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
제가 결혼 할 사람은요~ "
로 시작된 '배우자'를 위한 기도제목은
사실 '나'를 위한 기도제목이었다.
1번 부터 100번이 넘는 항목을 훅~ 훑어 보자면,
안경을 쓰고 안쓰고까지가 포함된 아주 시시콜콜한,
그야말로 유치찬란한 내용들이었다.
어릴 적 부터 사랑의 감정은 언젠가 식어버리고 말
냄비 속 라면국물과도 같다는 생각을 해오던 나는
'사랑'보다는 '존경'의 감정을 불러낼 만큼의 머리좋은 남자,
살이야 어떻게든 빼면 되지만 짧게 굳어버린 다리뼈는
늘릴 수가 없으니 뚱뚱해도 키가 큰 남자를 만나고 싶었다.
경제적인 능력까지 빵빵하게 갖춰진 사람이면 오죽 좋으련만
그게 안된다면 미래 자신의 로드맵이 머릿 속 구석구석 들어차
지금은 아니어도 언젠가 반드시 내게 '1등 로또'와 같은 존재가
되어줄 남자를 나는 만나고 싶었다.
내 친구들 몇몇은 연애를 참 잘하기도 하는 아이들이었다.
어제는 철수를 만나더니 오늘은 영철이와 손을 잡고
내일은 만득이와 팔짱을 낄 예정이라나?
연애는 많이 해 볼수록 약이된다고 했다. 특히, 젊!을!때!
나름대로 일리있는 명강의 수준이었다.
남자고 여자고 간에 다양한 연애 경험이 있어야 상대를 알고
최후 결혼 상대자를 고를 때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말이다.
머리로 이해하기 시작한 것은 벌써 수년째지만,
난 여.전.히. 솔로다-
작년? 그래, 대학시절까지만 해도 공부잘하고 자기관리 잘하는
똑소리나고 쿨~한 여대생으로 나름 잘나가는 인기인이었다.
그래도 불어오는 바람결에 날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핑크빛 소문도 간간히 흩날리곤 했으니말이다.
그런데 난 왜 연애한번을 못했을까? 그러게? 난 왜그랬을까?
내 병명은 하늘을 찌르는 '건방진 눈높이'였다.
내 주치의 되는 가까운 친구들은 그렇게 진단했다.
그 때는 인정할 수 없었지만 오늘 나는 인정하고 말았다 ㅠㅠ
그리고 병의 원인도 찾게 되었다.
갓 스물, 스물하나- 사실 이때는 눈만 마추쳐도 좋은 사람이
있다면 한달이 가든, 일년이 가든 일단 만나봐야 한다.
나는 그게 싫었다. '일단' 만나보는 것.
내 평생을 걸고 사랑하고픈 사람을 만나겠다는 어리석은
욕심을 부렸던 것이다. 하나님께 고했던 백만스물둘,백만스물셋,
백만스물넷..........이렇게 한도 끝도 없는 조건을 모두 갖춘
나만의 왕자님을 기다리고 있던'온달공주' 였던 것이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100중에 50만 맞아도 수지 맞았다고 이야기하는 세상인데 말이다.
열맞춰 줄 세워 놓은 조건들이 딱! 맞아 떨어져서서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건 진짜 사랑이 아니다.
그리고 어떤 한 사람을 좋아한다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빠져드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다.
바른 기준 을 세우고, 변함없이 소원을 두고 기도 는 하되,
100가지 중에 반 이상을 만족하는 사람이 어느샌가
눈 앞에 와 있다면 나의 반쪽임을 알아보는 기막힌 센스 와
그 순간 그의 눈에도 내가 그의 반쪽으로 보일 수 있도록
준비하는 땀냄새 나는 노력 도 갖춰라.
그리고 못다 채워진 100가지 중에 반은 하나님의 마음 으로
헤아리고 감싸줘라. 하나님도 네가 완벽해서 목숨바쳐
사랑하신 것이 아님을 기억하라.
사랑의 콩깍지?
바람에 나부끼는 콩깍지가 어쩌다 씌워지지 않는 이상
콩깍지를 집고 눈꺼플을 들추고 동자에 안착시키는
노력 정도는 스스로 해야하는 일이다.
그 정도는 해야 사랑의 콩깍지도 안전하게 씌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