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성 CYBER CAFE ]

지금 나이의 절반이었던 시절, 꿈은 무엇이었나?
지금 기억으로는 그림 잘 그리는 의사가 꿈이었던 것 같다. ‘진료행위’라는 건조한 일을 하 면서도 풍요로운 감성까지 갖춘 모습이 어린 나이에도 꽤 좋아 보였다. 워낙 어릴 때부터 그림에 대한 애착이 깊었다. 친구들의 모습을 스케치하거나 크로키하는 것을 즐겼고, 사생 대회에서도 여러 차례 입상했다. 그 때부터 막연하게 그림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반대로 미대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 건축이었는데, 그 때는 단순히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 선택한 것이었다. 건축을 전공하면서 건축은 ‘이론 이 뒷받침되는 그림’이라는 생각이 굳어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순수미술 쪽이 아니라 건축 을 전공한 것이 오히려 내 성향을 제대로 충족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자질은?
책임감과 사명감은 당연히 갖추어야 하는 자질이다. 거기에 ‘욕심’이라는 큰 미덕까지 갖추 면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토대는 마련되었다고 본다. 이 욕심은 자신에게 만족할 수 있는 욕심을 뜻한다. 남들이 아무리 훌륭한 평가를 내려도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지우 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물론 여기에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또한 사람들의 행태에 눈 뜨고, 귀 기울일 수 있는 마음자세도 필요하다.
좋은 디자인과 좋은 디자이너란?
기본적으로 인테리어디자인은 인간 행태에 대한 탐구가 기본으로 갖추어져 있어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디자인이 행해져야 좋은 디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 면 ‘무난한’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 생각한다. ‘무난하다’, 이것처럼 어려운 것도 없다. 늘 편안하고 오래 몸 담고 싶은 ‘무난한’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디자인의 본분일지도 모른다. 당연히 좋은 디자이너는 이러한 개념을 가지고 작업에 임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모델로 삼고 있는 사람은?
일에서의 모델이라면 이라크 출신의 영국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 정도를 들 수 있다. 남성 주도의 건축 사회에서 입지를 만들며 작업해 온 건축가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집도 있지 만 그 아집을 덮을 수 있는 카리스마와 욕심을 가진 건축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건축 공간은 무한대로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그녀의 공간을 보면 달필의 맛이 난다.
만들고 싶은 공간은?
특정물을 전시하거나 특정인을 기념하는 박물관 개념의 공간에 관심이 많다. 루브르 박물관 의 재건축 과정을 보면서 굉장히 흥미로운 작업이었겠다는 생각을 했고, 전시개념이 있는 공간을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되었다. 그 안에는 여러 문화공간이 함께 들어가 있는 Complex개념의 공간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끼는 것은?
가령 내가 ‘A는 B이다’라고 하면 학생들은 그대로 ‘A는 B이다’라고 받아들인다. 그런 모습 을 보며 꽤 묵직한 책임감을 느낀다. 학생들에게 늘상 하는 이야기는 호흡이 길게 일하라는 것이다. 단거리 경주의 스퍼트보다는 마라톤처럼 호흡을 조절할 줄 아는 주법이 필요한 것 이 바로 디자인이다. 길고 크게 보는 것만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오히려 자신에게 더 큰 가르침으로 올 때가 많다.

[ 에스콰이어 명동 본점 ]

[ 에스콰이어 트렌드 ]

[ 에버랜드 캐스트 하우스 ]
여성, 그리고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남성디자이너들은 자신을 비교적 편안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본다. 그래서 그들의 작업은 어느 정도 스스로 안정을 확보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반면 여성디자이너들은 남성들 보다 더 뛰어나야 살아남는다는 강박 때문에 스스로를 옥죈다. 강박에 사로잡히게 되면 편 안하지 않고, 지나친 의욕 때문에 목표를 그르치는 결과를 얻게 된다. 결국은 그러한 자신 에 침몰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남성 위주로 문화가 생성되고, 유지되는 사회적 바탕에서 오는 불가항력의 문제일 것이다.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혹은 더 이상 나아질 것 이 없는 미래에 대비할 힘을 잃어버리고 중도에서 포기하는 여성디자이너들이 꽤 많다. 이러한 한계상황에 처했을 때 선례를 보여줄 선배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작업 뿐만 아니라,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데서 파생되는 일상의 문제들을 상의할 선배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인테리어디자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디자이너는 순수예술 작가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예술 작가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 적 행위는 디자이너들이 지양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디자인을 보면 너무나 퍼포먼스적이 면서 작위적인 행위들이 우대받고 있다. 그 때문인지 일회적이고, 디스플레이 개념이 강한 디자인이 선호되고 있다. 이런 디자인은 시간이 지나면 흉물이 되고 마는 경우가 많다. 인테리어디자인은 단지 디자인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활, 그 자체이다. 따라서 디자 인으로 생활을 지배하거나 억압하는 디자인은 배제되어야 한다.
디자이너로서 그는 끊임없는 욕심과 정열로 자신을 괴롭힌다. 한 개인으로서 그는 겸손하되 비굴하지 않으며, 당당하되 자만하지 않는 큰 미덕을 지녔다. 이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디자이너에게 한 가지 바램을 보탠다면 기성 디자이너들이 흔히 보여주는 생래적인 도그마에 빠지지 않고,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또 하나, 그가 언급했던 것처럼 자신을 비교적 편안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는 과정을 거쳤으면 한다. 스스로에게 객관적이기 위해서는 자신을 이중의 날 위에 세워야 한다. 그가 자신의 작업과 삶 모두를 내부 비판과 외부 세계 비판이라는 ‘이중의 기준’으로 바라보는 과정을 거치길 바란다.

[ 알타미라 ]

[ IF디자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