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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고라 니트를 입지 않고 인생을 논하지 말라 - 팀 버튼 '에드우드'

김종욱 |2006.06.22 03:12
조회 79 |추천 0

나의 어릴적 꿈은

군인이었다

 

현재 나의 고시생활을 지탱하는 팔할이

병역기피의 의지라

부끄러워 잘 밝히지 않는

사실이나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만 해도

유아용 군복을 갖춰입고

길에서 보이는 군인이 있으면 뛰어가 경례까지 올려 붙였단다

 

이렇게 무르익던 장성의 꿈이

깨어진 건

지금보아도 그리 어른스럽지 못한

친지분의

진정 어른 스럽지 못한 발언 때문이었다

 

6.25특집 방송이 중계되던

어느 평화로운 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군인이 되면 전쟁에 나가서 폭탄을 맞고

머리가 터질지도 몰라..'

 

세상에..

이게 군인을 꿈꾸는 유치원생에게

할 소리란 말가....

 

세상일이라는게 다 그렇든

살다보면 한번쯤 폭탄을 맞게 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해도

머리까 터진다는 건

상상하기 조차 끔찍한 일이다.

 

난 그 시절 이미

머리가 터지는 6.25 다큐물의 군인에

감정을 이입해 버린 것이다

 

그 무책임한 발언 덕분에

나는 꿈이 없는 소년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다행히도

꿈이없는 아이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다

 

한창 프라모델 조립과

TV 로봇물에 심취하였던 나는

과학자가 되어버리겠다는 결심을 하게된다

 

그러나

위대한 과학자의 꿈은

군인의 꿈보다 더욱 허망하게 끝이 났으니...

 

체육관에서 장래희망을 말하는 자리에서

내가 꿈이 과학자라고 하고

친구놈이 파일럿이라하자

(난 그때까지 파일럿이라는 직업이 존재한다는 걸 알지 못했다)

 

무책임하지는 않으나

눈치없는 체육관 선생이 말을 이으신다

'그럼 종욱이가 만든 로보트를 니가 타면 되겠구나...'

 

이건 충격이었다

나는 그때까지 과학자가 로봇을 타는 줄 알았다

내가 만든 로봇을

딴 놈이 타는 꼴을

내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것으로 나의 두번째 꿈도 사라져 버린다...

 

 

 

나의 세번째 꿈은

중학교 땐가

어머니가 빌려온

화질 나쁘고

지나치게 긴

올리버 스톤의 영화 'J. F. K.'

보면서 정해져버렸다.

 

다행히 올리버 스톤이

반골이 있는 작자라

샤방방 뽀샵처리된

조명을 쏟아부는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음모를 밝히는 검사 케빈 코스트너 님이셨으니

나는 갑자기 검사가 되고 싶어져 버린 것이다

 

지금도 막연한

검사의 꿈은

이처럼 정의나 신념이 아니라

2미터에 육박하는 키에 미끈하게 잘 빠진

케빈 코스트너에 대한 동경에서 시작된 것이 었으니

내가

법학적 지식이 박약하고

고시생으로서의 자세가 심히

허술한 것도

다 그럴만 하다 하겠다

 

이렇게 아직까지 나의 생계수단으로서의 직업이란

검사로 정해진 모양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군인이나 과학자처럼

언제 바뀔지 모를 일이고

바뀐다 하여

그닥 아쉬울 것도 없다

 

다만

세번씩 꿈을 갈아치우면서

원인도

시간도 알 수 없는 사이 생겨버린

간절히 원하는 진짜 꿈이 있다면

 

사상 최악의 영화 감독 에드우드가

쓰레기 같은 장면을 엉성하게 찍어놓고

'컷'을 외칠 때

그 감동과 환희로 가득찬 표정

 

말도 안되는 영화를

죽을힘을 다해 만들어 놓고

여성용 앙고라 니트에 스타킹을 신고

춤을 추는

그 뽕맞은 표정

 

그 표정만 지을 수 있다면

 

 

충분하다 못해

나에게 과분한 일이리라

 

나에게 세상이란게

어떻게 어이없게 다가와서

어이없게 끝이나든

자신의 생각를 감격에 북받쳐 얘기할 수 있기를

단지 그것만

기도할 뿐이다

 

 

에드우드가

제작자의 압력에 영화를 포기 하려할 때

카페에서 환각처럼 등장한 오손웰즈가 말한다

 

'신념이 있으면 싸워볼 가치가 있어요

왜 남의 꿈을 만드는데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려합니까...?'

 

 

낭비하는게 팔할인 내 인생이라..

기도만 간절히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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