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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권하는 사회

차영도 |2006.05.06 10:38
조회 51 |추천 1

  며칠 전 언론인 출신으로 현대적 법문뿐 아니라 장서가로도 유명한 스님으로부터 미국의 유대인 가정 체류 중 겪은 일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어느 토요일,집안이 너무 조용하고 식사도 제공되지 않아 의아해하는 스님에게 여주인은 유대교 안식일에 요리는 물론 청소도 하지 않고 온 가족이 독서로 하루를 보낸다고 하면서 배고프면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 들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유대인 가정에서는 주말 독서가 생활화돼 있고 독서 후에는 가족이 모여 읽은 내용을 중심으로 대화하고 토론하기 때문에 부모와 자식 간 대화의 단절이 있을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자녀가 글을 배우는 다섯 살 무렵이 되면 유대교 율법서인 '토라'의 한 페이지를 고른 뒤 그 위에 꿀물을 한 방울 떨어뜨려 아이로 하여금 입맞추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책을 읽는 일이 지겹지 않고 달콤하다는 깨우침을 주기 위한 의식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지구촌 유대인 인구는 1300만명 정도로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나 20세기 노벨상 수상자의 21%가 유대인이고,이들이 토론과 논쟁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질을 갖추고 있는 것은 이처럼 어려서부터 독서를 생활화한 소산일 것이다.

 

보스턴에서 직접 목격한 오래 전 일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추운 겨울 학교 앞 정류장에 버스가 서 있어 뛰어가 타려는데 운전기사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버스 뒤를 돌아 운전석 가까이 가보니 엔진을 끈 채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기사가 유대인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대체로 선진국 사람들은 언제 어디에서건 시간만 나면 책을 가까이 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어떤가.

지난해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독서량은 한 달에 0.8권이며 1년에 한 권도 읽지 않는 국민이 22%나 된다. 인터넷과 휴대폰 사용이 일상화하면서 특히 젊은 세대의 '책 멀리하기'는 매우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엄청난 독서가로도 유명한 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는 컴퓨터가 결코 책의 역할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견하면서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것은 동네 도서관이었다"고 술회한 적이 있음을 우리 젊은이들은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안중근 의사가 순국하던 날까지 책을 읽고 나폴레옹이 달리던 말 위에서조차 독서를 했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이제는 진부하기까지 하다. 우리사회가 시도 때도 없이 '술을 권하는 사회'가 아닌 '책을 권하는 사회'가 되어야 개인도,나라도 바로 서고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우선 한 달 중 하루만이라도 온 가족이 책을 읽고 토론하자는 캠페인이라도 벌이면 어떨까?

 

*출처: 2006.05.05 한국경제신문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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