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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룻밤의 토끼 '고기'

서욱 |2006.06.13 19:39
조회 62 |추천 0
내가 그 토끼를 만난 것은.. 자세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대충.. 지난 가을쯤이었던 듯 싶다. 여느때처럼 학원에서 저녁까지 일하고 나와선 전철역으로 향하는데 풀밭에서 흰 털뭉치같은 물체가 보였다. 뭐.. 그냥 들개나.. 떠돌이 고양인가.. 싶어서 가까이서 물끄러미 들여다 봤는데.. 특이하게도 토끼였다. 흰색에 눈 주위만 갈색을 띈 토끼.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지 뒷발로 서서 나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덥썩 집어 덜렁덜렁 하는 의태어가 어울릴 듯한 폼으로 들고(?) 와버렸다. 집에 와서는, 너무나 편한듯이 뱃속에 들은 모든 이물질(?)을 배설해버려 집안 사람들을 경악시켰고, 그로인해.. 하루만에 집 뒤의 야산에 방생되는 불상사를 겪게 됬지만.. 하룻밤. 내가 돌봐줬던. 현관의 빨래바구니 속에서 귀를 세운채 뒷발로 꼿꼿이 서서 나를 쳐다보던 '고기' 가 아직도 눈에 아린다. 지금쯤 뒷산에서 다른 토끼들과 같이 힘차게 살아가고 있을지.. 그리고, 그 흰 발에 봉숭아물처럼 들어있던 연두색 풀물은 아직도 그대로인지.. 나와 '고기' 와의 조우는.. 그렇게 하룻밤만에 끝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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