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엄마가 하루는 갑자기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또 무슨 꼬투리를 잡고 잔소리를 늘어놓으려고 하는 걸까 생각하며, 고개를 돌려 잔뜩 찌푸린 인상으로 '아줌마, 뭔데?'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별안간 가만히 날 지켜보던 엄마는 눈을 크게 뜨고 얼굴의 모든 구멍을 개방시키며 이렇게 소리질렀다.
"하! 하하! ..하하하!!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난 놀랬다. 그녀가 치매에 걸린 줄 알았다. 아니, 엑소시즘이 갑자기 생각났던 건 또 뭐였을까.
엄마는 처음에 몇번 일부러 하!하! 거리며 웃더니, 급기야 웃음보를 터뜨리며 무슨 마녀처럼 박장대소하기 시작했다.
찌푸린 나의 얼굴은 금방 힘이 풀리며 어이없다는 듯 엄마를 쳐다 본다.
"..뭐...야 그게?"
"오늘 강의를 들었는데, 웃어야 오래 산대. 우리는 너무 안 웃잖아."
"아..그래."
"너도 해봐. 하!하하!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정말 싫었다.
그녀가 웃는 게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래, 너무 처음보는 거여서.
사실, 우리 가족은 서로에게 말이 없다. 거의, 전혀.
어쩌다 말하는 건 대화가 아니다. 소리지.
밖의 생활과 집의 생활이 180도 다른 우리 가족은 항상 마음에 있던 없던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아빠가 술에 취해 들어오는 게 싫었다. 물론, 지금은 아버지도 많이 좋아지시고 했지만. 아직까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다가도 담배, 술을 아침부터 사가는 사람이 있으면 정말 구역질이 날 정도다. 추운 겨울날, 꽁꽁 얼은 길 위에 드러누워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썩은 쓰레기 냄새를 풍겼던 술 취한 아버지를 생각하면, 지금의 인자한 아버지를 나는 아직 믿을 수가 없어지는 것 같다.
엄마와는 많은 일들이 또 있었다. 헌신적인 그녀는, 모든 어려움들을 거의 홀로 다 이겨내며 우리를 보호했다. 나는 느끼고 있다. 요즘들어 그녀의 원색적인 짜증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그녀는 늙어가고 지쳐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런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 나는, 고작 100일 정도 사귄 한 여자로 인해 망신창이가 되었고, 둘째 아들은 없는 형편에 항상 폼만 잡으려고만 하고, 더욱 멋지게 다니기 위해 돈을 쓰려고 든다.
우리 집은 밖에서는 남들의 부러움을 받는 화목한 가정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서로에게 비난을 하며, 아버지는 과거의 일에 옳매여 항상 미안하다고만 하며 자책, 자학을 반복하셨다.
동생은 아무런 말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무시만 했으며, 나는 나대로 나만의 세상에 갖혀 있었다.
그런 엄마가 갑자기 그랬다.
난,엄마가 드디어 미쳤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굴하지 않고 계속 그렇게 웃어댔다.
처음에 어색해 하더니 얼핏, 자연스럽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엄마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엄마를 보면서 뭔지 모를 경련이 입술을 자극했지만..나는 참기만 했다.
웃음을 참는 표정은 참 웃기게 생겼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루는 술을 마시게 되었다. 예전의 아버지처럼 이젠 그 아들이 술을 마시며 꼬장을 부리는 것이다. 한 여자를 잊지 못하고 , 정말 그 여자가 이젠 나를 떠나버린 것이라면 다른 여자를 만나면 될터인데..라는 말들에 수없이 시도하는 듯하다가도 이내 다시 그 여자만 생각하게 되고 또 술을 마시고, 또 방황한다.
내 시선은 항상 그 여자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술이 한잔 들어가고, 또 한잔 더 들어간다.
어느 정도 거나하게 취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뭐하시나?"
"쑥뜸뜬다."
"그래? 나 늦게 들어간다."
"왜?"
"술 좀 마시고 갈거야. 오늘은 좀 많이. 들어가서 완전 꼬장 부릴거야."
"그래라. 참나~"
잠시 정적이 흐를 것 처럼 있다가 문득..나도 모르게 엄마의 얼굴이 생각났다. 무심결에 나는 내뱉었다.
"하. 하......하하하하.."
"어? 너 지금 웃었어요?"
"아니? 하!하하! 하하하하하~!그냥 엄마 웃는 게 웃겨서 따라한건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갑자기 서로 웃음보가 터져 버렸다.
웬지 그녀의 눈가에 물이 고여있지 않았을까 싶다. 나처럼..
"엄마.."
"왜?"
"나 엄마 사랑해."
"어익후. 그게 무슨 말이데요?"
"사랑하는데, 참..맘처럼 표현이 안되네. 난 항상 겉돌기만 하고..방황만 하고 엄마에게 미안한 짓만 해서."
"그럴 때 하!하하!!를 하는거야! 엄마처럼!"
"응.."
울음은 솟구쳐 나온다.
계속해서 막고 있었던 댐을 필요할 때 터뜨리면 끝을 모르고 터져나오는 것처럼.
엄마도..많이 힘들어서 그랬던 거다.
그렇게라도 함께 행복하고 싶었어서.
정말로, 나는 못되먹은 아들이지만 이제라도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가족들과 행복하고 싶다.
사랑합니다.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