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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한미 FTA 졸속추진에 대해 강한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5월 29일 오전 희망제작소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국 정부에서 모델로 삼고 있는 멕시코의 상황을 둘러보기 위해 KBS 스페셜 팀과 함께 멕시코에 보름간 다녀온 정태인 전 비서관은 한미 FTA를 어떻게 맺느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100년이 좌우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잘못 추진할 경우 대통령은 다음 정권에서 청문회에 설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뻔한 미래이며, 실현된 미래이다. FTA는 굉장히 큰 쇼크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굉장히 많이 나올 정책이다. 그 영향이 현정부에서는 나오지가 않고 다음 정부에서 나올 것이기 때문에 자기들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청문회에 세울 것이고, 실은 대북송금보다 훨씬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태인 전 비서관은 “미국형 경제체제는 대단히 불안한 체제이다. 달러를 기축 통화로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미국은 외환 위기를 여러번 맞았을 것이다. 한국 또는 중남미 같은 나라가 미국형 체제를 그대로 베껴놓으면 굉장히 위험해진다. 멕시코의 한 경제학자는 멕시코와 미국의 경제가 동조된 것을 보고 ‘우리는 악마와 키스를 했다’는 표현을 할 정도이다. FTA를 맺게 되면 미국형 체제를 여과없이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고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정태인 전 비서관은 2002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 2003년부터 2005년 2월까지 대통령 직속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기조실장 등을 역임했고,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MBC 초대석, KBS 경제전망대 등을 통해서 경제평론가로 활동한 바 있다.
지승호(이하 지) - 이번달 4일에 멕시코에 나가셨다가 16일날 돌아오셨지 않습니까? 가서 어떤 것을 느끼셨습니까?
정태인(이하 정) -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것은 양극화 현상입니다. 멕시코 관료들이 주장하는데로, 우리 공무원들도 멕시코 모델을 많이 선전을 하고 있는데요. 그 선전대로 수출이 늘고, 외국인 직접 투자가 대폭 증가한 것은 사실입니다. 수출이 네배쯤 늘었고, FDI도 매년 180억달러가 됩니다. 우리나라가 60억달러니까 세배 정도가 들어오는거거든요. 수출과 투자가 늘었기 때문에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고, 그 부분은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1인당 GDP 성장률은 94년 NAFTA 이후부터 현재까지 1.45%에 불과합니다. 수출이 4배나 늘고, 투자도 많이 늘었지만, 1인당 GDP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었다는 거구요. 1인당 GDP라는 것은 평균수치인데, 불행하게도 낮은 1인당 GDP 성장률도 빈부격차에 의해서 차이가 극심하다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멕시코 패러독스라고 부를만 한데, 그 비밀은 마킬라도라에 있습니다. 모든 외국인 투자가 마킬라도라라는 기계산업단지에 집중되어 있는데, 우리로 치면 70년대 마산 수출자유지역에 가깝습니다. 물론 그때는 섬유류 이런게 주였지만, 마킬라도라는 자동차, 전기, 전자, 섬유 이렇게 되어 있거든요. 구성은 고도의 산업이 지금 들어와있다고 볼 수 있고, 거기에 들어간 기업들을 보면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6대 자동차 메이커인 GM, 크라이슬러, 폭스바겐, 도요타, 혼다 등 세계적인 기업은 다 들어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전기, 전자도 산요라든가 미츠비시라든가 삼성, LG 등 가전 제품에 있어서의 세계적인 기업도 다 들어가 있습니다. 거기에 외국인 투자가 집중되어 있으니까 투자가 굉장히 늘었고, 거기서 생산된 것은 90%는 수출이 되고, 그 중에서도 85%는 미국으로 수출이 되었으니까 투자와 수출이 늘어난 것은 당연하죠. 