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미남 지고 '훈훈남' 뜬다
[매일경제] 2006년 07월 14일(금)
여성들이 선호하는 남성 스타일이 변하고 있다.
깎은 듯한 조각상 외모의 꽃미남을 대신해 다소 못 생겨도(?) 착하고 성실한 일명 '훈남'(훈훈한 남자의 준말)이 새로운 남성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10대들 사이에서 인터넷 신조어로 떠오른 훈남의 대표주자는 2006년 독일 월드컵 스타 플레이어인 박지성이다. 그는 잘 생기지는 않았지만 성실하고 착해 보이는 외모와 멋진 축구 실력으로 대한민국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유리 FnC코오롱 주임은 "장동건이나 정우성, 원빈, 다니엘 헤니 같은 완벽한 외모의 남자도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현실과는 너무 멀리 있다"며 "요즘에는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외모에 여성을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갖춘 남자가 더 인기"라고 말했다.
얼마 전 시청률 1위를 달리다 종영한 인기 드라마 '하늘이시여'에서 남자 주인공 왕모 역으로 열연했던 이태곤은 30~40대 여성들에게 훈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극중 기자 출신 앵커인 그는 훤칠한 외모와 소탈한 성격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지만 오직 사랑하는 한 여인(자경)에게만 애정을 쏟는다. 진실되고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인 이태곤은 그 결과 각종 매체 조사에서 신랑감ㆍ사윗감 1위 연예인을 차지하기도 했다.
꽃미남은 대부분 사람들이 수긍할 만한 멋진 외모를 지녔지만 훈남은 외모나 나이에 상관없이 나를 설레게 하는 남성을 가리킨다. 얼음처럼 차갑고 조각상 같은 얼굴이 꽃미남의 전형이라면 가슴이 따뜻하면서 자기 분야에 최선의 열정을 보이는 성실성, 친근감이 묻어나는 미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야말로 훈남의 조건이다.
꽃미남은 가수나 영화배우, 탤런트 등 미혼 남자 연예인이 대부분이지만 훈남은 스포츠 스타나 일반인, 혹은 나이 지긋한 아저씨도 포함한다는 것도 차이다.
훈남과 함께 훈녀도 유행하는 추세다. 찬바람이 도는 도도한 매력보다는 시골소녀처럼 해맑은 미소에 천방지축 귀여운 훈녀들이 인기다.
천하장사 소녀라는 별명에서 드라마 '궁'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요즘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윤은혜가 대표적이다. 역시 눈에 띄는 미모는 아니지만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로 성공한 사례다. 훈녀가 뜨면서 미모를 강조해오던 연예인들이 일부러 망가지는 예도 있다.
여성 4인조 댄스그룹 '샤크라' 멤버였던 려원은 드라마 '너 어느 별에서 왔니'에서 시골 출신 복실이 역으로, 'SES'의 보컬 출신인 유진도 드라마 '진짜진짜 좋아해'에서 강원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봉순이 역을 맡아 관심을 끌고 있다.
훈남ㆍ훈녀 열풍은 개성을 중시하는 10대들의 특징을 보여준다. 10대는 무리를 지어 온라인 게임이나 거리 응원 등 공통의 관심 분야를 즐기면서도 개성을 강조한다. 싸이월드 등 개인미디어가 일군 '자기 과시' 바람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자기 의사를 정확히 밝힐 줄 아는 10대들이 많아졌다는 점도 열풍 확산에 큰 몫을 하고 있다.