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연극제 한·미·일 연출가
이윤택·에릭 인·김수진의 '메소드 워크숍'
'처용가' 다양한 해석·부산 배우와 조화 기대
2006 부산연극제 중 '메소드 워크숍'에 참가한 연출가 이윤택, 에릭 인, 김수진 팀(왼쪽부터)이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5일 개막해 성황리에 펼쳐지고 있는 2006 부산국제연극제(BIPAF). 세계 각국의 다양한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관객들은 즐겁다. 그러나 연극제는 관객들 만을 위한 축제는 아니다. 연극인들이 함께 참여해 지역 연극의 발전도 도모해야 한다. 그런 뜻에서 마련된 자리가 '유명 연출가 초청 메소드 워크숍'이다. 이번 워크숍에는 한국, 일본, 미국을 대표하는 연출가가 참여했다. 이들에겐 신라 향가 '처용가'가 메소드로 주어졌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주어진 메소드로 한 편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각 팀은 진땀을 빼고 있다.
한국 연출가 대표로 참여한 사람은 '문화 게릴라' 이윤택. 부산 가마골소극장에서는 이 씨의 지도 아래 세 명의 배우들이 연습에 한창이었다. 아래 위 흰색의 전통 의상을 입은 배우들은 우리의 몸짓과 소리를 익히느라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10년 째 연기를 해오고 있다는 문지연 씨는 "지금까지 한국적 연기를 접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것의 신비로움을 익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택 팀은 처용가를 철저하게 한국적으로 해석해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우리 고유의 몸짓과 신명을 몸에 익히는 것. 이 씨는 "몸짓의 기본이 갖추어져 있으면 연기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며 배우들이 기본에 충실할 것을 당부했다.
부산시민회관 3층 연습실에서는 푸른 눈의 강사와 다섯 명의 여자 배우들이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 팀을 맡은 에릭 인(미국)은 캘리포니아예술대학 학장을 맡고 있는 연극 전문가. 숱한 배우들을 조련해 온 그가 처음으로 한국 땅을 찾았다. 그는 "처용가를 처음 접했을 때 짧은 시 안에 한국의 전통문화가 결집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팀에는 부산시립극단의 여배우 네 명과 중견 여배우 변미선이 함께 하고 있다. 연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이들이 워크숍에 참여한 이유는 뭘까. 김은희 씨는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연기의 폭을 넓히고, 다양한 연극적 기법을 배우고 싶었다"고 밝혔다.
에릭 인은 "배우는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술인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극단 신주쿠양산박의 대표 김수진 씨가 이끌고 있는 팀은 일본과 한국의 색채가 동시에 묻어나는 작품을 제작 중이다. 지난 1978년부터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 씨는 독특한 연출 스타일과 탁월한 작품 해석으로 일본 연극계에서 입지를 굳힌 인물. 그는 이번 워크숍을 위해 일본인 안무가와 의상, 음악 등을 공수해 오는 열의를 보였다.
김 씨와 20년지기로 이번 워크숍에 참여한 부산시립극단 배우 이돈희 씨는 "김수진 씨는 짧은 시간에 배우들의 장점을 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훌륭한 연출가"라고 치켜세웠다. 김 씨는 "연출가는 '산파'와 같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연출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진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처용가라는 메소드를 받아들고 눈앞이 깜깜했다는 김수진 씨. 그러나 그는 '사람이 모이면 연극이 시작된다'는 일념으로 배우들과 함께 의논하며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편 이윤택 씨와 김수진 씨는 입을 모아 지역 연극계의 현실에 대한 쓴소리를 토해냈다. 이 씨는 "배우들은 항상 재충전의 기회를 갖고 보다 많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부산의 배우들은 재교육을 너무 등한시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각 팀은 작품을 완성해 14일 오후 2시 부산문화회관 소극장에서 공연을 갖고 합동 품평회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