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세상에서 가장 슬픈 통화

최준형 |2006.06.15 01:07
조회 27,309 |추천 132


 

어색한 마음으로,

 

어색한 고백을 하는 바람에,

 

어색한 관계가 되어버렸습니다.

 

눈을 마주치면 피하게 되고, 비슷한 옷차림, 머리 스타일의 모습만 보아도,

 

가슴 한 구석이 움추렸다 펴지는 걸 느낍니다.

 

오늘만은, 오늘만은 결정을 지어야지. 해결을 보아야지.

 

몇 달 간 끙끙 앓은 뒤에, 드디어 전화기를 듭니다.

 

준비해두었던 말을 되뇌어봅니다.

 

"미안하다. 나의 실수였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예전처럼 서로의 마음이 편해지길, 마주보고 웃을 수 있길.

 

간절히 바라는 나의 진심으로, 정말로 오랜만에 그녀의 이름을 찾습니다.

 

몇번의 망설임 끝에 통화버튼을 누릅니다.

 

얼마나 떨리는지 모릅니다. 얼마나 두근거리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머리 속에 내가 해야 된다고 생각한 단어들이 뱅글뱅글 돕니다.

 

마음 속은 정돈되지 않은 채, 어지럽기만 합니다.

 

 

노래가 들립니다. 작게 시작된 음악소리는 점점 커지고, 나는 뛰는 심장소리와

 

함께 그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갑자기 눈물이 납니다. 눈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익숙한 노래입니다. 가사도, 가수도 없는 오로지 피아노의 음색만이 흐르는..

 

너무나도 익숙한 노래가 흐릅니다.

 

갑자기 어지럽습니다. 휘청거립니다. 1초가 하루 같습니다. 정신이 없어

 

벽을 짚어야만 했습니다.

 

그녀의 컬러링일 뿐입니다.

 

그녀가 단순히 좋아하는 노래를 택했을겁니다.

 

 

내가 그녀에게 소개해 준 노래입니다.

 

내가 힘들 때마다, 나를 일으켜주는 노래라고 CD에 담아 선물해 주었던 노래입니다.

 

그녀가 힘들 때, 그녀를 일으켜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카드와 함께 말 입니다.

 

 

그녀의 컬러링일 뿐 입니다.

 

나의 착각일 뿐입니다. 어쩌면 잘못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환청일 수도 있습니다.

 

뛰는 가슴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그 노래가 끊기고, 작은 버튼 소리와 함께,

 

"여보세요" 라는 그녀의 음성이 들립니다.

 

 

하고 싶었던 말을 모두 잊었습니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말을 모두 잊었습니다.

 

눈물이 나는데, 가슴은 아려오는데, 도무지 내가 왜 전화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한동안 정신없이 지껄였나봅니다. 내가 기억하는 건, 단 한 마디 입니다.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하자."

 

그리고는 먼저 끊어버렸습니다.

 

 

그것이 그녀와의 마지막 통화입니다.

 

아직도 해야 할 말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난 너무나 두렵습니다.

 

항상 날 일으켜주던 나의 노래가,

 

날 주저앉게 만들었습니다.

 

 

 

 

 

 

 

추천수132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