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헤어지는 게 처음도 아닌데,
헤어진다는 건 여전히
머리카락부터 귓볼..그리고 손톱 발톱까지
저려오는 듯 아프고, 감당하기 힘이 듭니다.
뭐가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요?
어느 날 이 사이에 낀
커다란 고춧가루라도 목격한 걸까요?
갈비집에 들어갔다가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는 이유로
갈비탕만 한 그릇씩 먹고 나왔던 게
궁색하게 느껴졌던 걸까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별의 이유는
늘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사소한 실망이,
상상할 수 조차 없었던 미묘한 감정이,
이별을 불러왔던 것 같아요.
어젯밤엔 답답해서 친한 여자 후배를 불러내
한 잔 했습니다.
"나,유미한테 차였다.."
이 한 마디에 고맙게도
남자친구랑 춘천가기로 한 약속까지 깨고
나와 주었더군요.
"그러니까, 선배, 그 아저씨 같은 안경 좀
바꾸라고 했잖아요"
순간, 농담처럼 건넨 그녀의 대답이
이별의 이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저보고 렌즈를 착용하면 안 되겠냐고
자주 그랬었거든요.
안경 쓴 남자에게 상처받은 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금에야 드는 건..뭘까요?
만약 안경 때문도 아니라면,
그 일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한 번은 외국인이 영어로
어느 소극장 가는 길을 물었는데
제가 대답을 못했거든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얼굴만 벌겋게 달아올라 있는데,
그녀가 멋지게 대답을 해 주더군요.
외국인이 간 후,
그녀가 절 보고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었는데...
그때 그녀의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던 게 아닐까요?
어쩌면 그녀의 마음엔 제 안경보다
더 두꺼운 돋보기안경이 씌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실제의 저보다 확대되어 보이다가,
어느 날, 그 안경을 벗게 되면서
제 실체를 정확하게 보게 되고..
그래서 실망해서 떠나버린 건지도..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침대에 누워서 방안을 둘러보니,
여기저기 그녀의 흔적뿐입니다.
머리맡엔 아침잠 많은 나를 위해서 선물해준
목청 큰 알람시계가 놓여있고..
그리고 저건 나중에 첫 출근하게 되는 날,
근사하게 매고 가라고 사 준 땡땡이 넥타이.
또렷하게 보인다는 게 이렇게
잔인하게 느껴진 적이 없습니다.
안경을 벗어 쓰레기통에 버려버렸습니다.
그녀가 제 마음에서 희미해지는 날,
새 안경을 맞추러 가게 될 것 같아요.
지금은 이렇게 흐릿한 세상이 더 편안합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이별할 때마다
심장에도 굳은살이 베기면 좋겠다고,
다음 이별을 할 땐 조금 더 무디게,
조금 덜 아플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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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스윗뮤직박스.#사랑이 ,,사랑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