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목마르다
권 오 철
검은 회색이었다.
낮은 하늘
나는 도약하였다.
검은 회색이 손끝에 잡힐 것만 같은데
내 손이 물들 것 같아서
팔을 접었다.
호흡을 멈추었더니
심연의 시간만큼
어둠이 울부짖는다.
낮은 하늘
뜨거운 심장, 힘차게 뛰던 맥박은
검게 더 검게 물들어
쾨쾨한 악취만 가득하다.
꿉꿉한 도시
부산스레 흐늑거리는 발길들
지금은 잊혀진 맑은 눈물은
수챗구멍에 처박혀졌다.
낮은 하늘
그 뒤에 내 모습은 죄악이었다.
하루가 먹어버린 긴 시간들
지금은 잊혀진 찰나의 순간들
사라진, 잊혀진, 묻혀진, 기억하고 싶지 않은 모든 것들
내 속에 역사는 없다.
지금만 있을 뿐
소낙비 한번 내렸으면 좋겠다.
태양이 목마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