그런데 실제로 이익을 보는 것은 초국적 기업들이고, 그곳의 노동자는 12시간 노동에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20만원~40만원을 받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외국의 기술과 자본을 들여와서 멕시코의 저임금을 이용해서 조립을 한 다음에 다시 미국으로 수출을 하는거죠. 부품과 기계의 90%가 미국에서 오는데, NAFTA가 그런 면에서 도움을 준거죠. 외국 제품을 수입하는데 무관세, 다시 수출하는데 무관세니까 수입도 늘고, 수출도 늘고, 투자도 늘었지만, 멕시코에 실제로 떨어진 것은 한때 200만명 정도까지 고용이 늘어난 것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지금은 줄어들고 있는데, 마킬라도라에 사는 노동자들의 임금은 저임금이었고, 노동자들이 사는데를 보면 우리나라 70년대, 80년대의 구로동의 벌집보다도 못한데서 살고 있어요. 심지어 전기가 안들어오는데도 있고, 물도 안들어오는데도 있을 정도로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마킬라도라가 그래도 수출을 전용으로 하는 지역이라서 그것은 잘된거다, 플러스 알파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마킬라도라에서 흘러나오는 물건들이 멕시코 시장으로 나오는 물건들이 있으니까, 그것과 경쟁하는 멕시코의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몰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부품조달의 3%만 멕시코의 다른 기업이 조달하고 있으니까, 그 3%를 공급하는 멕시코의 국내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단한 타격을 받을 수가 있죠. 제조업에서는 국내 산업 연간이 완전히 끊어지면서 중소기업의 몰락이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농업인데, NAFTA 조항에서 멕시코가 잘못 맺은 것이 농업이에요. 제일 중요한게 주 산물이 옥수수입니다. 또띠야라고 하는 만두피 같은 것이 있는데, 거기에 쇠고기 넣고, 돼지고기를 넣고 하는 내용물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데, 기본은 같습니다. 또띠야에 싸먹는건데, 지금은 그것을 미국 옥수수로 만들고 있습니다. 옥수수는 멕시코가 원산지라고 알려진만큼 멕시코의 주곡인데, 농업 보조금을 받는 미국 농산물이 밀려들어오면서 사실상 생계농조차도 농사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종자도 미국 종자를 쓰고, 비료 같은 것들도 소득이 되는데로 썼는데, 그런 수입품 가격은 올라가고, 옥수수 가격은 제가 본 자료에 의하면 45%까지 떨어집니다. 원래는 수입쿼터가 있어서 그게 철저하게 지켜졌는데, 수입쿼터보다 더 많은 옥수수가 들어와서 농업이 몰락하게 되는거죠. 그래서 멕시코의 전설적인 영웅 사파타의 후예들인 사파티스타라고 하는 농민반란이 일어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마르코스의 인기는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다가 2000년 이후에는 상당히 사그러들었는데, 그 이유는 100년 가까이 된 혁명의 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현대에 잘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킬라도라도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그 부분의 농업은 상당히 잘되고 미국에 수출도 됩니다. 야채 부분이라든가, 열대 과일 같은 것은 바로 인접한 미국에 수출을 해서 굉장히 발전을 했지만, 아까 사파타 얘기가 나오는 것은 남쪽이거든요. 북부를 제외한 나머지 농업지역, 특히 주곡 생산지역은 몰락을 합니다. 또 하나는 멕시코에서 농산물로 유명한게 설탕, 커피 이런 건데, 이것도 NAFTA 협상을 잘못해서 미국이 수입을 제한을 해버리고, 동시에 SPS라고 해서 식품 검역 같은 것을 까다롭게 해서 수입을 제한한건데, 말하자면 불공정 무역입니다. 그리고 NAFTA 협상에서 맺은 결과마저도 미국 의회의 비준 과정에서 뒤집어 놓습니다. 설탕을 수입을 금지시켜버리는데요. 환금 작물조차 수출의 길이 막히면서 농업이 몰락하게되는거죠. 농업과 국내 중소기업의 몰락이라고 하는 것이 멕시코 전체의 빈부 격차를 심화시켰습니다. 최근에 약간 호전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전반적으로는 빈부격차가 악화되었습니다. 사실은 NAFTA 이후만 봐서는 안되고, 82년부터 자유화를 하고, 86년에 GATT에 가입을 하고, 94년 NAFTA를 맺고, 그러고 12년이 흘렀는데요. 24년을 한 범위로 보면 그 이전에 비해 빈부격차가 심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 - 멕시코의 마킬라도라의 경우를 우리 정부는 성공사례라고 꼽고 있지 않습니까?
