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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남자 그여자3 中

김진주 |2006.05.13 10:11
조회 124 |추천 1

The Guy

:아빠는 엄마를 어떻게 만났어요?

 

아빠가 재미있는 얘기 하나 들려줄까?

아빠가 어렸을 적부터 살아왔던 집엔, 포도나무 한 그루가 있었어.

 

그 포도나무는 어느 날인가부터

덩치가 너무 커져서 담을 넘게 됐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은 담을 넘어온 포도 넝쿨에 매달린 포도를 호시탐탐 노렸지.

그때는 모두가 살기 어려운 시절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도 그 포도를 따가진 않았어.

근데 어느 날,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던 날이었어.

어떤 여자가 담벼락에 매달려서 까치발을 하고는

포도를 한 알 두 알 따먹고 있는 거야.

내가 그 여자의 어깨 쪽, 원피스를 잡아챘지.

 

그 여자는 한 번만 봐달라고 나에게 애원했어.

"그럼 나한테 뭐 해줄 건데요?" 난 그녀에게 장난스럽게 물었어.

그랬더니 그녀가 겁먹은 얼굴로 "시키는 건 다 할게요"라고 대답을 했어.

난 그녀가 우리 윗동네에 사는 교장선생님 딸이란 걸 알고 있었지..

 

난 그녀에게 "그럼, 맛있는 밥, 딱 세번만 사요!" 라고 했구

그녀가 내 말을 들어주는 바람에, 그게 데이트가 됐구.

 

그게 내가 엄마를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하고,

지금까지 행복한 이유란다.

 

 

The Girl

:엄마는 아빠를 이렇게 만났단다

 

그날 밤, 얼마나 목이 마르던지, 난 집까지 가는 동안 참질 못하고

그만 일을 저지른 거야. 왜 그때 남의 집 포도를 따겠다고 생각한 건지.

너도 알다시피 너의 외할아버지가 얼마나 엄격하시니?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모든 면에서 엄격하셨고, 남한테 한마디

안 좋은 말이라도 들으면 큰일이 나는 줄 아는 분이시잖니?

 

그래서 난 너네 아빠 집 앞을 지나면서도

포도 한 알 따먹는 일조차 꿈도 못 꾸었거든.

 

그렇게 너네 아빠한테 뒷덜미를 잡히고 나서

난 정말 순진하게 너네 아빠한테 밥을 사야 되는 줄만 알았었어.

그러지 않으면 동네방네 소문을 낼 거 같았거든.

 

근데 정말 너네 아빠를 만나서 밥을 먹는데 밥값을 자기가 내더라.

두 번째도, 세 번째도 마찬가지였어.

그러더니, 세 번째 만나고 나서 동네 앞에서 헤어지는데

나한테 그러는 거야.

"평생 밥 사주고 싶어요" 이렇게.

 

난, 그게 무슨 소린 줄 몰랐어, 처음엔.

근데 그게 결혼하잔 얘기였지, 뭐니? 그래서 나중에 이렇게 물었잖아.

"평생 밥 사준다 그랬어요? 나, 밥 안해도 되는거죠?"

 

그게 내가 아빠를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하고,

지금까지 행복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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