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전설
라일락의 계절이 왔다.
그러나,
칼날 같던 지난 겨울 어느 날 벌써
라일락은 희망화원 구석에서 피어났고
한참을 지독한 향기를 머금은 채 버티고 붙어 있다가
얼마 안가 저 혼자 잎을 떨구더니
또 얼마 안 있어 작은 열매를 맺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것이 떨어지고
또 얼마 안되어 아르바이트를 하는 박은영양의 손에 쥐어진 빗자루에 쓸리어
쓰레받기에 담아져 낙엽과 잘려진 잎 상한 꽃들과 함께 강북구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업소용 100L들이 쓰레기봉투에 담겨져
또 얼마 안지나 그 봉투는 희망화원 앞 몇 달째 팔리지 않는 돈 안 되는 열대나무 옆에 던져지고
다음날 새벽 청소부 아저씨 손에 들려져 쓰레기차에 아무렇게나 던져지고
이제는 그 흔적마저 사라져 버렸다.
아직도 라일락의 계절이다.
그러나,
칼날 같던 지난 겨울 어느 날 벌써
라일락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