정 - 분명히 마킬라도라에 투자와 수출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양극화 현상이 조금 더 극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미국이 마킬라도라에 간 것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국경을 맞닿아 있으니까 공장을 이전하기도 쉬웠고, 수출을 해도 물류 비용이 적게 드니까 하는거구요. 둘째는 우리나라의 임금수준하고, 멕시코의 임금 수준을 비교하면 1/3 정도니까 한국에는 그런 저임금을 이용한 조립공장이 올 이유가 없습니다. 단 하나의 가능성이 있다면 한국이 중국과 FTA를 맺고 있다고 한다면 중고가품을 생산해서 중국에 수출하려고 하는 전략을 쓸 수가 있는데요. 지금 우리나라가 중국하고 FTA를 맺을 가능성은 먼 미래의 일로 되어 있죠. 원래는 FTA 로드맵에서 미국하고 중국이 가장 뒤늦게 되어 있었거든요. 한국에서는 마킬라도라 현상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서비스 시장에서는 일어날 수 있습니다. 캐나다의 경우를 볼 수가 있는데요. 미국 자본이 진출하는데 있어서 97%가 인수합병의 형식으로 진출합니다. 우리나라의 법률 시장이라든가 회계 시장 이런데는 미국 대기업에 의해서 인수합병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아까 멕시코의 양극화에 대해서 보충할게 있는데요. 82년경부터 민영화를 했는데, 미국 기업이 직접 인수한 것은 금융쪽입니다. 그래서 지금 멕시코에 변변한 은행이 없습니다. 미국 아니면 스페인인데, 나머지 부분은 국영기업들을 민영화하는데, 그것은 멕시코의 재벌들이 인수를 했어요. 그래서 전화료 등의 공공요금이 폭등을 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철도 같은 경우에는 지방으로 나가는 노선이 끊겨 버립니다. 수익성이 낮으니까 끊어버리면 이익이거든요. 국가가 할때는 산골까지 다 가야되죠. 민주주의를 달성해야 되니까. 완전 민영화를 시켜버리면 돈 안되는 오지는 안가게 되는거죠. 공공성의 훼손도 심각하구요. 물론 고급 의료시장, 교육이나 의료 같은데는 미국 자본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워낙 소득 수준이 낮고, 부자들은 다 북부지역에 살거든요.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아프면 미국 병원에 가면 되고, 애들은 미국 학교에 다니면 되거든요. 멕시코에서는 시장이 형성이 안됐지만, 한국도 지금은 시장 형성이 안되어 있지만, 장차 한국에는 의료나 교육도 들어갈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특히 재경부나 외교부가 별로 관심이 없는 미국의 교육 비영리 법인이라든가 의료 기업들에게 특혜를 줘서 끌어들이려고 유인책을 굉장히 많이 쓰고 있어요. 그런 정책이 쌓이고, 한국에 시장이 형성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들어오겠죠. 그러면 미국의 의료 시장이나 미국의 교육 시장이 한국에서 재현이 될텐데, 그것은 상당히 불행한 상황입니다. 비싼 민간 보험에 들지 못하면 감기 정도는 앓아야 되는거고, 그것뿐만 아니라 더 큰 질병도 앓아버려야 될 수도 있습니다.
지 - 미국에서는 부자들도 의료비가 많이 드는 병에 걸릴까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하던데요. 우리가 공공의료면에서는 미국보다 좀 낫지 않습니까? 거기는 응급실에 한번 가기만 해도 의료보험 혜택이 없으면 1000불 정도가 있어야 된다고 하더라구요.
정 - 그럼요. 미국은 국가의료시스템이 사라진 상태죠. 헬쓰 케어라고 해서 노인들이나 아동들을 보호하는건 있지만요. 제가 보기에 가장 철저하게 되는데는 영국이나 프랑스 같고, 우리나라도 혜택의 범위가 적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감기 같은 것 때문에 걱정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그런거 마저도 무너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아주 단기에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만, 차기 정권 또는 차차기 정권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 - 가시기 전에 대통령께 공개편지를 쓰셨는데요. 그 글에서 “한미 FTA는 남은 임기를 훨씬 넘어 아이들 세대를 거쳐 손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어마어마한 사건입니다. 대통령께서 책임질래도 책임질 수 없는 그런 일입니다”라고 하셨는데요. 그런 어마어마한 일을 하는데 있어 대통령이 굉장히 독주한다는 느낌도 듭니다.
