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이승엽의 진정한 가치,,

고용국 |2006.07.05 21:38
조회 92 |추천 1




얼마 전에 한 지인과 저녁식사를 하다가 이승엽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 분은 야구를 끊은지 이미 여러 해가 되어가는데, 요즘 요미우리 경기는 꼬박꼬박 챙겨 본다고 합디다. 단, 경기 전체를 보는 것은 아니고 이승엽 선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만..(서브 모니터를 해놓고 중간에는 다른 방송을 보다가)

물론 골 장면 모음만 보고나서도 월드컵 다 봤다고 한다면 별 할 말이 없지만,
축구의 많은 매력은 간과한 꼴이 되겠지요.

이승엽 선수 출장 경기를 그런 식으로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으나, 그렇다면 이 선수의 진정한 가치에 대하여 많은 부분을 놓칠 수 있기에 이 주제를 한번 다루고 싶습니다.

이승엽 선수.
현재, CL에서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부문의 top 5 안에 드는 스탯 상으로도 대단히 훌륭한 성적입니다. 하지만 이승엽 선수를 보다 돋보이게 만들고 팬들을 더욱 감동시키는 부분은 바로 멘탈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이승엽 선수는 대단히 영리한 플레이를 펼칩니다. 홈런 타자로서의 포스가 막강합니다만, 단순히 매 타석 장타만 노리고 휘두르다가 '아니면 말고' 식의 개념 없는 플레이를 펼지는 것이 아닙니다. 경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읽고 발빠르게 대처하는 능력은 스몰볼이 대세인 일본 리그에서도 이미 톱 클라스입니다. 한타석 한타석, 그리고 볼 카운트에 따라서도 어떤 타격 자세를 보여야 하는가 모범적인 답안을 제공합니다. (물론 야구가 확률의 게임인지라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요)

가령 8,9회의 마지막 타석에 선두타자로 등장한 상황에서, 팀이 2:0으로 지고 있을 때와 5:1으로 지고 있을 때의 타격 자세는 분명 달라야 합니다.

앞의 경우에는 팀의 거포로서 장타를 노려볼만 합니다. 홈런이면 단숨에 한점 차로 압박할 수 있고, 분위기를 반전시켜 역전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뒤의 경우라면 - 물론 요즘 요미우리의 타선으로 역전은 무리겠지만 - 일단 추격의 실마리를 잡기 위해 무엇보다 출루가 중요합니다. (이럴 때 나오는 홈런이 소위 '영양가' 논쟁을 일으키지요) 볼 카운트를 최대한 길게 끌고 나가면서(볼넷을 노림), 짧은 안타로라도 살아 나가는 것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입니다.

상대편 선수들만이 아닌 4만 관중과 수백만 시청자들까지 감쪽같이 속인 기습번트 같은 것도 좋은 사례입니다. 하라 감독의 표현대로 '가장 가능성 높은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경기 흐름 상 동점을 만들어 놓는 것이 대단히 긴요하였는데, 이승엽 선수의 의도가 성공하여 이 경기만 건졌더라면, 도둑맞은 홈런으로 한 경기를 놓친 대롯데전을 제외하더라도 이런 식의 무기력한 연패의 늪에 빠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삼진 아웃이 많은 것도 깊은 생각과 영리한 플레이의 일환이라고 애써 변명해 주고 싶습니다. 5월 중 잠시 슬럼프에 빠져 진짜 어쩔 수 없이 삼진을 당했을 시기에는 모르겠습니다만, 요즘의 타격 매커니즘을 살펴 볼 때, 본인이 마음만 먹는다면 거의 삼진을 당할 선수가 아니라고 봅니다. 본인이 스탯만 관리하고자 의도한다면 얼마든지 볼넷을 고를 수 있는 선구안도 있고, 최악의 경우라도 내야 그라운드볼 정도는 항상 쳐낼 배트 스피드와 타이밍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투 스트라이크 이후 이승엽 선수에게만 유독 넓어지는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방비책이기도 하겠지만, 팀의 주력군이 대부분 빠져나간 상황에서 본인이 꼭 해결해야 할 책임감 때문에라도, 볼 한두 개 정도 벗어나는 공까지 공격 범위에 넣고 있습니다. (정확한 수치를 내기는 불가능 하겠지만, 스트라이크 존이 좌우로 공 한개씩 만큼만 늘어나더라도 삼진을 당할 확률은 배 이상 증가하지 않을까요?) 즉, 삼진을 당하더라도 자신감 있는 확실한 타격으로 경기의 흐름을 일순간 바꿔보고자 하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고 봅니다.

또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 이것이 보다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되지만 - 팀에 대한 헌신입니다.

