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차범근-차두리 부자 해설위원의 '입'에 주목하고 있지만 이번 열풍의 배후에는 MBC 스포츠국 허연회 부장이 있다. 10여년 동안 차 감독과 인연을 맺어온 허 부장은 이번 월드컵 해설위원으로 '차-차 부자'를 앉히기 위해 안팎의 공격을 감내해야 했다. 허 부장을 만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삼성 직원 MBC로 데려오는 일 쉬웠겠나"
가장 어려웠던 점은 차 감독이 현재 속해 있는 수원 삼성과의 문제를 푸는 일이었다. K리그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고 서포터즈들의 반감도 심했기 때문이다.
허 부장은 "어떻게 보면 삼성 직원을 MBC에 파견하는 셈이었기 때문에 설득 과정은 굉장히 어려웠고 본인도 갈등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언급하길 꺼렸지만 'X파일' 보도와 같이 MBC와 삼성이 얽혀있는 다른 문제들도 무시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차범근 감독 영입에 대한 삼성 쪽의 반응은 어땠나'라는 질문에 그는 처음에는 "삼성 쪽에서도 축구팬 서비스 차원에서 양해를 해줬다"고 설명했지만 잠시 뒤 "물론 쉽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허연회 부장(제일 왼쪽)은 차범근 감독과 함게 유럽 축구전력을 취재하기 위한 여행을 다녀왔다. ⓒ허연회
"다른 방송사 러브콜 차단하기 무척 힘들었다"
최종 계약을 앞뒤로 다른 방송사로부터의 몰려든 '러브콜'도 이겨내야 할 과제였다. 2002년에 이어 2006년에도 차 감독이 MBC에서 해설을 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우세했지만 KBS와 SBS도 포기하지 않고 영입 경쟁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A사는 차범근 감독이 MBC에 가면 안된다고 방해공작을 벌이고, B사는 계약이 끝났는데도 끊임없이 러브콜을 했다. 이를 막기 위해 역정보를 흘리는 등 007작전에 버금가는 작전이 있었다."
허 부장은 "차 감독과의 인간적인 관계가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인간적인 관계 때문에 MBC랑 하긴 해야겠고 양쪽의 방해공작은 심하고 차 감독이 중간에서 아주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은 서류보다 인간적 믿음이 더 중요"
그와 차범근 감독과의 인연은 지난 90년 차 감독이 독일에서 돌아와 울산 현대 축구단 감독에 부임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포츠중계 PD였던 그는 94년 차 감독이 울산 현대 감독을 그만뒀을 때, 98년 프랑스 월드컵 대표팀 감독에서 중도 하차했을 때 등 차 감독이 '음지'에 있을 때마다 방송으로 끌어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부터 차 감독은 2006년에도 MBC에서 해설을 하기로 구두 계약을 했다고 한다. 계약서는 없지만 서류보다는 서로의 믿음이 더 중요하다는 게 허 부장의 말이다.
허 부장이 차 감독을 믿은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지난 5월 26일 MBC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부터 차 감독을 투입할 예정이었으나 차 감독이 끝까지 고사해 해설을 맡기지 못했다. 결국 그날 경기 중계 도중 성악가 조수미씨의 응원가를 삽입해 시청자들의 반발을 사는 사고가 났다.
허 부장은 "그래서 내가 차 감독을 신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차 감독의 느낌을 믿는 것이다. MBC는 지난 4일 가나전부터 차 감독을 메인카드로 투입했고 개막전 때는 차두리 선수를 '조커'로 투입했다.
"차두리 선수 '끼' 넘쳐…방송에선 절반도 발휘 못해"
차두리 선수를 지금의 '발랄 모드' 해설위원으로 끌어낸 것도 허 부장의 아이디어다. 차범근 감독으로 중장년층을 잡고 차두리 선수로 젊은 층에게 어필하겠다는 그의 목표였다. 경기가 독일에서 열리는 만큼 분데스리가 경험이 있는 차두리 선수만큼 선수 입장에서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
월드컵 대표팀 최종 선발 한 달 전에 중계석 ID 카드 발급 신청을 해야했는데 허 부장과 차 감독 가족은 마지막까지 고민을 했다. 차두리 선수가 대표팀에 발탁되면 ID 카드는 반납하면 된다는 생각에 신청을 했는데 결국 대표팀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 또한 자식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마음이 여간 아픈 것이 아니었다.
"죄책감이 들었다. 괜히 내 욕심에 ID카드 신청한 게 재수가 없었던 것 같아서……. 대표팀 발표나던 날 차 감독 집엘 갔었는데 두리 어머니 우시는 것 보고 마음이 찢어지더라. 두리 어머니가 오히려 나를 위로하는 상황이었다."
"차-차부자 스카웃비용? 최문순 사장만 안다"
오래 전부터 차두리 선수를 지켜봐왔던 허 부장은 차두리 선수의 '끼'를 익히 알고 있었고 지난 10일 개막전 중계에 리허설 한 번 없이 투입했다. 차두리 선수가 조심을 하는지 방송에서는 그의 '끼'가 절반도 발휘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대표팀에서 떨어졌는데도 발랄하고 천진난만하게 해설을 할 수 있는 게 차두리 선수의 매력이다. 그런 아들을 옆에서 끊임없이 배려해주고 북돋워주는 아버지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차범근-차두리 부자를 영입하는 데 돈은 얼마나 들어갔는지 물어봤다. 허 부장은 "그건 최문순 사장만 알고 있다. 금액으로 딜을 했으면 내가 알겠지만 우리는 신뢰로 맺어진 사이이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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