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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하지 않으면, 말하지 않으면...

장경희 |2006.05.15 22:06
조회 122 |추천 4

☆그 남자☆

쇼파에 몸을 깊게 묻은 그녀의 얼굴이
많이 피곤해 보입니다.
그러곤 작은 한숨 끝에 하는 말
사랑이..하고 싶다구요.

조심스레 물어 봅니다.
"사랑?사랑하면, 뭐 할 건데?"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며
난 마음속 생각을 꿀꺽 삼키죠.
'하고 싶은 거, 그거 내가 해 줄게..'

하지만 그녀는 무심하게 대답합니다.
그 사람이랑은
그냥 같이 차 마시고 같이 걷고
그러기만 해도 좋을 것 같다고.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만 같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어요.

늘 통통거리던 그녀가
갑자기 여성스러워지기 시작했을 때
한 번씩, 저렇게 작은 한숨을 쉬기 시작했을 때...

아무래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 같다고
생각은 했죠.

하지만 막상 확인을 하고 나니
더 많이 허전하네요.

오랫동안 함께 있으면서도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녀의 낯선 표정.

그녀를 이렇게 외롭게 만든 남자가 누군지
많이 궁금해집니다.
부러워집니다.


★그 여자★

왜 한숨을 쉬냐는 질문에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말 대신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고 대답합니다.

그 사람의 시선은
내 얼굴에 잠시 머물더니
창 밖으로 빠져 나갑니다.

그 사람이 바라보는 창 밖 풍경은
어쩐지 쓸쓸합니다.
흔들거리며 바람결대로 모양이 달라지는 나무들.

다시 그 사람을 바라보면
방금 전 내 말은 벌써 다 잊은 듯
다른 생각에 잠겨 있습니다.

적당히 헝클어진 갈색 머리카락
갈색의 니트와 가을빛 면바지
그 사람이 들고 있는 커피잔과 모카 향기
그리고 섬세한 눈빛.

그래요.
저렇게 섬세한 눈을 가진 사람이
내 변화를, 내 감정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지금처럼 외면하고 있다는 건
모른 척하고 싶다는 뜻이겠죠?

밤잠을 설치며 결심한 내 고백은
오늘도 미뤄야 할 거 같습니다.

이렇게 눈부신 오후에 거절당한다면
그래서 더 이상
마주 앉아 차 한잔도 마실 수 없다면

이 가을이,
너무 많이 쓸쓸해질 것 같아서요.

-이소라의 음악도시 아름다운 101가지 사랑이야기 중에서....
추천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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