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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신적이 있나요...

허유진 |2006.07.03 07:28
조회 8,689 |추천 56


남들이 모두 일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고

혹은 남들이 모두 퇴근하는 시간이 될수도 있고..

온 몸이 부서져버릴 것 같은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일으켜

푸석푸석한 몸을 추스리며 머리털 한가닥이라도 삐져 나올까 걱정하며..

머릿결을 목숨처럼 아끼는 그녀들이 강력고정 스프레이로

몇번이고 머리를 석고처럼 만드는..

그녀를 모습을 보신적이 있나요...

 

14시간을 두세시간 정도만 겨우 쉬며

사람들이 모두 곤히 잠든 시간에 하늘에서 낮과 밤의 구분조차 없이,

집을 오가듯 태평양을 오가는,

그녀를 퉁퉁 부은 발을 보신적이 있나요...

 

그 누구보다도 맛집을 찾아다니며 우아하게 식사를 하던 그녀들이,

이륙 후 3시간동안을 손님들에게 물수건, 음료, 와인, 식사, 차를 서비스하며

식사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후에야 겨우..

제대로 된 식탁이 아닌,

천천히 음식의 맛을 즐기는 것이 아닌,

단순 배고픔으로 인해, 손님들께 서비스를 하는 것에 차질을 주지 않기 위해,

선배들과 동료들의 눈치를 보며

비행기에서 가장 번잡하고 지저분한 '갤리'라는 곳에서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하느라 모두 식어버린 남은 음식을,

혹시나 커텐을 열고 들어올지도 모를 승객들을 걱정하며..

음식을 준비하던 작은 선반 위에서 이미 식어버린 밀을 서서 먹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신 적이 있나요...

 

당신을 만날 때 한껏 멋을 부리며 명품 가방을 끼던 그녀의 갸냘픈 팔이

750ml 와인 네병을 겨우겨우 한쪽 팔에 끼우고

잘 알지도 못하는 와인의 맛과 품종을 설명하며..

흔들리는 기내에서 한방울이라도 흘릴까 손님의 눈치를 보면서..

가장 우아한 폼으로 와인 서비스를 하기 위해 진땀내며

부들부들 떠는 팔을 숨기며 와인잔에 정확히 따르는..

그녀의 애처로운 모습을 보신적이 있나요...

 

콧대높은 그녀들이 말도 안되는 생트집에, 까맣게 젊은 승객들에게

'야이 씨X, 씨X, 야, 너 사무장 불러와! X년아..'

가끔은 그녀들의 잘못이 아닌 일들로도 욕을 먹고도

혹시라도 팀이나 동료들에게 인사에 나쁜 영향이 미칠까

한없이 머리를 조아리며 안절부절하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그녀를 보신적이 있나요...

 

승객들로 인해 막히고 구토물이 잔뜩 묻어있는 화장실을

헛구역질을 해가며 말없이 손으로 치우는

그녀를 보신적이 있나요...

 

그대들이 생각하기에는 일반 직장인들보다 그녀들이 많은 보수라고..

세계 각곳을 여행하며 쉽게 버는 돈이라고..

그래서 선물이나 사다달라고 부탁하죠..

 

그녀가 받는, 그대가 많다고 생각하는 그녀의 보수는..

제대로된 식사시간을 맞추지 못해 생긴 만성 신경성 위염과

한달에 100여시간 가량을 하늘에 있는 탓에

지상직 승무원들보다 훨씬 많이 빠지는 머리카락..,

0.8기압의 근무에 따른 혈압의 이상과 말초신경 이상..

시차가 늘 바뀌어 생기게 되는 바이오 사이클의 파괴..

근육 피로증과..

여자로서는 정말 치명적인 자궁 무력증..

칼슘이 일반인보다 많이 빠져버리는 골다공증의 위험을 감수하며..

타 직종보다 많을 유산도 감수하며..

해외 스테이션에서 아파도 아무도 돌보아주지 않는 침침한 호텔방에서

온갖 외로움과 아픔을 이기며 힘들게 번 돈임을 제발 잊지 말아주세요...

 

비행을 다녀와서 몇일 쉰다고 부러워하지 마시고

이미 골병들어 아픈 몸.. 조금이나마 추스리는 시간이니

속상한 일보단 즐거운 일로, 찌푸리는 얼굴보단 웃는 얼굴로 그녀를 맞아주시고

따뜻한 마음으로 그녀를 보살펴주세요...

추천수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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