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대학에 입학했다.
한국의 수많은 무식한 대학생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지금까지 그대는 12년 동안 줄세우기 경쟁시험에서 앞부분을
차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영어 단어를 암기하고 수학 공식을 풀었으며
주입식 교육을 받아들였다.
선행학습, 야간자율학습, 보충수업 등 학습노동에 시달렸으며
사교육비로 부모님 재산을 축냈다.
*일단 그렇게 만든것이 누구인지? 성적지상주의 주입식교육...
왜 지난12년간 당신이 말하는 경쟁시험의 앞부분을 차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는지...
당신들이 우리에게 해온말이뭔가?
"공부해서 성공해라" "대학만 가면 실컷놀수있어~" 서울대,연.고대 대학순위 매기는 얼토당토않은 짓...누가 시작했는가?
우리가 사교육 시켜달라 야자.보충수업 시켜달라 애원했나?
그것은 시험문제 풀이 요령을 익힌 노동이었지 공부가 아니었다.
그대는 그 동안 고전 한 권 제대로 읽지 않았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했다.
그대의 대학 주위를 둘러 보라.
그 곳이 대학가인가?
12년 동안 고생한 그대를 위해 마련된
'먹고 마시고 놀자'판의 위락시설 아니던가.
*당신네는 분명히 말했다 .
대학가면 실컷놀아라, 그리고 분명 당신들도 대학생활을 추억하며
생맥주와 청바지 통기카 데모를 추억한다.
고전을 읽어야만 유식한 대학생인가?
우리는 위락시설에 결토 놀고자온것이아니라는것, 당신의 잣대로 평가하지말라.
우리도 당신들이말하는 낭만을 논할 자격있다.
그대가 입학한 대학과 학과는 그대가 선택한 게 아니다.
그대가 선택 당한 것이다.
줄세우기 경쟁에서 어느 지점에 있는가를 알게 해주는
그대의 성적을 보고 대학과 학과가 그대를 선택한 것이다.
'적성' 따라 학과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성적' 따라,
그리고 제비 따라 강남 가듯 시류 따라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
그대는 지금까지 한 권도 제대로 읽지 않은 고전을
앞으로도 읽을 의사가 별로 없다.
영어영문학과,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한 학생은
영어, 중국어를 배워야 취직을 잘 할 수 있어 입학했을 뿐,
세익스피어, 밀턴을 읽거나 두보, 이백과 벗하기 위해 입학한 게
아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어학원에 다니는 편이 좋겠는데,
이러한 점은 다른 학과 입학생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인문학의 위기'가 왜 중요한 물음인지 알지 못하는 그대는
인간에 대한 물음 한 번 던져보지 않은 채,
철학과, 사회학과, 역사학과, 정치학과, 경제학과를 선택했고,
사회와 경제에 대해 무식한 그대가 시류에 영합하여
경영학과, 행정학과를 선택했고 의대, 약대를 선택했다.
*대학이란곳,지성인의 배움의터전...
사회는 능력있는 대졸자를 원한다.
영어를 잘해야 외국어를 잘해야 취직이된다.
섹스피어 두보 이백과 벗했던 사람보다는 유창하게 영어와 중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을 원한다.
누구도 부정할수없는 사실이고 현실이다.
우리는 돈을 내고 지식을 얻기위해 대학에 간다.
무식해서가아니라 현실의이익을 위해서이다.
함부로 무식이라는 말을 담지말라.
한국 현대사에 대한 그대의 무식은 특기할 만한데,
왜 우리에게 현대사가 중요한지 모를 만큼 철저히 무식하다.
그대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민족지'를 참칭하는 동안
진정한 민족지였던 <민족일보>가 어떻게 압살되었는지 모르고,
보도연맹과 보도지침이 어떻게 다른지 모른다.
그대는 민족적 정체성이나 사회경제적 정체성에 대해
그 어떤 문제의식도 갖고 있지 않을 만큼 무식하다.
*우리가 그것을 알고자했을 때 당신들과 같은 기성세대들은 이미
우리의눈과귀와 입을 막아놓았다.
더욱더 알고자하면 할수록 ...
어째서 썩어문드러진 현대사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은 이나라 현대사를 우리에게 알기를 강요하고 무슨근거로 그것에 관심이 없는 젊은이를 무식한 인간으로 매도하는것인가?
당신은 우리세대의 대학생들의 모든 문화와 현실을 알고있다 단언할수있는가?
그렇지않다면 역시 당신은 현실에 뒤떨어진 무식한 아저씨로군요.
그대는 무식하지만 대중문화의 혜택을 듬뿍 받아 스스로
무식하다고 믿지 않는다.
20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읽지 않은 사람은 스스로 무식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중문화가 토해내는 수많은
'정보'와 진실된 '앎'이 혼동돼 아무도 스스로 무식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물며 대학생인데!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에 익숙한 그대는 '물질적 가치'를 '인간적 가치'로 이미 치환했다.
물질만 획득할 수 있으면 그만이지, 자신의 무지에 대해
성찰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게 된 것이다.
*자꾸 무지,무식 운운하시는데.
지극히 당신의 개인적인 생각일뿐...
고상한 문학만이 문학이아니고 예술과 외설의 구분이 모호하듯
우리는 우리의문화 코드속에서 새로운 우리들의 문화 정체성을 찯아가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갈뿐입니다. 과거의것 을 배우지않고 보려하지않는것만으로 어느순간 갑자기 무식한 인간으로 전락시켜버리는 ...
이미 이사회를 물질만능 주의로 만들어놓은 것은 당신들이다.
그대의 이름은 무식한 대학생.
그대가 무지의 폐쇄회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그대에게 달려 있다.
좋은 선배를 만나고 좋은 동아리를 선택하려 하는가,
그리고 대학가에서 그대가 찾기 어려운 책방을 열심히
찾아내려 노력하는가에 달려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들은 당신이 말하는 무식한 대학생들은 젊고 또그만큼의 열정과 패기가있다.
적어도 과거를 답습하고 그안에서 썩을대로 썩은 유식한 기성세대,기득권층들보다는
무식한 우리가 낫다고 감히 단언해 말한다.
2006.7월 하류논객
홍세화 / 한겨레신문 기획위원,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