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일이 사흘 지났을 때.. 남편이 잘 먹던 낙지볶음을 만들던 중
간을 보다가 재채기를 했더니 양수가 퍽 터지더군요..
씀펑 낳아야지! 하면서 웃으며 병원갔건만 43시간이나 걸려버렸지 뭡니까..
의사들이 제왕절개 하겠다고 무쟈게 협박해대더만요. 정말 별소리 다하더만..
이렇게 아프고 결국에 배째는 것보다는 그냥 배째는게 낫지 않겄냐 부터 시작해서
아기가 크다는 둥 자궁입구가 안열린다는 둥 아기가 안내려왔다는 둥..쳇.
너는 떠들어라 나는 자연분만 해야겄다~ 하며 그냥 무대뽀로 버텼죠 뭐.
4.2kg짜리 건강한 여자아이를 낳았습니다.
애 낳고 보니 세상이 참 달라보이네요.
솔직히 처음에는 애기가 이쁜지도 잘 모르겠고..내 몸이 힘들어 죽겠는데 아기 시중 들려니
왜 그리 적응이 안되던지.. 급격하게 <엄마> 라는 존재로로 변신하는게 정말 힘들더군요.
이제 한달 지나고 이렇게 아기 재워놓고 시친결에 들어와 글을 읽을 정도까지 된 것도
괄목상대할만큼 장족의 발전이라 스스로 생각합니다. ^^;;
이제는 아기가 이뻐 죽겠어요. 제가 여유가 생긴거겠죠.
산후조리사 아주머니가 산모 좀 자라고 애기 안고 잠깐 거실로 나가셔도 애기가 보고싶어진다는...ㅎ
경험해봐야 안다고
그동안 시친결의 글들 중에 시모가 아기한테 이렇게 했네 저렇게 했네..이런 글들은 그다지
실감이 안났는데...ㅎㅎ 애 낳고 제가 당해보니 아무리 사소한 것도 아기와 관련되니까
무쟈게 신경 곤두서더만요. ^^
그래도 어떤 이의 글처럼 48도의 물에 아기 튀긴다거나
3개월짜리 아기에게 턱도 없이 12개월 아기용 분유를 먹인다거나
들고 흔든다거나 이런 건 없었지만
꽁꽁 싸매고 덮어 씌워 애 얼굴 버얼개져서 불만가득한 표정으로 시모에게 안겨있는거...
이건 당해봤습니다.
시모는 며느리 좀 낮잠도 자고 쉬어야 한다며 아기 봐주신다고 거실로 끌고나간거지만
요즘 좀 더워야 말이죠...
태어난지 이주일 된 애기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시모 쳐다보며 싫다고 꼼지락 반항도 하면
시모는 쳐다도 안보고 엉덩이 손으로 뻥뻥 때리면서 TV보고 있고
저는 눕지도 못하고 두사람 쳐다보고 있고...
물색모르는 신랑은 시모랑 같이 TV보면서 웃긴 장면에 으하하하 맘껏 웃어젖히고..ㅡ_ㅡ;;
아기가 잠이 없는 관계로 새벽 2시면 깨서 보챕니다. 새벽 2시부터 아침 8시까지가 가장 힘들죠..
그 얘길 들으시곤 오늘 밤은 자기가 책임지고 볼테니 넌 걱정말고 좀 자라 하시던 울 시모...
밤 9시 되니깐 잠자리가 바뀌어 잠이 안오신다며 수면제를 한알 탁 드시더니
다음날 6시까지 쿨쿨 주무셨다는...ㅎㅎㅎ
저는 또 2시부터 일어나 애 얼르고 있었더니 쓱~ 보시고는 새벽 산책가시더만요..
그리곤 멋적게..내가 얼른 자고 일어나 애 볼라고 수면제 먹었더만 너무 잘자버렸다고...
어휴..뭐라 그럴까..귀엽다고나 할까..고의적이었다고 생각하면 제 맘만 아플것 같고
그냥 좋은 의도로 시도하셨다가 당신 몸이 곤하니깐 그렇게 속보이는(?) 꾀를 쓴게 아닐까
생각하기로 했어요.
애 낳고 가장 힘든 건 신랑하고의 관계인 것 같아요.
저는 급격하게 엄마로서 변신하느라 힘든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신랑늠은 애 낳고 딱 이틀 지나니까 밤에 깨서 기저귀 한번 갈아주질 않네요..
울음소리 못들었다부터 시작해서..낮에 회사에서 피곤했다 어쨌다...
그렇게 청력 약하고 낮에 피곤하신 분이 월드컵은 알람시계 없이도 새벽에 잘도 벌떡벌떡 일어나더만..
그렇게 일어나서 소리소리 지르며 TV 볼바에야 나 좀 자게 애기도 같이 봐주면 좋으련만
그런 생각은 개뿔 하지도 않고..
나중에 제가 울고불고 어떻게 그럴수가 있냐, 넌 애기가 이쁘지도 않냐, 했더니
신랑늠 하는 말이..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 병치레 한번 안하고, 도우미 아주머니 쓰라고 자기가 돈 대주고
니가 복이 넘쳐서 힘들다고 투정이라고..너 산후 우울증 같은데 병원가서 약먹자고...
이젠 밤에 애 봐주리라 기대도 안합니다. 차라리 지금이 속편하네요.
밖에다 이불펴주고 시원하게 창문도 열고 자라 해버렸죠...ㅎㅎ
다른 분들에 비하면 특별히 어렵게 산후조리하는 것도 아닌데
참...힘들었어요.
엄마라는 게 거저 되는게 아니더라구요.
또 제가 이렇게 힘들어하면서 키워줘도 이런 엄마의 정성을 내 새끼가 얼마나 알아줄까요..?
내가 몰랐는데 내 새끼가 알아주리라고 기대하는 건 욕심이겠죠.
친정엄마한테 이런 제 심정을 말하니..
친정엄마 왈...
"내 원수는 니 딸이 갚아주는구나, 하하하!"
이런......ㅡ_ㅡ;;;;
그래요. 내 딸이 또 딸을 낳으면..지도 나처럼 고생을 해보면..알겠죠.
고생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조차, 이쁘게 쪼물거리는 꼬맹이에게 미안하게 느껴지는 것.
그게 바로 엄마 마음인 것 같아요.
^^ 그냥 천둥번개 비오는 밤에 꼬맹이 자는 틈에 글 한번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