정 - 1월 26일날 대통령 면담에서 한미 FTA를 하는 이유를 설명하시는데, 합리적인 이유라라고 든 것이 서비스 시장이었습니다. 중국이 제조업에서 빠른 속도로 추격해오고 있으니까‘한국의 살길은 서비스다. 미국 기업이 들어와서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FTA를 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런 이유라면 사실은 DDA 협상에서 서비스 분야를 양허하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거든요. 그러면 미국 기업 뿐만 아니라 유럽의 기업들도 들어와서 경쟁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저는 대통령의 주장이 옹색하다고 생각하구요. 그런 생각을 하시는 것 같은데, 사업 서비스업 같은 것들이 발전해서 제조업을 지원하면 제조업의 생산성이 올라가서 제조업의 고급화도 이룰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건데요. 그 메카니즘이라고 할까요. 그렇게 유도하는 정책은 전혀 없는 상태거든요. 그것도 그다지 신빙성이 있는 얘기 같지는 않다는 겁니다. 일단 아까 말씀드렸듯이 서비스업이라는 것은 고급 서비스업이 양극화되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고, 그것이 바로 제조업 생산성으로 연결된다고 하는 매카니즘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다만 ‘우리 국민은 똑똑하다’라든가, 정문수 보좌관 같은 경우 ‘해외 교포들이 고급 서비스업에서 성공하지 않았느냐’ 하는 얘기를 하는데요. 그건 논리라고 할 수도 없구요. 또 하나의 예로 관료들도 흔히 드는 것이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 시장을 선점한다는 논리를 피고 있는데요. 현재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2.5%라서 부분적으로는 높은 관세율을 유지하는 부분이 있지만, 전혀 의미가 없는 숫자입니다. 월드뱅크에서 2.5% 정도면 MFN(Most Favored Nation - 최혜국)의 범위내에 있다고 보거든요. 3% 이내면 관세 차별하는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 2.5% 마저도 한 5년 내지는 10년에 걸쳐서 낮추는 것이기 때문에 현대자동차 소나타 같은 경우 1년에 10만원 정도 떨어뜨리는거예요. 10만원 가지고 타던 자동차를 바꾼다든가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기 때문에 수출선점 효과가 없을 겁니다. 그리고 관세가 높은 부분은 대부분 우리나라가 생산하지 않는 제품입니다. 자동차에서 픽업이라든가 SUV 얘기하지만, 그것은 우리나라가 생산을 안하는 겁니다. 농업은 말할 것도 없구요.
지 - 2월달인가 측근들과 대통령과 식사를 하면서 그 자리에서 문제를 제기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됐던건가요?
정 - 지금 한 얘기입니다. 1월 26일. 충분히 말씀을 저도 드렸고, 대통령도 조금 전에 얘기한 수출 선점이라든가, 서비스 시장 개방에 의한 서비스 산업 발전전략, 그리고 그것에 의해서 제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는 말씀을 하셨고, 저는 그게 얼마나 위험한 정책인가를 얘기해서 팽팽하게 맞섰는데요. 대통령께서 하신다는거니까.(웃음)
지 - 항간에는 청와대내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밖에서 하나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계시거든요.
정 - 제가 있는 동안에는 한미 FTA가 문제가 아니었어요. 그때는 한미 FTA가 맨 마지막에 설정이 되어 있었고, 그건 뭐 증거자료를 제시할 수가 있는데, 마지막에 중국과 미국이 남았을때 미국을 먼저 할 것이냐 하는 얘기가 있었지, 갑자기 일본에 앞서서 미국을 한다고 하는 것을 정말로 돌발 상황입니다.(웃음)
지 - 한겨레 21에서 ‘스스로 처벌하는 심정’으로 문제를 제기한다고 하셨는데요. 한국적인 정서로 볼때 그것을 배신행위로 보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웃음)
정 - 장세동씨 하고 비교를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요. 그런 봉건적 사고야 개의치 않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의리를 지키면 좋은데, 잘못하면 나라 100년이 걸린 문제잖아요. 한미 FTA 자체가 절대악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데, 이렇게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졸속으로 하는 것은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얘기거든요. 그건 정말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반대하는거죠. 사실 FTA하다가 잘못되면 국제 신인도가 떨어진다고 하는데요. 금년만해도 FTA 협상하다가 중단한 나라가 네 나라나 있습니다. 스위스, 에콰도르, 아랍 에밀레이트 등이 있는데요. 그 나라들이 국제 신인도 떨어졌다는 얘기 들어보셨어요? 우리나라도 한일 FTA하다가 중단되어 있는 상태인데, 그것 때문에 국제신인도에 지장이 있다는 얘기는 전혀 없습니다.
지 - 다른 중요한 부분도 많은데, 국제신인도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금융 자본의 논리 같은데요. 그런데 일희일비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지 않습니까? 참여정부의 정책 기조도 주주자본주의의 논리를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었던 것 같구요.