야구는 골프나 테니스 처럼 혼자만 잘해서 성과가 나오는 종목이 아닙니다. 구성원 모두가 팀의 일원으로 소속감을 갖고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 하면서, 매니저가 이들 자원을 최적의 효율성으로 결합시킬 때 승리가 있고 최종적으로 우승이 따르는 단체 경기입니다.

예전에 한국 리그의 삼성 라이온즈에 있을 때 밥멉듯이 홈런왕과 골든 글러브, MVP까지 휩쓸면서도 항상 모든 인터뷰에 '팀의 우승이 우선이다'라는 멘트를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의례 있을 수 있는 모범답안을 읊조리는 것이다'라고 크게 평가하지 않았습니다만, 근자에 소속팀이 최악의 상태에 빠졌을 때의 모습을 보니, 정말 가식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이승엽 선수가 팀은 졌더라도 본인이 홈런 쳤다고, 안타 2개나 건졌다고
혼자 화장실에 가서 웃을 위인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최선을 다했고 이미 드러난 개인성적만으로도 가히 몬스터 급 활약을 펼쳤지만, 이번 요미우리의 8연패, 10연패 기간 중에는 분명 이승엽 선수에게 연패를 끊을 수 있는 기회가
2,3번은 왔었습니다. 본인이 팀의 4번 타자로서 그것을 해결하지 못한 점이 안타까웠을 수도 있겠고, 아마도 전반적으로 팀의 무기력과 익숙해진 패배 습관에 대한 분노가 그토록 표정을 어둡게 만들었을 겁니다.'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치는 날은 팀이 진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비아냥까지 나왔으니.....

혹자는 말합니다. '요미우리가 10연패하든 100연패하든 관심없다. 이승엽 선수가 50+홈런 치고 MLB 진출하면 그만이다' 안티들이 더러 있지만 이런 자세야말로 이승엽 선수에 대한 최대의 모독이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팽배한 것은 일부 언론들의 편협한 시각도 한 몫을 한다고 봅니다. 보도 자체가 '몇 호 홈런, 몇개의 안타, 몇 게임 연속 안타' 등에만 촛점이 맞춰져 있으니, 이승엽 선수의 진정한 가치를 사장시키고 마는 결과입니다.
그가 한타석 한타석, 수비동작과 주루 플레이 하나하나까지 팀의 승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펼치고 있는가 드러내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하겠습니다.

가령 지난 일요일 대한신전에서 주루사한 장면은 어떻습니까? 일차로 타구를 판단미스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후속주자를 한루라도 더 보내기 위하여
그렇게 열심히 런다운 플레이를 펼친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입니까? 같은 용병이지만 우즈나 카브레라가 그런 플레이를 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메이저리그행에 대해서도 심심치 않게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언제 이승엽 선수가 메이저리그 간다고 공언했습니까? 왜 언론에서 자꾸 설익은 이야기를 흘려 여론을 난처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만약에 입장을 바꿔, 한국 프로야구에 입단한 외국인 선수가 '내가 어쩔 수 없이 한국 리그에 온 것은 향후 일본에 진출하기 위하여, 또는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복귀하기 위하여 잠시 컨디션 조절 차 머무는 것이다' 라고 떠벌인다면 얼마나 밉상이겠습니까?

선수의 속마음은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물론 이승엽 선수도 야구의 본고장에서 본인의 가치를 정당하게 보장받고 좋은 환경에서 플레이 할 수 있다면,
당연히 도전하고 싶은 자신감이 넘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소속입니다. 비록 1년짜리 계약이지만, 있는 동안에는 소속팀의 승리를 위하여, 우승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팀에 대한 공헌도가 높고, 본인의 결정적인 활약으로 우승 경험도 있고, 다른 선수들과 융화(배려)도 잘 하면서 언론 플레이, 팬 관리를 확실하게 하는 선수라면 같은 스탯의 다른 사람보다 몸값 자체도 몇배나 더 나갈 것이 정한 이치입니다. 즉,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 요미우리와 재계약을 하든 MLB로 진출하든 - 바로 자신의 가치를 최고로 높이는 지름길일 따름입니다.

1년만 활약하고 떠난다 하더라도 이승엽 선수가 요미우리 사상 최고의 기록을 남긴 선수로서 보다(그렇다면 더 바랄 나위도 없겠지만), 가장 사랑 받은 4번타자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먼 훗날 요미우리 팬들이 2006 시즌을 되돌아볼 때, '이승엽 선수등의 대 활약으로 시즌 중반 10게임 차를 극복하고 우승한 정말 꿈결같은 세월을 보냈노라'고 회상할 수 있는 시절이 오기를 기대해 봅
추천수1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