요구하는 개념없는 짓은 그만 하란 말이다.  
추천수3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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