정 - 주주 자본주의와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고, 한미 FTA의 성격은 미국형 체제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공격적 자유주의 또는 경쟁적 자유주의는 대단히 강도가 높은 FTA입니다. 현재 200여개의 FTA가 있다고 하지만, 그 중 대부분은 수준이 낮은 FTA입니다. 일반 경제협력협정에 가까운 FTA들이 대부분인데요. NAFTA를 비롯해서 미국이 맺은 FTA는 거의 경제 통합 전단계로까지 볼 수 있는 그런 강력한 FTA입니다. 그럴 경우에는 미국의 제도들이 그대로 한국에 들어올텐데요. 현재도 한국에는 원래의 자본주의와 안맞는 부분이 있거든요. 장하준 교수가 얘기하는 저투자, 금융의 단기주의, 근시안적 행동 때문에 투자가 낮다든가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데, 미국형 체제가 들어오면 그런 것들이 훨씬 더 심화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형 경제체제는 대단히 불안한 체제입니다. 달러를 기축 통화로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미국은 외환 위기를 여러번 맞았을 겁니다. 달러를 찍어내거나 세계 시장이 불안하면 달러 가치가 더 올라가기 때문에 미국 국채가 가장 안정적인 투자대상이 되어 있기 때문에 외환 위기가 안 일어나는거죠. 한국 또는 중남미 같은 나라가 미국형 체제를 그대로 베껴놓으면 굉장히 위험해집니다. 그것 뿐만 아니라 세계 최강의 군사 대국이라는 면도 있고, 대학 교육의 메카라서 우수한 사람들이 몰려들잖아요. 과거 일본이 3종의 신기를 갖고 있는 나라라고 했는데, 그것보다 훨씬 강력한 3종의 신기를 갖고 있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그런 것 없이 미국형 체제를 우리나라에 복사를 한다고 하면 한국은 대단히 위험한 나라가 될 겁니다. 멕시코의 한 경제학자는 멕시코와 미국의 경제가 동조된 것을 보고 ‘우리는 악마와 키스를 했다’는 표현을 할 정도입니다. FTA를 맺게 되면 미국형 체제를 여과없이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입니다.
지 - 실제로 미국은 가장 강력한 보호무역국가였지 않습니까? 자신들의 국력과 경제력이 쎄지면서 자유무역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정 - 사실은 모든 나라가 다 그랬어요. 해밀튼 초대 국무장관이 보호무역주의를 체계화했는데, 리스트보다 앞선거죠. 그때는 영국이 워낙 경쟁력이 강했으니까 그로부터 자신들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랬던겁니다. 보호주의가 옳다거나 자유주의가 옳다거나 하는 것을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굉장히 높은 경제 성과를 보여왔습니다. 그것은 시장 일변도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국가가 모든 것을 계획하는 경제도 아니었어요. 우연히 찾아진 것이지만 시장과 국가가 적절히 조화가 되는 것이었고, 민주주의가 빠른 속도로 도입이 되면서 그것을 적절하게 견제를 하는 체제였다고 할 수 있거든요. 그러한 장점 중에 현실에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을 어떻게 새로운 측면과 결합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되는데, 그것을 일거에 외부 쇼크에 의해서 미국화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도박입니다. 도박도 심각한 도박이죠.
지 - ‘국민이 참여해야 내용이 충실해지고 우리 국민의 이해관계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다. 그래야 나중에 생길 변화에 대해서도 국민의 이해를 구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참여정부라고 하면서 파병도 그렇고, 모든 면에서 국민들의 참여를 배제하고 졸속 추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정 - 두가지 측면을 얘기할 수가 있는데요. 하나는 다른 FTA와의 비교입니다. 조그만 나라하고 하는 FTA하고는 비교가 안되구요. 그런 경우는 강력하게 맺어도 우리나라에 큰 지장은 없습니다. 한일 FTA는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것은 3년 이상 준비를 했습니다. 국책 연구원이나 정부의 보고서가 100권이 넘습니다. 민간에서 연구한 것도 많구요. 한일 공동 연구도 처음에 연구소들끼리 합니다. 그 다음에 산관학 공동연구도 하구요. 그런 연구를 3년을 했어요. 그리고 2년을 협상을 하다가 중단된 상태인데요. 그런데 미국은 보통의 과정에서 해야될 연구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그것도 10개월안에 협상을 하겠다고 나서니까 문제가 되는 겁니다. 두 번째는 국회의 역할인데요. 국회의 역할은 그동안 없었으니까 다른 것과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통상절차법이나 이런 것들을 통해서 정말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운명을 결정할 수가 있고, 국민의 삶을 뒤흔들어 놓을 수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검토를 할 수 있어야 됩니다. 만일에 그야말로 외교적인 문제가 있어서 국민에게 모두 공개할 수가 없다면 국회에서라도 검토를 해야 되는데, 그런 장치가 전혀 없이 협상이 끝난 이후에 비준을 하느냐, 마느냐만 국회가 하도록 되어 있거든요. 이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대의제로 봐도 문제가 되는 부분이죠. 오랫동안 연구를 하면 모든 문제가 다 드러나서 국민들도 알게 되고, 거기에 대응해서 자기는 어떻게 행동해야 되느냐, 어떻게 법이 바뀔 것인가를 알 수가 있어야 되는데, 지금은 언론들도 사실은 잘 모르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문제가 뭔지에 대해서 정확히 짚지를 못하는 겁니다. 워낙 정보를 안주니까. 이런 상태에서는 그야말로 외부쇼크가 되는거고, 갑자기 제도가 바뀌게 되면 모든 경제 주체들은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IMF 위기 직후에 일어났던 일들이 바로 그런 것들인데, 이렇게 되면 실제로 공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제도가 변화한 데서 오는 장기적인 문제도 있지만, 단기적으로도 경제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정보를 국민들에게 주고, 국민들의 합의에 의해서 마지노선을 설정하고, 그것에 기초해서 교섭을 해야 됩니다. 국민들의 의견이 반영되면 반영될수록 미국과의 협상에서 결정된 것들도 수용할 수가 있는거거든요. 그런 것들이 없는 상태에서 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대단히 위험한 행동입니다.
