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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류성택 |2006.05.02 00:57
조회 28 |추천 0

자,

오늘은 요리에 대해서 알아보자.

물론 음식만드는 방법에 대한 것은 절대 아니다.

어차피 다 아는 것,

나는 요리를 전혀 할 줄 모른다.

하다못해 밥조차도 내가 하면 이상한 냄새가 난다.

똑같이 밥에 물을 붓고 밥솥에 앉히는 것임에도 내가 하면

밥조차도 맛이 없다. 참 슬픈 일이다.

서울에서 자취를 한 지도 벌써 햇수로 5년이다.

이정도 세월이면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로 뭐든 한 가지는

만들어낼 줄 알아야 정상인의 자세일텐데

오호, 통제라.

나는 계란후라이조차도 두렵다.

그나마 나의 최고의 요리는 '라면'이다.

뭐 이쯤 되면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싶다.

 

이번 주말에 남자친구에게 꼭 떡볶이를 만들어주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피치못할 사정으로 인해 떡볶이는 날아가버렸다.

그렇다면 내가 떡볶이를 잘 만드느냐!

죄송하지만 안 먹는게 낫다.

떡볶이따위가 뭐가 어렵냐하겠지만 나는 어렵다.

 

언젠가 엄마가 이렇게 말씀하셨다.

"널 시집보내려면 머리끄댕이(?)를 잡고 요리를 가르쳐야한다"

맞는 말씀이다.

먹는 것은 참 잘하는데 요리는 영...내키지가 않는다.

이쯤되면 내가 어찌됐든 시집을 가려면

요리학원을 다니던가, 먹는 것을 싫어하는 남자를 만나던가

요리가 취미이자 특기인 남자를 만나는 수밖에 없다.

내 장래희망으로 보나 나의 남자취향으로 보나

도우미아줌마를 부를 형편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 될 것이기에.

 

CF에서보면 미스보다 더 아름다운 미시들이

멀건 된장국을 국자로 맛을 보며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남편과 자녀를 기다린다. 감치미 선전이 됐든 된장 선전이 됐든

어쨌든 그 CF에서는 가정을 꾸리려는 남자들의 로망이

너무나 잘 반영되어있다.

아, 미래의 나의 남편이여.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된장을 으깨서 된장찌개를 만든다던가

숙취에 허덕이는 당신을 위해 얼큰한 콩나물국을 끓일

자신이 없습니다.

차라리 밖에 드시고 오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가 지금 이대로 내가 원하는 직업을 얻을 경우

남편보다는 내가 더 술에 찌들어살 것이 뻔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나와 결혼할 남자는 제대로 된 밥 한번

얻어먹지 못할 것이 뻔하다.

나도 한때는 햇살이 창을 통해 눈부신 아침이 오면

남편을 위해 부글부글 끓는 찌개 혹은 국을 준비해서

오곡으로 지은 밥을 정성스레 만들어

"여보 출근하셔야죠. 일어나세요옹~" 속삭이는 꿈을 꾼 적이 있다.

아,

그러나

그것은 결국 상상일 뿐

나의 현실과 나의 인간성과 나의 가치관으로는

미션 임파서블이다.

 

요리가 인생의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요리를 못해서 시집을 못 간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으니

적어도 내가 '난 요리는 라면밖에 못 하오'라고

선언하지 않는 한 요리를 못해서 파혼을 당하거나

결혼을 하지 못하는 불상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의 내 남자친구가 나의 형편없는 요리솜씨를 안다는 것.

굳이 밝히려 하지 않았음에도

세간살이 씀씀이나 냉장고 상태를 보고 지레짐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하루 세끼 중 두 끼를 빵으로 떼우는

어메리칸 정신을 보고도 알아챘으리라.

 

어쩌면 그에게

주말의 '떡볶이 약속'은 한가닥 희망이었을런지도...

그러나 남자친구여,

너무 미안하지만 떡볶이는 잊어주시길...

 

나는 요리는 못하지만

다른 것은 다 잘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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