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치와 씨팍의 캐릭터]
만화영화라는 것은 어린아이들의 전유물쯤으로 여겼다, 유치하다.. 게다가 한국 애니매이션?? 디즈니나 일본 애니메이션이 아닌 한국 애니매이션은 뻔하지... 라고 생각하는 성인들이여~ 강력하게 을 추천한다.

[오인용의 정지혁, 김창우, 연출의 조범진 감독, 임창정, 성우 서혜정, 김선구 PD]

[무대 인사중인 조범진 감독과 임창정]
은 캐릭터나 이야기 얼개는 그동안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을 장악해 온 할리우드나 일본 애니메이션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선남선녀가 독점해 온 주인공 자리는 '허접한' 삼류 인생들이 대신했고, 영웅도 메시지도 영화 밖으로 밀려난 애니메이션이다. 주인공인 아치와 씨팍의 이름은 '양아치'와 욕설 '×팔'에서 따온 것.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길거리 인생들의 이야기를 함께 즐기자는 모토가 영화 전반을 흐른다.
18세관람가야 그렇다치고 '청소년·임산부·노약자는 관람 사절'이라니, '아치와 씨팍'은 요란한 광고부터가 기가 찬 애니메이션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면 오버스러운 안내문구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바르게 커가야 할 우리 청소년과 여린 아이를 위해서라면 18세관람가는 당연한 처사인지도 모르겠다. 예쁜 것만 봐야 하는 임신부의 정신건강에도 가히 좋지는 않은 것은 당연한듯하다. 또한 어르신들이라면 되먹지 못한 젊은 것들의 상스런 말투에 혈압이 오르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은 '기가 찬' 애니메이션인 동시에 '기찬' 애니메이션이다. 난무하는 패러디와 욕설, 엉뚱한 미감과 도발적 설정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가짐인 성인이라면 이 문제적 영화를 보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뻔하다? 하지만 기존 애니메이션과는 완전히 다른 이 영화는 조범진 감독이 98년 기획에 들어가 무려 8년 만에 완성한 애니메이션이다.불순하고 비주류 상상력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은 확실한 즐거움을 전해줄 것이다.

내용과 시나리오는 이렇다. 모든 자원이 고갈되고 인간의 똥이 유일한 에너지원이 된 도시. 정부는 에너지원 축적을 위해 환각 성분의 '하드'를 부상으로 지급하며 배변을 장려한다. 이런 와중에 마약 성분이 가득한 하드 부작용으로 배변 능력과 난장이로 살아가야되는 돌연변이들이 집단을 이룬 '보자기 갱'이 등장하고, 이들은 대변 생산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도시에서 추방당한다.
한편, 도시에서는 부(富)의 상징이 된 하드를 둘러싸고 약탈과 폭력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뒷골목에서는 하드 밀거래가 성행할 정도이다. 여기서 특이한 상상력은 인간의 항문에 칩을 태어날때 부터 삽입하여 대변의 양을 정부 중앙서버로 바로 연결되 화장실에서 바로 하드를 지급한다. 하드 없이는 하루도 못 사는 보자기 갱들은 시도때도 없이 도시를 공격하고, 보자기 갱들에게 맞서 싸우던 정부는 급기야 사이보그 경찰 '게코'까지 투입하여 도시의 양아치들과 정부의 경찰, 보자기 갱들 까지 얽히고 섥힌 이 애니메이션은 시나리오도 탄탄하다.

하드 밀거래업자인 아치(류승범 분)와 씨팍(임창정)은 이런 혼란 속에서 하드 확보가 쉽지 않아 형편이 말이 아니다. 어느 날 도시의 우범지역인 제4구역을 배회하던 중 우연히 배우 지망생 이쁜이(현영)를 만나게 되고, 씨팍은 이쁜이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이후 이쁜이는 캐스팅 공고를 보고 찾아간 삼류 영화감독 사무실에서 '초특급' 배변능력을 갖게 되는 시술을 받는다. 그녀의 탁월한 배변능력이 알려지자 보자기 갱단 두목 '보자기 킹'(신해철)과 양아치들은 이쁜이를 표적으로 삼게 된다.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이 영화는 성에 대한 유머와 욕설 가득한 대사로 전편을 채웠다. 직접적인 섹스 장면은 없지만 캐릭터의 설정과 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진한 성적 은유로 가득하다. 입에 담기도 민망한 말들이 대사로 흘러나오고 동성애자, 오럴ㆍ항문섹스 등 금기시된 성의 세계가 전면에 배치됐다.

이런 막나가는 저질하위문화를 맛깔나게 담아낸 우리 장편 애니메이션은 '아치와 씨팍'이 최초다. 긴 제작기간 탓인지 시의적절한 촌철살인의 세태풍자나 정치적 조롱은 찾을 수 없지만, '아치와 씨팍'은 등장만으로도 기특한 도전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작품이 더욱 뿌듯한 것은 뛰어난 완성도 때문이다. '매트릭스'와 '원초적 본능', '슈퍼맨'과 '미저리'는 기본이요, '스머프'와 '파리의 연인', 신해철의 '재즈카페'까지 비틀어내는 패러디 솜씨는 발군이요, 상상력을 극대화한 그림과 속도감있는 전개도 일품이다.
한국애니메이션의 큰 약점으로 지적돼 왔던 더빙 문제를 해소해버린 목소리 캐스팅도 좋다. 류승범 임창정이 그려낸 양아치, 현영이 그린 막나가는 자뻑녀, 신해철이 그린 갱단 교주님 등은 캐스팅부터 연기까지 신통할 정도다.


[오인용 플래쉬로 유명해진 김창우, 정지혁 - 실제 목소리 출연을 했다]
각국의 최고 전문가를 끌어들여 수년간 돈을 들여 만든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을 보고 감탄하면서도 시기하던 속마음을, 국산 애니메이션이란 이유로 약간의 어설픔을 모른척 했던 너그러움을. 한국산이라고 봐주고 볼 필요없는 당당한 국산 애니메이션이라고!! '아치와 씨팍'에 7년을 투자한 끈덕진 조범진 감독은 무대 인사에서 "아무 생각없이 즐겨라." 라며 나도 아무생각 없이 즐겼다.


[무대 인사 중인 X-파일 에서 스컬리 목소리인 서혜정, 씨팍 역의 임창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