지 - 지난번 한겨레 21 특집기사가 김현종 본부장과 정태인 전 비서관의 대담으로 기획된게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그쪽에서 인터뷰를 거부했다고 하던데요.
정 - 김현종 본부장은 어떤 언론에도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외신에만 나오고 있습니다.(웃음)
지 - 외신에는 왜 나갈까요?(웃음)
정 - 본인이 미국 사람을 만나는게 더 편한가보죠.(웃음)
지 - 현재 교섭중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나 다른 핵심 멤버들의 경력이나 학력으로 볼때 미국통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정 - 미국통도 아니예요. 미국에서 공부를 했다고 해서 미국을 잘 아는게 아닙니다. 미국에서 공부를 하다보면 미국에 대한 신화같은 것을 가질 수도 있고, 잘사는 사람들이라 미국의 상류 계층만 보고 왔을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미국사회에 대한 상당한 신비화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아닌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미국에서 경제학을 한 사람들이 대부분 그런 것 같은데요. 그런 정도의 미국 경제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미국 경제를 우리나라에 옮겨놓겠다고 하는 얘기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이건 김현종 본부장이 밝힌 얘기예요.
지 - 그러다보니 한미 FTA가 미국 대표와 미국 대표간의 협상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 - 그건 멕시코에서도 똑같이 나왔던 얘기예요. 멕시코의 고위 관료를 만났는데, 우리로 치면 경제보좌관실의 국장인데요. 우리 재경부 공무원들과 하는 얘기가 똑같아요. 미국 표준 교과서에다가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한 맹신을 하고 있다고 하는 증거입니다.
지 - 이런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습니까? 협상 테이블에 추천할만한 다른 분은 없나요?
정 - 외교라는 것은 전문성이 필요한거니까 그렇게 할 필요는 없는 것 같구요. 마지노선 같은 것들을 정부가 확정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이것만은 지키겠다고 얘기를 할 필요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제 생각에는 투자자가 국가를 직접 제소하는 것, NAFTA의 11조에 해당하는건데, 이게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들어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투자 조항 중에서 기업의 정부 제소권 이건 삭제를 해야 됩니다. 삭제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사회적 권리, 우리 국민들의 사회적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분명히 FTA는 강한 쪽에 유리하게 되어 있는데, 그걸 떠나서 미국의 시민단체들도 그 얘기를 합니다. 기업의 정부 제소권은 미국의 주권과 민주주의를 침해하는 조항이라고 얘기를 할 정도입니다. 2006년 2월 현재 42건이 제소가 되어 있고, 그 중에 11건이 해결이 되었는데요. 다섯 건이 기업이 이기고, 여섯 건을 국가가 이겼습니다. 다섯 건은 모두 미국 기업이고, 여섯 건 중에서 세건은 미국 정부, 세 건은 멕시코 정부가 이겼구요. 현재까지 숫자가 너무 작아서 모르겠지만, 미국에 상당히 유리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이 설치되어 있는데가 UN과 월드뱅크인데, UN은 UNCITRAL이라고 하는 거고, 월드뱅크에 있는 것은 ICSID라고 건데요. 모든 국제기구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은 여태까지 우리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대단히 강했기 때문에 이 기구들의 중립성이 의심스럽고, 더구나 비밀주의로 유명합니다. 따라서 국가의 굉장히 중요한 문제들을 외국의 사적인 기관에 맡긴다고 하는 것은 헌법 위반입니다. 미국에서도 위헌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환경권, 보건에 관한 권리들, 노동권, 이런 공공의 권리들, 흔히 사회권이라고 하는 부분들을 침해당할 소지가 굉장히 많습니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외교부가 이걸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겁니다. 이걸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이 맺은 강력한 FTA에만 들어있는 거고, EU가 맺은데는 안 들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분쟁은 국가 대 국가가 해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외교부가 기기묘묘한 논리를 많이 내는데요. 국가와 국가의 분쟁을 없애줘서 좋다고 하는데, 사적인 기구에 국가의 법률을 맡기는건 정말 말이 안되는 얘기잖아요.
