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의 상처와 잉크가 생생히 남아있는 김자현양(오른쪽)과 동생 유현양 ⓒ민중의소리
평택 경찰서 앞에서 항의농성을 벌이다 연행된 평화 행진단 중 경찰의 강제 지문 채취에 손가락을 자해하며 저항한 청소년이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대안 교육 공동체 '아침의 집' 김자현(19)양은 10일 오후 2시경, 경기도 분당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강제적인 지문채취에 반대하며 경찰측이 제공한 음료수 병 뚜껑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자해했다.
11일 낮 12시. 수원시 아주대학병원에서 만난 김 양은 "경찰의 편의를 위해 범죄 수사에 이용될 열손가락 지문 날인은 나를 예비 범죄로 보는 것으로서,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는 인권침해였다"며 그처럼 극렬히 저항했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김 양은 "이 같은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7∼8명의 여경을 동원해 강제로 팔을 꺽고 몸을 비틀어 피가 흐르는 손가락에 잉크를 묻혀 지문을 얻어내려 했다"고 밝혔다.
아직 그날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 했으나, 김 양은 사건이 벌어진 시간 까지 기억해 내며 자신이 당한 그날 사건을 분명하게 설명했다.
김 양에 따르면 경찰은 10일 낮 부터 김 양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김 양은 경찰이 질문하는 모든 조사 내용에 순순히 응했다.
그러나 김 양은 경찰 측의 지문 날인 요구에 대해서 만큼은 절대로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경찰은 곧 영장을 발부 받아 김 양의 지문을 강제로 채취하기로 했다.
오후 2∼3시경 영장을 얻은 여경들이 곧 김 양에게 들이 닥칠 때가 되자, 몹시 불안해진 김양은 경찰측이 제공한 음료수 병 뚜껑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그었다.
열 손가락 중 어느 하나 성한 곳 없이 자해하는 김 양을 여경들은 팔, 다리, 몸통 등을 붙잡고 강제로 손에 잉크를 묻혔다.
그러나 김 양의 저항은 완강했고 결국 경찰은 김 양의 지문을 얻을 수 없었다.
△김 양은 이렇게 해서야 경찰의 지문 날인을 거부할 수 있었다. ⓒ민중의소리
김 양의 아버지 김창복(49세, 소비자단체 상근자)씨가 "영장에 기재된 시한이 16일 까지 아니냐. 그 때 까지 언제라도 지문 날인을 받으면 되지 왜 이렇게 강제로 하느냐"고 항의 했으나 경찰은 단지 '관행'등의 이유를 들며 기어이 강제 지문 채취를 멈추지 않았다.
"'영장이 정당하다고 해서 수단 마저 가리지 않는다면, 죽여서 지문을 받아내도 괜찮다는 말이냐'고 애타게 따졌지만, 경찰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는고 김 씨는 말했다.
또 김 양은 "치료를 위해 구급차가 도착하자 경찰이 '너 상처 닦고 나면 두고 보자'고 말해 치료를 받는 대로 다시 강제 지문 날인을 당할 것을 알았다"며 "이 같은 경찰을 두고 치료를 거부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양은 결국 '경찰이 지문을 강제 채취하지 못하도록 손에 붕대를 칭칭 감을 것'을 약속 받고 나서야 응급 처치를 받았다.
또 김 양은 응급처치를 받는 즉시 병원이 아닌 유치장으로 다시 보내졌으며, 결국 10일 자정이 다되어 석방될 때 까지 경찰은 그 어떤 보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아침의 집'에서 김 양의 지도를 맡은 김효숙 씨는 "늘 자신의 권리와 의지대로 상황을 극복하라고 가르쳤지만, 김 양이 자신도 하지 못할 이런 선택까지 할 줄은 몰랐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김 양의 아버지 김창복씨는 "아버지로서 마음은 많이 괴롭지만, 한편으로는 김 양이 당당한 일을 벌여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자본주의 유지에 복무할 인간을 키워내는 제도 교육에 반대해 두 딸을 대안 교육 공동체로 키웠으며, 자현이도 자신의 삶에 행복해 했다"고 말했다.
김 양 역시 "그 곳(평택 대추리, 도두리)의 농민들을 몰아 내고 전쟁기지를 짓는 다는 것이 너무 싫어서"라고 자신이 평화 행진에 참여하게 된 동기를 밝히고 "같은 일을 당한다고 해도 역시 절대로 지문 날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또래답지 않은 당찬 모습을 보였다.
김 양의 이 같은 저항은 '강제 지문 날인'과 '영장 집행 수단의 적법성', '청소년 보호 의무 위반' 등 경찰의 편의주의적 조사 관행 전반에 걸친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김 양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매우 큰 상처를 얻었고 11일 밤 자정 즈음에 풀려나 집에서 휴식을 취한 뒤에도 그 후유증을 심각하게 앓고 있어 아주대학 병원에 입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07월12일 ⓒ민중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