지 -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 한국 경제신문은 ‘미국 정부도 피소를 당한 적이 있고, 정부가 패소한 경우는 42건 중 5건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과장된 주장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는데요.
정 - 그것 자체가 통계를 엉터리로 해석한거죠. 외교부가 보낸 보도자료만 보고 쓴건데요. 말씀드렸듯이 42건 중에서 해결된게 11건입니다. 그 중에서 다섯 건을 기업이 이겼는데, 미국기업이 다 이겼어요. 미국 정부도 분명히 제소를 당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미국 정부가 진 적이 없습니다.
지 - 여론을 호도하는 내용이군요.
정 - 뿐만 아니라 국제 관계든, 사회 관계든 힘의 비대칭성을 인정하지 않는거잖아요. 가령 현대나 삼성이 한미 FTA를 맺는다고 해서 미국의 어떤 규제를 제소할 수 있겠느냐 하는 부분은 저는 굉장히 힘들다고 봅니다. 언제나 안티 덤핑을 맞을 수 있는데, 반덤핑법은 정말 자의적이고, 국제법 위반이라도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지 않습니까? 현대나 삼성이 미국 정부의 규제, 그것도 환경권이라든가 노동권 같은 사회적 규제를 문제 삼아서 제소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똑같은 법률이 있다고 하더라도 힘의 비대칭성 때문에 불리한 일이 벌어질 수 있고, 그렇다면 약한 쪽에서는 당연히 똑같은 권리를, 똑같은 조항을 동시에 빼기를 원하는 것이 그게 정당하고 합리적인 행위지, 똑같다고 해서 똑같이 놔두면 약자가 손해를 보게 되죠. 미국의 메탈 콜래드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이 기업이 처리하고 있는 독성 물질이 상수원과 농토로 흘러들어가 농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었음에도 이를 규제했던 멕시코 정부는 결과적으로 이 기업에게 350만 달러를 물어줘야 했구요. 엑킬코프레이션이라는 회사는 가솔린 첨가제를 쓰는 과정에서 신경유해물질을 쏟아낸 후 제재를 받았지만, 캐나다 정부를 제소해 1천3백만 달러의 벌금을 받아낸 예가 있습니다.
지 - 이런 걸 알려줘야할 언론이 침묵하거나 재계의 나팔수처럼 보도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정 - 이번에도 사실은 정부에서 네쪽짜리만 공개하고 서른쪽짜리는 국회의원 일부에게만 줬는데요. 그게 흘러나온거죠. 그거만 봐서는 없습니다. 기업의 정부제소권이라는게 안나타나 있어요. 패널위원회에서 해결한다고만 나와 있습니다. 이건 그 이후의 절차거든요. 그런데 프레시안이 그걸 넘겨 짚어서 기사를 쓴건데, 통상교섭본부가 과잉 반응을 해버린거예요. 그래서 그게 들어가 있다는게 확인이 된겁니다. 그리고 나서 저나 다른 변호사가 문제를 삼으니까 ‘이건 정당한 거고, 글로벌 스탠다드다’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자꾸 이렇게 중요한 부분들이 알려져야지, 안에서도 대응 논리도 만들 수 있는데, 전부 비밀로 해서 미국에게 유리하게 결정이 된 다음에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거든요. 실제로 미국과 FTA를 추진하는 나라들은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국내에서 흐름이나 정책기조가 다시 돌이키지 못하도록 국제적으로 묶어 놓으려고 의도도 있습니다. 멕시코 정부가 그런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분석하는 학자들이 있어요. 월드뱅크 마저도 그런 부분들을 인정하거든요. 한미 FTA가 되면 현재의 강화된 신자유주의적 기조라고 하는 것이 돌이킬 수 없는 대세처럼 되버린다는거죠. 그렇게 되면 우리 경제가 감당하지 못하는 충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지 - 우리와 미국은 우리와 멕시코의 차이보다 훨씬 큰 것 같은데요. 그런데도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해서 무조건 미국을 따라가려고 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FTA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멕시코와 한국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정 - 멕시코하고는 다르죠.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제조업 직접 투자가 대폭 늘어난다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서비스 시장의 양극화라고 하는, 또는 산업 연관의 약화라고 하는 점은 조금 더 강화될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94년의 자본 자유화로부터 이어지는 흐름이 쭉 있지 않았습니까? 97년 금융 위기를 맞으면서 IMF가 더 강화된 형태로 우리나라에 강요했던 정책기조, 참여정부가 약간 벗어나는 듯 했지만 도로 회귀를 해버린 그 기조의 정점으로 봐야지, 한미 FTA가 똑 떨어져서 어떤 효과를 내는건 아니거든요. 그건 멕시코도 마찬가집니다. 그리고 한미 FTA의 의미라고 하는 것은 그런 정책 기조를 되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거는 분명히 막아야 됩니다. 한국 경제의 미래 모델이 합의가 안된 상태이고, 미국형으로 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저는 보는 겁니다. 초기에는 스웨덴 형이나 독일형 같은 것들이 많이 연구가 됐는데, 갑자기 모델을 북구형에서 멕시코형으로 바꾼 겁니다.
지 - 스웨덴형을 검토해봐야 된다는 얘기는 전에도 하셨는데요.
정 - 실제로 많이 했습니다. 연구는 많이 했는데, 사회적 대타협이라든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라든가, 양극화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 같은 것들은 이정우 위원장하고 제가 보고서도 만들고 했습니다만, 관료들의 벽에 부딪혀서 대통령이 채택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 - 결국은 관료들의 문제하고, 우리 사회에서 그런 것들을 ‘좌파적 정책’이라고 몰아붙이는 분위기 때문에 실패한 셈이군요.
정 - 그렇죠. 우리나라는 참여 정부 하에서도, 김대중 정부 하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삼각동맹이 여전히 지배하고 있습니다. 재벌, 재경부 등 고위 관료,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이 지배를 하고 있고, 그 정치적 대표가 한나라당이죠. 경제 정책 기조에 관해서는 한나라당과 우리당의 부총리 출신들이 전혀 다르지 않고, 똑같습니다. 따라서 정책 환경이라고 하는 것은 최악이죠.
지 - 외국에서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나 저명한 일본전문가인 찰머스 존스 버클리대 교수가 미국경제의 취약성을 맹비판했다는 말씀도 하셨구요. 스티글리츠 교수가 한국에 대해 스웨덴형을 참고해야 한다고 충고한 사실도 지적하셨는데요. 장하준 교수도 스웨덴의 사회적 대타협을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충고를 했거든요. 우리가 미국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정 - 역사 자체가 미국에 대해서 상당히 의존적인게 있었구요. 경제학 한 사람들의 90% 가까이가 미국에서 경제학을 했을 겁니다. 그런데 미국 경제를 공부한 것이 아니고, 대부분은 이 사람들이 가서 미국 교수들 밑에서 한국 사례를 가지고 박사 학위를 따왔기 때문에 사실 미국 경제의 문제점에 대해서 잘 몰라요. 오히려 재벌은 기업간 경쟁이 있기 때문에 미국에 대해서 조금 꺼리는게 있거든요. 그런데 재벌들은 왜 찬성하느냐 하면 미국 기업들이 들어와서 규제를 다 없앨거거든요. 한미 FTA 자체가 규제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작용을 할 것이고, 아까 얘기한 기업의 정부 제소건은 규제를 무력화하는 그런 역할을 할 겁니다. 그런 면에서 재벌들은 찬성을 하는거죠. 그리고 종이 신문들은 문제가 전혀 없습니다. 누가 뉴욕 타임즈를 보겠습니까?(웃음) 거기다가 방송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까지 열리기 때문에 한미 FTA를 찬성하는 거구요. 삼각동맹의 이해관계를 언론이 마치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것처럼 포장을 해주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어지는거죠. 현재로서는 세계적으로 그런 것들이 주류인 셈이죠.
지 - 이번에 멕시코에 가셔서 양극화의 급진전을 확인하셨다고 하셨는데요. 참여정부는 양극화의 해소를 가장 큰 해결과제로 보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한미 FTA 추진 과정을 봐도 그렇고, 다른 정책들도 양극화 해소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거든요.
정 - 좋게 얘기해서 2년차까지는 극단적으로 진행되는 걸 막은 셈인데요. 예를 들어서 인수위때 네트워크 공기업의 민영화는 막았거든요. 참여 정부 들어와서는 공기업의 민영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미 FTA를 맺게 되면 공기업의 민영화가 다시 한번 화두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될 사람이 미 국무부 부장관인 로버트 젤릭인데, 보통은 FTA 문안에 보면 공기업의 민영화는 강요하지 않는다는 좋은 말로 써있는데, 젤릭은 명시적으로 공기업 민영화는 우리 3대 목표 중 하나라고 명시하고 있구요. 미국 무역 장벽 보고서는 한전, 가스 공사 같은 것을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